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나는, 잘못된 채로 살아가기로 했다. 살다보면 바뀔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뀌지 않더라도 괜찮다.

난 그를 받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도 그러할까?


해야만 할 일이 있다. 잘 풀려도 딱히 지금보다 나아질 것도 없고, 잘 안 풀릴 경우 최악으로 치닫는다. 여러 모로 손해보는.... 내게 있어서도 리스크가 결코 작지 않은 일이다.

그냥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

결말을 지어야 한다. 내 운명의 자침이 어디를 향해 있건.



 
And


..............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1)

금요일날 종강했다. 학회장과 다음 학기 과대를 뽑고, 종강 총회 뒤 종강 파티가 있었다. 내년에 국문과와 합쳐지는데...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문창과 쪽에서 등단 작가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데, 내년 학회장을 맡기로 된 후배가 최근 등단했었다. 그 때문에 그 후배가 속해 있는 동아리 왕고(그래봤자 나보다 1년 후배긴 한데)가 이제 막 등단해서 제대로 소설 쓰려는 애를 학회장 시키면 어떻게 하냐, 차라리 자신이 하겠다고 우겼다.

개소리다. 국문과와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등단'이라는 '대외적인 결과물'이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이유를 제끼더라도 학과 일을 맡으면 자기 글 제대로 쓰기 힘들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 후배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학회장에 선출이 되었고, 스스로도 그걸 받아 들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이상 지금 와서 그걸 번복할 수는 없다.

2)

...내가 이번 학기 과대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지금보다 좀 더 나았을까.

금요일날, 학회장인 친구놈과 싸웠다. 내가 실무에 있어서-특히 사람 상대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 때문에 속으로 좀 쌓여 있었으려니... 생각했는데, 그 놈 이야기는 약간 달랐다. 그 녀석은, 그것보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 즉 내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화를 냈다.

"1단계는 '인간'이야. 초월적인 가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그저 다른 인간들과 관계를 맺고 하루하루 살기 바빠. 2단계는 '좀 더 먼 꿈과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는 인간'이야. 시 쓰는 데 모든 걸 걸고 있는 후배 하나가 거기에 해당되고. 3단계는 '그를 이룬 인간'이야. 자기 세계가 완성되고 많은 이들이 스승으로 존경하지,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5단계는 신이야. 그는 완벽해. 무엇도 그의 세계를 바꾸지 못하고 누구도 그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어. 그런데 넌 지금 4단계에 있어. 넌 신도 인간도 되지 못하고 있어 지금. 내가 안타까운 게 그 부분이라고!"

.......

난 그 친구의 목소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내내 쌓여 있던 안타까움과 우정, 그리고 거리감을 느꼈다. 걷잡을 수 없이 슬퍼졌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3)

일요일에는 웹진 거울 쪽에서 출판 기념 파티 겸 송년회가 있어서 거기 나갔다. 내 글이 실린 책도 받아 왔고,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 온 사람들도 만났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도 봤고, 누가 쓰러지거나 취해서 싸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없이 편히 술도 마셨다. 그렇게 밤새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아침에 돌아왔다.

그러나, 내 안 깊숙한 곳에서는 모든 게 덧없다는 느낌으로 가득했다.

슬프거나 무력감은 들지 않는다. 그건 이미 겪었다. 잘못된 채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4)

그런 생각이 든다.

변하기 위해 노력했고, 여러 일들을 겪었고, 그리고 결국 실패했다. 아직 좀 더 노력하려면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냥 잘못된 채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게 변하거나, 변할 수 없더라도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게 덧없다는 느낌은 내 안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잘못된 채로 살아갈' 생각이라면, 아직 해야만 할 일이 있다.
 


 
And

나는 평소 거의 화를 내지 않는다. 내게는 화를 내야 할 일과 내선 안 될 일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넘기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다. 물론 감정은 이성에 종속된 게 아니며, 가끔이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화를 내선 안 될 일'인데도 화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도 가능한 그를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대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게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이유는, 상대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욕설을 퍼붓는 대신-그건 한심하고 어른스럽지 못한 일이다- '지금 화가 났음'을 확실히 표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완성된 인간은 항상 고요하고 깨끗한 정신을 유지한다. 그렇게 되고 싶었고, 노력했고, 그리고 실패했다. 그리고 난 잘못되었다면 잘못된 대로 살기로 했다.

이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분노를 억누르는 법이 아니라, '현명하게 분노하는 방법'이다. 오직 그것만이, 내 분노와 명예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

눈이 내린다.

And

...그렌라간 패러디는 이제 좀 식상하긴 하지만 너무 싱크로율이 높아서(.....)

구성이 좀 들쭉날쭉하고 신 캐릭터의 출연 때문에 구 캐릭터 모 양(지못미ㅠㅠㅠ)의 비중이 심각히 축소되서....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서'와 달리 이번 '파'는 약간 문제점이 많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잘 봤다, 재미 있었음.

