매주 금요일마다 인턴십으로 논술학원을 갔다 왔다(어제로 끝났다). 후배 하나가 있는데... 애가 SF도 좋아하고 웹진 거울도 드나들고 있어서... 학기 초부터 종종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인턴십을 다니면서 친해졌다. 성격도 좋고 예의 바르고 다 좋은데... 애가
건강
없어
늘 감기를 달고 살길래 몸 관리 좀 하라고 타박을 줬는데... 한번은 그 녀석이 조금 이상한 말을 했다. 자기 가문이 꽤 명가인데, 대대로 자기 가문에서 태어나는 남자 두 명 중 한 명은 일찍 죽는다고. 명가인만큼 원수도 많고, 조상들이 못할 짓 한 것도 많은데 아마 그 벌을 받는 모양이다, 남자 친척 한 명은 매우 건강한데 자신 몸은 이 모양이라서 자신도 오래 살 것 같지 않다고 쓰게 웃어 보였다. 그 때는 '어휴 중2병 냄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하고 타박을 줬지만 왠지 좀 마음에 걸려서... 돌아와 녀석 본관으로 구글링을 좀 해보니 확실히 약간 꺼림칙한 이야기가 몇 가지 나왔다.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으니 부정확한 사실도 섞여 있긴 하겠지만.
정말로 무슨 초자연적인 저주 같은 것 때문에 단명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가닥 했다 하는 가문 출신 양반치고 손에 그 정도 피를 안 묻힌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기도 했을 테고. 그런데 그 녀석이 우울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답답하고 열받았다. 젠장. 좋은 놈인데.
.....
사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 녀석과 그렇게 오래 알아왔다거나 절친한 사이거나 한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거나 해도 한 동안 좀 우울하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종강하기 전에 그 녀석 데리고 밥도 사주고 어디 놀러라도 갈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그런 자신을 깨닫고 약간 놀랐다. 나는 그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상대도 성인이고, 스스로가 정한 삶의 방식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도 딱히 나나 남들에게 심각한 민폐를 끼치지 않는 이상은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그 정도로 절친한 사이인 것도 아니고. 순간적으로 '이 놈도 삶을 좀 즐기면 좋을텐데'싶었지만 정작 나 자신부터가 그런 성격이 못 된다. 게다가, 나는...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신뢰하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리다시피 한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더 이상 깊이 연관되지 않고 지내다 때가 되면 졸업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선택이다.
.......
썩을-_- 그럴 수 있을 리가 있나. 망할.
다음 주에 연락해봐야지. 같이 한 잔 하면서... 아니 그 놈은 술 못 마시지. 밥이라도 먹으면서 소설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고 그래봐야지 쩝.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불합리해, 비논리적이야, 난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 젠장...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가 않다.
........
진심과 선의로써 타인을 대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거지만... 그와는 별도로 대단히 무력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내가 왜 그렇게 그 녀석을 신경쓰는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그럴 뿐이다. 상대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만 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나도 내 판단을 재고하고서 그 녀석이 원하는 쪽으로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녀석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말한 적이 없고, 그걸 모르는 이상 난 거기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 녀석이 나를 더 멀리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씁.
...이전과는 다르다. 그 때의 난 진심과 선의로 타인을 대하는 게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일지는 몰라도, 별로 쓸모가 있는 경우는 적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 때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비웃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나쁜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 녀석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고 멀리하게 된다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
.........
...........
새삼 나 자신이 얼마나 지독한 에고이스트인지를 느낀다.
이런 나 자신이, 과연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_=
건강
없어
늘 감기를 달고 살길래 몸 관리 좀 하라고 타박을 줬는데... 한번은 그 녀석이 조금 이상한 말을 했다. 자기 가문이 꽤 명가인데, 대대로 자기 가문에서 태어나는 남자 두 명 중 한 명은 일찍 죽는다고. 명가인만큼 원수도 많고, 조상들이 못할 짓 한 것도 많은데 아마 그 벌을 받는 모양이다, 남자 친척 한 명은 매우 건강한데 자신 몸은 이 모양이라서 자신도 오래 살 것 같지 않다고 쓰게 웃어 보였다. 그 때는 '어휴 중2병 냄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하고 타박을 줬지만 왠지 좀 마음에 걸려서... 돌아와 녀석 본관으로 구글링을 좀 해보니 확실히 약간 꺼림칙한 이야기가 몇 가지 나왔다.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으니 부정확한 사실도 섞여 있긴 하겠지만.
정말로 무슨 초자연적인 저주 같은 것 때문에 단명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가닥 했다 하는 가문 출신 양반치고 손에 그 정도 피를 안 묻힌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기도 했을 테고. 그런데 그 녀석이 우울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답답하고 열받았다. 젠장. 좋은 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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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 녀석과 그렇게 오래 알아왔다거나 절친한 사이거나 한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거나 해도 한 동안 좀 우울하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종강하기 전에 그 녀석 데리고 밥도 사주고 어디 놀러라도 갈까 같은 생각을 하다가 그런 자신을 깨닫고 약간 놀랐다. 나는 그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상대도 성인이고, 스스로가 정한 삶의 방식이라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도 딱히 나나 남들에게 심각한 민폐를 끼치지 않는 이상은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그 정도로 절친한 사이인 것도 아니고. 순간적으로 '이 놈도 삶을 좀 즐기면 좋을텐데'싶었지만 정작 나 자신부터가 그런 성격이 못 된다. 게다가, 나는...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신뢰하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리다시피 한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더 이상 깊이 연관되지 않고 지내다 때가 되면 졸업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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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_- 그럴 수 있을 리가 있나. 망할.
다음 주에 연락해봐야지. 같이 한 잔 하면서... 아니 그 놈은 술 못 마시지. 밥이라도 먹으면서 소설 이야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고 그래봐야지 쩝.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불합리해, 비논리적이야, 난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 젠장...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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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과 선의로써 타인을 대한다는 건 매우 중요한 거지만... 그와는 별도로 대단히 무력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내가 왜 그렇게 그 녀석을 신경쓰는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그럴 뿐이다. 상대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만 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나도 내 판단을 재고하고서 그 녀석이 원하는 쪽으로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녀석은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말한 적이 없고, 그걸 모르는 이상 난 거기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 녀석이 나를 더 멀리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씁.
...이전과는 다르다. 그 때의 난 진심과 선의로 타인을 대하는 게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일지는 몰라도, 별로 쓸모가 있는 경우는 적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 때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비웃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나쁜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 녀석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고 멀리하게 된다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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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나 자신이 얼마나 지독한 에고이스트인지를 느낀다.
이런 나 자신이, 과연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