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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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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시간이 멈추어 줄 순 없다
요!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 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환상속엔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그것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아무도 그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나 둘 셋 Let's go!
그대는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될 거라고 큰소리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세상은 요!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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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일부 평론가들은 '환상 속에 그대'를 꿈꾸는 대상을 사회적 부조리와 불평등에 각성하지 못한 노동자로, 그들이 꿈꾸는 '환상'을 현실의 온갖 부정과 불의를 외면한 채 장미빛 미래만을 꿈꾸는 무책임함과 무사려함의 상징으로, 서태지를 그런 이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메신저로 해석했다. 그 자체로는 물론 지나친 비약이지만, 그러한 성격의 의미부여가 '아이돌 가수의 댄스 가요 가사라는 철저히 하위 문화적인 존재를 통한 한국 사회의 모순과 병폐에 대한 고발이라는 존재론적 각성'으로 이어지는 창구를 대중들에게 제공한다는 데는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저 노래의 가사가 사뭇 다른 의미로 들린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훨씬 더 일반 국민들의 현실적인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인 금산분리법 완화가 묻혀 버렸다(BBK는 이미 상한 떡밥이고). 이를 통해서 대기업은 금융 자회사를 몇 년 내로 팔아야 한다는 제한에서 자유로워졌고, 멀지 않아 대기업 산하의 은행도 설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기업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큰 돈을 자유로이 끌어다 쓸 수 있게 될테고, 한국의 기형적인 경제 구조는 공고화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인터넷의 진보 경향 블로그나 언론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 공중파에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알고자 하지 않는다.

한국 대중 문화 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 중 하나이며, '정말 중요한 다른 문제들'을 덮어 버리는 스캔들의 중심인물이 젊은 시절 그러한 미망을 비판하는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재미있는, 그러나 씁쓸한 아이러니다. 

서태지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위원회라는 게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실이 아니라 가십거리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국개론의 덫에 걸리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특별할 것 없는 국민의 한 사람이며, 국민의 눈으로 국민을 비판해봤자 그다지 의미가 없다. 하지만 모른 척하지도 못하겠다.

알고는 있다. 이것은 모순이다. 나는 나의 이상이, 대의가 실현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렇게 하고 싶기에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역시 큰 관점에서 보자면 그 환상 속에 매몰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해도 그것이 환상이라는 걸 확실히 알고는 있어야 한다.  

훨씬 더 길게 주절주절 썼었는데 논리 구조가 취약해서 전부 지워 버렸다. 시험기간이니 잉여력이 쩌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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