PS=......이제 시험 공부 해야지 후ㄱ-

PS2=별 관계는 없지만(....) 서의 최종 보스였던 라미엘땅의 모에한 면모(.......)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3=서의 차회 예고에서 '다음 번에 화려하게 등장할 것 같았던' 포스를 작살나게 뿌렸던 카오루는 몇 장면 안 나왔다(....) 하지만 이번 파의 차회 예고에서 나온 카오루의 독백대로라면 역시, (드래그) 신극장판 에바는 오리지널 당시 서드 임팩트가 발생하고 세계가 리셋된 이후 진행되는 엔드리스 에이트(....)라는 설이 유력할 것 같기도 하다, ㅇㅇ....

PS4=신지에게 어른이 되라고 꾸짖는 겐도. 어른이 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고는 떠나려 한 신지.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겐도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으며, 거기에서 정말로 떠나 버렸어도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스스로 되돌아 왔다. 그냥 떠났다 해도,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이 장면은 내게 있어서도 특별히 의미가 깊어 보였다.   

PS5=마리땅 항가항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종강할 때까지 블로그질 안 할 생각이었는데 기록해 두고 싶은 일이 있어서 슥슥.

친한 동기놈 및 후배놈 하나랑 어제 술을 마시러 갔었다. 졸업한 선배 및 동기들에 대한 추억, 이번 학기 여러 모로 망가져 있던 나에 대한 충고, 내년 임원을 누구 뽑을지, 마음에 안 드는 선배 및 만학도에 대한 뒷담화 등이 오가다가... 화제가 순수 문학과 장르 문학으로 옮겨 갔다.


나:나 같은 경우에는 입장이 되게 미묘해. 내가 쓰는 소설은 명백히 순수 문학이라고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판타지도 아니란 말야. 일종의 경계 지대에 있지. 순수 문학? 물론 먹고 살기 힘들지, 하지만 그들은 하다 못해 가시밭길을 간다는 명예와 사람들의 찬사라도 받을 수 있지, 하지만 나나 나와 비슷한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그렇지도 못해. 문단에서는 정통성에서 벗어나 있다고 까이고, 기존 장르 팬들에게는 고루하고 보수적이라고 까인다고. 나 학교에서는 교수님들에게 독창적이지만 기본이 부족하다는 이야기 자주 듣지? 하지만 서울 쪽에 친하게 지내는 형들이 몇 명 있는데, 그 형들은 라이트 노벨 쓰거든? 난 그 형들한테는 순문학하는 놈들은 이래서 안 된다는 소리 듣는다고, 망할.

후배:형, 형 말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그거 피해 의식 아니에요? 솔직히 나도 순수 쪽이고, 시 전공이니 형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교류를 거부하고 있는 건 그쪽도 마찬가지로 보여요.

나:피해 의식이 어느 정도는 깔려 있어, 나도 인정해. 하지만 너무 속터진다고. 이영도나 듀나 같은 작가들은 10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계속 새로운 작품을 내놓고 있고, '우리들'의 내부 기준에서 보자면 명백히 진화하고 있단 말야. 하지만 문단은 그들에게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갖고 있다고는 평할 망정 장르 소설들도 고유한 법칙과 논리가 있고, 또한 그것들이 나름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면한단 말이다. 다만 '참신하고 재기발랄하다'라는 평가 하나만을 내리고서는 그 이후의 보다 진보된 작품들에 대해서도 계속 그 이미지만을 덧씌우고 있을 뿐이지.

후배:장르 문학이 홀대 당한다는 건 일리가 있어요. 형 말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고. 그래도 불구하고, 교류하고자 하는 노력-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의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건 장르 문학 쪽도 마찬가지의 문제라고 봐요. 물론 원인을 제공한 건 기성 문단의 권위적인 태도일지 몰라도,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문을 닫고 있는 건 똑같아 보여요.


자리가 파한 뒤, 기숙사로 올라오며 여러 생각을 했다. 후배놈의 말도 확실히 일리가 있긴 하다. 대체로 장르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반권위적인 경향이 있는 편이고, 어떤 이들은 평론가 따위 전부 잉여 쓰레기 취급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물론 순문학을 하는 작가들에게서도 나타나긴 한다. 훗날 공개된, 유명한 작가들의 일기나 편지를 보면 '평론가 XX가 감히 내 소설을 깠다, 나중에 나 잘 나갈 때 두고보자' '자신은 소설 한 줄도 못 쓰는 주제에 남 씹는 걸로만 연명하는 개객기' 등등으로 적어 놓은 게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순문학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체계화된 이론적 기반 위에서 평론가의 권위가 확고히 자리 잡아 왔으며, '평론가를 싫어하는 작가'들도 명료한 기준을 통해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을 판단할 수 있는 일정한 권위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보자면, 장르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권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며, 장르의 형식에 특화된 비평 이론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경향이 있다. 그들은 대개 '예술성 따지는 건 순문학에서나 하라고 해, 우리는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걸로 만족한다능'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나 예술성과 오락성은 서로 배치되는 가치가 아니다.

