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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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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정리 겸 슥슥.

1)메모리즈
<그녀의 추억>, <체취 병기>, <대포의 거리>라는 독립된 세 에피소드로 구성된 단편집.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추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 의외로 로맨티스트 맞나 보다(...) SF적인 기술적 배경과 19세기 공포 소설을 연상케 하는 서사 전개가 잘 맞물려 있다. 체취 병기는 독특한 설정을 흥미롭게 풀어낸 재미있는 소품이다. 대포의 거리는 설정만 봤을 때는 가장 기대돋았는데 막상 보니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다. 대포가 설치된 거대한 보루에서 내려다 보는 황무지의 풍경 등 미장센은 그야말로 쩔어주긴 하는데... 다소 단선적인 느낌. 단편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다.

2)잠입자
오오 타르코프스키 오오...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잠들어 버려서 마지막 부분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재도전했는데... ...이번에는 중반 부분에 잠들어서 마지막 30분 정도 남았을 때 깨버렸다...... ....지루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 전날 밤 잠을 적게 잤기 때문이다! ...음, 이래저래 재미있는 부분도 좀 있긴 했는데 아직은 내가 소화할 레벨이 아닌 것 같다OTL  

3)메트로폴리스
비디오 테잎으로 갖고 있긴 한데, 짤린 버젼이라서 풀버젼으로 재감상. 지상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삶을 사는 부자와 권력층(머리), 지하의 컴비나트에서 혹사 당하는 노동자들(손)이라는 이원화된 세계와 두 세계를 하나로 잇고자 하는 처녀 마리아(심장)... 음, 대단히 성서적인 느낌이다.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마리아가 하던 이야기는 세례자 요한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주인공 프레더가 예수 그리스도인 셈인가? 무성 영화인 대신 상영 시간 내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한 연주자 분께 감사.

4)단편선1
6개의 저예산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선2도 있었는데 그건 패스. <화성이 아프다>는 화성 무인 탐사장비를 쏘아보낸 나사의 과학자들과 화성인들의 이야기. 대사가 전혀 없어서 내용 해석에 있어 혼란의 여지가 있다. 화성인들은 사실 대단히 유쾌한 친구들이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아닌 척 한다는 의미인가?; <기억의 여신:므네모시네>는 우주 통신 중계소에서 홀로 일하는 인간의 고독과 그리움이라는 다소 낡은 테마를 다루고 있다. 중간까지는 썩 훌륭했는데 결말이 지나치게 성급해서 주인공의 감정이 잘 와닿지 않았다. <데브리스>는 우주 주유소에서 혼자 일하는 남자의 고독과 권태를 감각적인 연출로 묘사했다. 그런데 좀 지나치게 감각적이라서 MTV 뮤직 비디오 보는 느낌이다(...) <No. 1009>는 인간처럼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로봇의 자기 복제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흔하지만, 음악과 풀 CG로 만들어진 영상은 꽤나 훌륭했다. <솔라트리움>은 설정은 그럴싸 했지만 자체적으로 완결된 서사구조를 가진 단편이라기보다는 해당 설정을 기반으로 한 짤막한 영상 모음집에 가깝다. 구성이 전체적으로 망했어요 수준. 설정 안 읽어보고 이것만 본 사람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 면접>은 10급 공무원 면접을 보러 간 두 남녀의 이야기. 설정도 흥미롭고 연기도 연출도 이야기를 푸는 방식도 중간까지는 대단히 좋았는데... ...처절한 조루 엔딩이 뷁끼. 더 잘 주물러서 1시간 정도 길이의 중편으로 만들어도 좋았을텐데.

5)제로 시티
뭐 하나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는 러시아의 시골 마을에 출장을 간 주인공을 통해 스탈린 시대의 소련을 풍자한 영화. 곳곳에 깔려 있는 블랙 유머에 쿡쿡대면서 보다가 문득 마음이 싸해진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그런데 이건 SF가 아니지 않나?

6)2010 우주 여행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후속작. 보고서 감동했다. 할은 나쁜 놈이 아니었어, 흑. 다만 프로그램대로 행동해야 하는 인공지능으로서 모순된 두 명령 사이에서 가장 나은 결과를 위해 행동한 결과였을 뿐이지. 보통 '컴퓨터의 반란'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자주 언급되던데 그건 좀 에러라고 본다. 그리고 충격의 엔딩. 이거야! 이런 게 SF지!

7)아엘리타, 로봇들의 반란
2차 세계대전을 앞둔 소련에서 스크리아빈 음악 담당(!!!) 그리고 무려 알렉세이 톨스토이 원작(!!!!!!!!!!)으로 만든 선전 영화. 내용 자체는 비교적 단선적이고 평이하다, 프로파간다 물이 그렇지 뭐. 하지만 화성인들의 복장이라거나 건축물 같은 미장센은 대단히 독특하다. 그 시대 미국인들이 보던 '화성인'과 소련인들이 보던 '화성인'의 관점 차이가 드러난 듯해 흥미로웠다. 그나저나 톨스토이 선생, 정치 선전물을 썼다는 건 대단한 흑역사에 스스로도 엄청 치욕이었을 텐데(......) 후반부 들어 갑자기 서사가 폭주하는 걸 보면서 톨스토이 선생이 원작을 쓰던 중 "ㅅㅂ 내가 이 따위 선전물을 써야하다니!" 절규하면서 대충 마무리하는 모습이 연상되서 좀 웃었다. 상당히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화했다던데... 원작이 한국에 들어왔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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