후배와의 대화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 장르 문학(그리고 거기에 큰 교집합 부분이 있는 '경계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순문학에 대해 필요 이상의 피해 의식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나도 대학에 와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비로소 느낀 것이지만, 일선의 교수님들은 장르 문학을 생각보다 '하급하게' 취급하지는 않는다-물론 하이틴 로맨스나 이고깽물, 게임 판타지 같은 건 아예 논외다-. 다만 장르 문학을 읽는 것보다는 스스로의 전공인 순문학을 연구하는 걸 우선시 하며, 장르 문학 고유의 코드나 기반에 깔린 정서를 잘 이해하기 힘들어할 뿐이다.

그 후배는 '순문학도, 장르 문학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폐적인 세계에 갖혀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그 분석은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웹진 거울 쪽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가 나왔다시피, 장르 문학도 스스로의 기반을 확장시키고 진정한 의미에서 진보하기 위해서는 고유한 문학 이론을 정립하고 그를 체계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내부적으로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을 가름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잘 팔린다고 해서 그것이 독자와 소통이 된다는 증거인지에 대해 토론이 오가고,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문학상도 제정하고(이건 소규모로 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불안정하다, 역시 큼직한 재단 같은 게 필요해OTL).

'순수 문학'에도 '장르 문학'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와 같은 입장, '경계 문학'을 하는 입장에 있다는 건- 관점을 바꿔보면 양쪽 모두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And
최근 몇 개월 들어,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되찾았다는 기분이 든다. 인간사에 있어 부침이 없을 수야 없는 법이지만 내게 있어서는 부의 시기보다는 침의 시기가 훨씬 잦았다. 난 이제 인정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함에 있어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낄 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합당하다는 걸. 그리고 그와는 별도로 내게 있어서도 그것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는 걸.

몇 번이나 견디다 못해 무너졌고, 그 때마다 오직 나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잘못된 것이라면, 그 잘못됨마저 인정한 채 살아갈 수 있다. 지금에야 비로소 그럴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난, 강하다.

그리고, 오늘은 첫 눈이 내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그리 쉽지만은 않았어
지친 나의 영혼을
다시 돌아보며 산다는 게
내게 너그럽지 못했던
세상 모든 것들이 여전히
감당하기 힘들어

뭐가 중요한지 누가 옳은지
아무도 알수 없어
oh I know it's over
날 버리고 싶어
oh I know it's trouble
워 되돌릴순 없어

나의 가슴 속에 담아둔
나의 작은 소망은
나의 인생이 끝나는 날
내가 살아왔던 날들이
나쁘진 않다고 누군가
말해줄 수 있다면

뭐가 중요한지 누가 옳은지
아무도 알 수 없어
oh I know it's over
날 버리고 싶어
oh I know it's trouble
워 되돌릴 순 없어

oh I know it's over
날 버리고 싶어
oh I know it's trouble
워 되돌릴 순 없어

oh I know it's over
날 버리고 싶어
oh I know it's trouble
워 되돌릴순 없어

-----------------------------------------------------------------------------
몇 번이고 무너지고, 몇 번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구나.

나 홀로, 나 자신을.


여전히, 난 '기쁨'을 모르고 있다. 내 안의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도 여전하다. 그래도 괜찮다. 살다 보면 그게 무엇인지 깨닫고, 어쩌면 고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잘못된' 것이 아닐지도 모르고, 정말로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렇다면 그냥 잘못된 대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바뀌었기에.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


Forever, and ever.

Amen.



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광대가 자신의 본성과 직면하게 된다. 이 카드는 연인 카드와 같은 구도를 하고 있지만, 천사의 자리에는 악마가 앉아 있고, 벌거벗은 두 남녀는 사슬에 묶인다. 사슬은 욕망의 사슬이며, 그들의 사랑이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타락했으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이 카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동물적인 본성, 원초적인 욕구, 욕망, 유혹, 어두운 면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강렬한 힘을 의미하며, 원초적인 생명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영역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 본성을 외면하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다....



........

..........

............



 

  꿈을 꾸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그 분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그 꿈속에서 내게 미소 짓고 있었다.


  예전에 독수리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이면, 모든 길짐승과 날짐승들이 각자 둥우리에 틀어 박혀서는 폭풍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오직 독수리만은, 절벽 끝에서 그 폭풍이 몰아치는 걸 꼿꼿이 바라본다고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날개를 펼치고 몸을 솟구쳐, 난마처럼 뒤엉키는 바람결을 타고 드높이 날아오른다- 거센 바람이 그의 전신을 때리고, 저 아래 지면으로 끌어 내린다. 그러나 독수리는 굴하지 않는다. 비상의 그 순간에, 독수리는 이미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에 이르렀을 때 독수리는 결국 그 난폭한 바람의 끝자락을 박차고 올라, 고요한 저 하늘 높은 곳 가운데서 대지를 할퀴는 그 폭풍을 내려다본다고 한다.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그 눈동자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1)
2학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집에 와 있다. 오랜만에 어머니도 뵙고 누나도 만나고 서울 쪽 친인들과 약속도 잡고 하면서 잉여잉여 노는 중. 역시 집이 좋구나.

2)
월요일까지 처리해야 할 과제가 3개 있다. 하나는 소설, 하나는 시, 하나는 희곡 관련인데...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들인데도 묘하게 '실존주의'라는 하나의 테마로 엮이는 느낌이 든다. 이 과제에서 써먹은 문장이나 논지 전개를 다른 과제에서 써먹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 중이다, 같이 수업 듣는 애들 몇 명은 눈치 채겠지만 점수 주는 거야 교수님이니 상관 없ㅋ엉ㅋ(....) 어쩌면, 본질과 실존의 문제란 건 최근의 나 자신에게도 중요한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3)
<타로 카드 22제> 편집본이 도착해서 검토 중이다. 크게 고쳐야 할 부분은 없지만-크게 고칠 수도 없고- 몇 가지 소소하게 손대야 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제 늦어도 한 달 뒤면 책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한 페이즈 클리어했다는 안도감 같은 감정은 들지만, 여전히 별로 기쁘지는 않다. 그러고 보니 내년 소재별 단편선도 거의 소재가 정해진 분위기로구나, 이번에는 정식 출판도 될 모양인데... 그쪽에 도전해 볼까.

4)
최근 쓰기 시작한 새 단편은 '늑대'가 주인공이다. '아는' 사람이 본다면 '뉨 이건 왠 레드탈론인가효, 왜 레드탈론 트라이브북에나 들어갈 만할 글을 뉨이 쓰고 있음?' 같은 반응이 돌아올 것도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어(...) 늑대의 바디 랭귀지에 관해 나와 있는 참고용 사이트 몇 개.

 http://www.timberwolfinformation.org/kidsonly/posture/postures.htm

http://wolfsdenhome.proboards.com/index.cgi?board=pawprints&action=display&thread=60

http://www.joysf.com/4020429

http://www.arsimagica.net/~eccles/roleplaying/werewolf/gifts/

맨 마지막 링크는'바디 랭귀지'라기엔 좀 미묘하긴 한데(...) 뭐랄까 워울프들은 전사들이고 기프트 동원해 싸우는 것도 바디 랭귀지 맞긴 할... 거야 아마도(........)

5)
가끔씩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면 생각이 극단적으로 치닫곤 한다. 어쩌면 내가 '인간성'이라는 것에 지나친 판타지를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실패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견디면서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6)
슬슬 약속 시간이 되 간다. 나가 봐야지.
And


--------------------------------------------------------------------------

지인들 블로그를 돌아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구나.

내가 지금껏, 단 한번도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이나 만족을 느껴보지 못한 이유도 그것 때문일까.


.....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도 있을 거라고 믿은 때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래도 괜찮다,
나쁘진 않다.
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들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일상의 공포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기형도 作

--------------------------------------------------------------------------------

어제 큰 행사 하나를 마치고, 애들과 술을 마셨다. 헤어진 뒤 홀로 기숙사로 올라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난 여름 생겼던 그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번민하게 만들고 있다. 어떻게든 견딜 수 있으라리고 여겼지만 역시 좀 무리였던 모양이고, 이번 학기는 벌써 절반 이상이 지나가 버렸다.


솔직해지자.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하지만, 그로 인해 벌써 몇 달이나 시달림 받아 온 지금도 여전히 견디기 힘든가?


답은, '아니오'였다.

인정한다. 아직도 아프다. 하지만,

견딜 수 있다.

And

이번의 소위 ‘홍대녀 루저 발언’에 대해서... 당초에는 ‘볍진이 볍진 같은 소리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신상까지 털리고 있는데 굳이 나까지 뭐라고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영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몇 자 적는다.

사실 그 여자가 키 180이하 남자는 루저라고 여기건 말건 나는 알 바 아니다. 그 여자가 무슨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보아 온 바로는 키를 비롯해서 별로 ‘조건’ 안 좋은 사람들도 다들 때 되면 잘만 결혼해서 애 낳고 살더라. 나도 키가 상당히 작지만, 내 키가 문제라고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공중파에서 대놓고 저런 개드립을 친 건 충분히 개념 없는 짓이고 까여야 할 일이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짜증난 부분은 다른 데 있었다.

이후 올라온 그 여자의 사과문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공중파에서 대놓고 그런 소리를 한 건 죄송하지만 180이하인 남자는 루저라고 여기는 건 제 신념이므로 그에 대해선 사과할 수 없다.’

........니미-_-

‘신념’이라는 건 고귀한 가치다. 그 방향이 설령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그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더 없이 힘겹게, 그리고 간절하게 추구하는 것이 아니면 신념이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

비전향 장기수들을 보자. 북한 체제에 충성한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그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전향 서약서 한 장 쓰면 끝날 일을 가지고 수십 년 동안 감옥에서 머무르다 결국 송환됐다. 비록 잘못된 것일망정 그들이 희생해야 했던 것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그렇기에 그에 동조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나는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을 ‘신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여자의 발언은 편협함과 무지함으로 가득 찬 덩어리일 뿐이다. 그 여자는, 신념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다. 내가 열받는 건 그 부분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그 여자 싸이 캡처에 적혀 있던 '다름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해주면 좋겠다'라는 글귀다. 관용은 불관용을 배격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다. '키 180이하 남자들은 싸그리 루저'라는 얄팍함과 천박함으로 가득찬 말을 인정한다면, 진정한 관용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단순히 다른 것'과 '아예 글러먹은 것'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 여자 개인에 대해서는 분노할 가치가 없다. 세상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진정 분노해야 할 일이 많다(결국 시작되고 만 4대강이라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념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너무 가볍게 쓰인다는 것, 그리고 똘레랑스의 본질에 대한 무지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문제는 유독 그 여자만이 갖고 있는 게 아니기도 하다.

PS=그 여자 사과문에서는 Luser라고 적었더라. Roser 병시나, 인예대인 나도 안다!(....)

PS2=이번 일에 대해서는 허지웅님 정리가 좀 짱인 듯.  http://ozzyz.egloos.com/4272862

And
난 어떠한 조직에 속해서는 안 되는 타입의 인간인 모양이다= =;

요즘 학교에서 총학생회 투표 기간이다. 그러나 이전부터 학생처와 총학(그리고 내부의 후보들) 간에는 불협화음이 있어 왔고, 최근에는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져 나오며 투표가 무효화되었다. 오늘이 재투표였는데... 어차피 총학은 학생들 복지에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자기들 권력 싸움에만 여념이 없다고 보고 있었기에 투표를 안할 생각이었다. 오늘 수업 하나는 휴강이고 다른 하나는 교수님이 출장 중이셔서... 기숙사에서 웹서핑하고 있었는데, 학회장놈에게서 투표 참가하라고 문자 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학생들 복지고 나발이고 신경 안쓰고 내부의 파워 게임에만 눈이 벌게져 있는 총학 따위는 내가 신경쓸 바가 아니다... 고 여기고 있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과대다. 투표에 참가하라는 게 학과의 입장이라면, 그에 참가하고 하지 않고는 내가 결정할 문제지만 적어도 전달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학회장놈한테는 별로 안 내킨다고 투덜대면서도 일단 가급적 투표 참여하라고 문자를 돌렸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난 여전히 이번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여기며, 아직 몇 시간 여유가 남았지만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판단이며, 만일 내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과대로서 위에서 내려 온 전달을 내 임의로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속으로는 투표 안하기를 바라면서도 일단 전달은 했는데....

뭐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우슈비츠의 가스실 담당자도,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했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이 진정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타난 '악'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 역시도 내가 3학년 과대라는 의무감 때문에 정작 중요한 걸 놓친 게 아닐까. 물론 이번에 투표를 하느냐 마느냐는 사소한 문제다. 그러나 나 역시도 조직과 집단에 속하게 됨으로써, 한나 아렌트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선량한 개인이며 사악한 조직인', '가장 평범한 악'이 될 소지가 있지 않을까. 이번 일이야 뭐 사소한 것이니 그것까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신은 여기서 환영 받지 못한다."

이 영화의 헤드 카피다.

사실 웰즈의 <우주 전쟁> 이후로 일반화된, '압도적인 힘과 지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저항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이질적 타자'로 외계인을 정의하는 것은 갈등구도의 단순화를 통해 보다 많은 관중에게 어필해야 할 필요가 있는 헐리웃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나 주종을 이뤄왔을 뿐이다. SF 소설에서는 꾸준히 다른 유형의 외계인들이 등장해 왔고(렘의 <솔라리스>나 크라이튼의 <스피어>처럼 접촉한 이의 정신세계를 투사한다거나,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에서처럼 비교적 합리적이고 온건한 형태로 접촉해 온다거나), 지구인과 외계인의 갈등이라는 표피 아래 정치적 사회적 상징성을 담아 세련되게 표현한 작품들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참신하다고 여기는 요소인 '일반적인 지구인보다 지적이지도 세련되지도 못한, 너절하고 구질구질한 내키지 않는 이웃'으로 외계인을 묘사한 점은 그렇게 특기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비롯한 선구자적인 SF작가들은 반대로 지구인들이 옮긴 치명적인 질병으로 멸망의 위기에 처한 외계인들이 언젠가 돌아올 지구인들을 기다리며 복수의 도시를 건설하는 이야기 같은 걸 쓰기도 했고.  

그러나 이 영화가 좀 더 특별한 이유는, 그러한 '구질하고 너절한 모습의 외계인들'이 있는 장소가 외계의 어느 먼 별이 아니라 바로 지구이며, 벽을 통해 외계인 거주구역이 격리되어 있다는 배경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부분적으로 차용한 영화의 서두에서, 카메라는 고양이 사료 통조림에 열광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인간의 옷을 훔쳐 아무렇게나 둘러 입은 외계인들의 모습을 비춰주며 또한 그런 외계인들을 무시무시하거나 적대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귀찮고 떨쳐 버리고 싶은 이방인 취급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병치해서 보여준다. 주인공 역시도 그러한 현실에 분노를 느끼고 외계인 권익 보호에 앞장서거나 반대로 외계인 격리 조치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인물이 아니라, 적당히 덜떨어지고 심약하며 속물적인 '극히 평범하거나 혹은 평범 이하인' 인물이며, 이러한 배경은 관객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이 현실 풍경들과도 중첩된다.

서사 매체는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감상법이지만 현실과 접목하여 해석을 이끌어내는 것도 감상자로써는 놓치고 싶지 않은 재미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외계인들이 소수민족이나 장애우, 성적 소수자 등 이 세계의 그늘에 속해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로 보였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남아프리카의 인종문제 역시도 겹쳐 보였고. 넬슨 만델라의 결단 이후로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지금껏 누적되어 온 문제들이 해결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굳이 그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미디어 권력의 사실 은폐나 정치와의 결탁, 인간의 탐욕 등 곰씹어 볼 거리가 많은 훌륭한 영화다.

PS=마지막 장면 보며 패닉의 노래 UFO가 떠올랐다. "날아와 머리 위로 날아와~ 어두운 하늘 환히 비추며 솟아~ 모두를 데려갈 빛을 내리리~"

PS2=남아공 사신다는 어떤 분의 리뷰. http://theonion.egloos.com/5062252

PS=3년 뒤면.... 2012년!? ...그러쿠나! 마야 인들은 프런들의 역습을 예견해서 달력을 만든 거였고 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가 이 영화 후속이었쿠나!(믿으면 골룸)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 10여 년 전, 고등학생일 무렵에 돌려보다가 세이브 파일을 날리는 바람에 포기했는데.... 다시 해보니 꽤 재미있다. 주인공 파티는 4명 뿐이지만 잡 체인지 시스템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키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듯. FF6 같은 경우에는 워낙 스토리가 좋은데다 캐릭터들도 많고 관련 이벤트도 풍부해서 그 재미로 한 거지, 이래저래 취향껏 파티를 키우는 재미는 없었는데 5는 질리지 않고 한참 플레이할 수 있지 싶다(...님하 과제랑 소설은 어쩌고).

옛날에 플레이할 때는 대사고 뭐고 대충대충 넘겨 버렸는데... 찬찬히 읽어가며 다시 하는 중이다. 불의 크리스탈 이벤트를 보고 전직할 수 있는 잡 중에 적마도사가 있는데, 회복과 보조 마법에 특화된 백마도사나 공격 마법에 특화된 흑마도사와는 달리 양쪽 모두를 어느 정도(백마나 흑마의 절반 정도) 쓸 수 있고, 무기 전투도 그럭저럭 한다. .....당연히 초반에 반짝 좋다가 중반 이후로는 칼은 칼대로 안 박히고 마법은 마법대로 그슬리기만 하는 개안습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D&D로 치자면 그야말로 바드에 필적하는(.........) 암울하기 그지 없는 위치인데, 폰트가 멋있어서 캐릭터 하나는 버린다는 마인드로 키워볼까 생각 중이다(....)

그러던 차 디씨 고겜갤에서 발견한 적마 까는 글들 모음집. 눈에서 땀이 나온다...;; 적마 불쌍해 적마, 그렇다고 키워 주겠다는 약속은 차마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불쌍해 적마...;ㅁ;

http://gall.dcinside.com/list.php?id=game_classic&no=130147&page=1&search_pos=-126929&k_type=0100&keyword=%EC%A0%81%EB%A7%88%EB%8F%84%EC%82%AC
 
PS=윌스 성은 발더스 게이트2의 아스카틀라에 필적하는 막장지역인 듯 ㅇㅇ. 폐허가 되거나 한 것도 아니고 멀쩡히 사람들 살고 있는 성 지하에 뭐 이렇게 살벌한 몬스터가 우글대냐능... 어떻게 되 먹은 동네가 락샤사에 마플에 리치까지 튀어 나오는 도시 속의 마경이랑 맞먹냐= =;

PS2=그 시절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불태운 화리스 누님의 아릿다우신 자태는 여전하시고도... ㅎㅇㅎㅇ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계속해서 블로그에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곤하다 피곤하다 노래를 부르고는 있었지만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상태가 심각했던 모양이다- -a

어제, '요즘 계속 피곤했으니 좀 일찍 자야지'라고 생각하며 11시 반 쯤 침대에 누웠다.
오늘,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저녁' 6시 반이었다.

.......아니 수업 안 들어간 건 둘째치고, 19시간 동안 혼수상태처럼 자 버렸다!!??

대충 씻고 밥먹고 왔더니... 전신이 찌뿌드드하다, 으으윽-_- 수업 빠진 거야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이번엔 계절 학기라도 들어서 땜빵해야지orz

샤워하고... 과제나 마저 하자....;ㅁ;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1)

시밤 나랑 싸우자 알베르 카뮈.......;ㅁ; <페스트>를 상징학적 관점에 의거해 시지프스 신화와 비교 분석하는 과제를 두 달 가까이 잡고 있다. 페이지가 쓰러지지 않아서 피 토하다가 결국 어떻게든 본 텍스트는 한 차례 정ㅋ벅ㅋ했지만 참고 문헌이 두 권 더 남았다. 똑같은 책 3권을 계속 반납했다가 다시 대출해 가기를 너댓 번 반복하고 나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뭐랄까... RPG를 하면서 대충 3/4 정도 클리어 해서 레벨도 제법 올랐고 템도 어느 정도 맞췄지만 마지막 던젼에 도전하기엔 아직 무리인 그런 상황인데, 갑자기 마왕이 '용사놈들의 싹을 자르겠다'고 선언하고는 중간 난입을 해온 듯한 느낌. 그런 느낌.

2)

제일 스트레스 받던 문제인 졸업 여행 준비는 어떻게든 대충 되 간다. 이제 애들을 닥달해서 돈을 걷는다는 가장 빡센 과제가 남았다(...) 여행 가서 어떻게 즐길 지는 아예 계산 밖이다, 다른 애들은 서로들 친한 편이니 알아서들 놀테지(...) 나는 3학년 과대다. 중요한 건 어떻게 일을 별 문제 없이 잘 처리하느냐지, 내 개인적인 즐거움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는 학술제구나, 우와 쩔어......

3)

본격 2차 세계대전 만화 완독. 놀랄 만큼 뛰어난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덕후 개그도 실제 전쟁사의 전달도 제대로 못하고 메롱이 된 에피소드도 있다. 미국이 세계 경찰입네 하며 거들먹 거리는 게 고삐리 시절부터 재수 없었는데, 그러한 행동의 배후에는 일종의 공포와 불안이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언제 강의 시간에 뒷자리에 앉아서(...) 감상이나 써볼까.

4)

원래 20일까지 소설 내야 하는 게 있었는데 이틀 당겨져 18일까지 내야 한다. 우왕ㅋ썅ㅋ

5)

매주 일요일 저녁 겁스로 OR을 하며 좀비물 캠페인을 뛰고 있다. 일단은 생존물이긴 한데... 요즘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긴 했나 보다. 패고 쏘고 썰고 던지고 굴리고 박살내는 걸 하고 싶어, 룰은 D&D4판이 좋을 거 같아

6)

인간 관계 관련해서... 별 생각 없이 행동했다가 지나고 생각해 보니 바보짓 같았다고 여겨지는 일이 있어서 기분이 뷁끼. 아 젠장.... 애초부터 친해 지리라는 기대도 별로 안하긴 했지만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는데, 가능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식을 생각해 두긴 했지만 영 찜찜하다. 상대가 남자라면 걍 까놓고 내 딴에는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하게 행동한 건데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결례가 되었다면 미안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 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겠지만 여자인데다가 기혼자이니 애매하다.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하는 걸까. '관계'라는 건 늘 어렵다.

7)

오전 수업 밖에 없는 수요일은 좋은 날. 밥 먹고... 희곡 분석 과제 하나 대충 마쳐 놓고는 저녁 때 영화나 보고 올까, 디스트릭트9가 재미있어 보이던데.

8)

내일 예비군 훈련이다. 으;ㅁㄴ허;ㅁ겋ㅎ;ㅓ허;ㅠ노ㅓ도ㅜㅇ;니루ㅠㅅ; 이하는 배명훈님의 <예비군 로봇>의 한 구절.

"동네를 지키란 말입니까? 도대체 이 동네에 뭐가 있다고!!"
"잠들면 안 돼! 정신차려!"
"이 옷만 입으면 이상하게 졸음이 와요."
"정신 바짝 차리고 견뎌내란 말이야!"
"추워요."
"안돼. 정신차려!"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어요."
"넌 할 수 있어! 할 수 있단 말이야!"
"빵이 먹고 싶어요. 우유도."

....슬퍼! 매년 겪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슬퍼;ㅁ;!!!!!!!

+

신종 플루로 인해 훈련이 연기됐다고 한다. 걍 앗싸리 취소를 해 줄 것이지 연기는 또 뭐야-_-

9)

여전히 아픈 상태.

10)

오늘의 짤방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굽시니스트님 블로그에서 2권이 나온다는 광고를 접하고 바로 초판 구매했다. 초판 부록인 렌즈 클리너와 가름표도 무사히 도착. 예끼24 장난하나효? 당일 발송은 무슨 얼어죽을 당일 발송인가효? 30일날 아침에 주문한 게 오늘 오후에 도착했는데 싸울래연?

이제 첫번째 에피만 봤지만 장렬히 뿜었다.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격 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커 입이 그러다가 찢어진 거였냨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심영 지못밐ㅋㅋㅋㅋㅋ 게다가 촉ㅋㅋㅋㅋㅋ수ㅋㅋㅋㅋㅋ 뭐야이거몰라무서웤ㅋㅋㅋㅋㅋ 하지만 가장 감동 받은 패러디는 스위스의 일러스트레이터인 HR 기거의 유명한 그림 <Li 2> 표정을 짓고 있는 김일성. 개인적으로 기거의 그림들을 좋아하는 터라 전혀 예상 못한 부분에서 패러디된 걸 보고 감동 받았뜸.

상세 감상은 언젠가 천천히(....) 바쁘군하 젠장.... 졸업 여행 준비도 마무리해야 하고 소설도 18일까지 내야 하고 아직도 남은 행사들은 많고... 빡세면 잡생각 안 든다고 한 새퀴 누구야 샹, 날도 추운데 잡생각이 폭주하는 구만, 씁.

+

나란 놈은.... 정말이지 '서툴다'는 것을 종종 절감하곤 한다. 어렵구나. 긴장 풀지 말고... 조심해야지... 끙.

난, 왜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을까. 포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정말로 포기하기를 원했다면 지금처럼 행동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왜... 일까.
And

I hear footsteps closing in
I recognize them from my early days
The times are different the image remains the same
Repeating backflashes remembering the name
Approaching visions of things
I can't recall
A familiar smile awakes the pain
Unkept promises
The night awaits
The act of confidence
The kiss of Judas
I feel the lips on my cheek
The kiss of Judas
Haunts me once again
In your private chamber you're all alone
The well earned silver pieces falling to the Floor
The flame of the candle casting movement to the wall
Your eyes filled with guilt keep staring at the door
Approaching visions of things
I can't recall
A familiar smile awakes the pain
Unkept promises
The night awaits
The act of confidence
The kiss of Judas
I feel the lips on my cheek
The kiss of Judas
Haunts me once again
Unkept promises
The night awaits
The act of confidence
The kiss of Judas
I feel the lips on my cheek
The kiss of Judas
Haunts me once again
Unkept promises
The night awaits
The act of confidence
The kiss of Judas
I feel the lips on my cheek
The kiss of Judas
Haunts me once again

------------------------------------------------------------------------
......

불쑥 떠오른 예전 기억이 머릿속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는다. 애써 좋게 생각하려고는 하고 있지만.... 너무도 쓰다.

아마도 요즘 피로가 많이 쌓인 나머지 감정이 불안정해진 탓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힘들게 지내면 잡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난 그 기억이 내 안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恨으로 남으리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젠 그를 확신한다.


비도 부슬부슬 뿌리는 게, 딱 핼로윈 날 밤 답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IS IS HALLOWEEEEEEEEEEEEEEEEEEN!!

And

"O soft embalmer of ye still midnight,
Allow me thee to adown
Of an sort thou fancieth;
Each holdeth its own fancy, I say -
Yet the pleasure we partake in
Was caus'd by the fang'd grin,
Save!, do I for him anger hold?:
Nay - I knew I was fey!"
"Had I what it taketh, I would do;
I sense - I cannot sense,
I am - yet! I am not -
Once I kiss'd the image
Of the Seven Angels of Death."
"Yet as thou so didst,
On my lips a kiss landed,
And with the shadow blended
The tendermost silken mourn;
In whic
h the light hidden is -
Yon Hell's brazen doors
Wrathfully it trieth to push."
"Then, lo! the Bleak Death,
Serpent-like 'twixt the breasts crept:
Hush'd with a gasp of life's breath,
Together red tears they wept,
And pass'd the procession of dancers dead -
As in darkness were we lock'd in wed."
"Hush'd with a gasp of life's breath,
Together red tears we wept - in vain,
And pass'd the procession of dancers dead -
As in darkness were we lock'd in wed:
I kiss'd the Seven Angels of Death."
"And Hell open'd its doors,
Yet what was 'fore my eyes
But if not the brightest light."
"Yet what was 'fore my eyes
But if not the brightest light."

------------------------------------------------------------------------------
일이 있어서... 옛날 메일함을 뒤지다가, 우연히 몇 통의 메일을 발견했다.

.........

가을 달이 밝다. 오랜만에 한 잔 할까.

And

딱히 평균보다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한 적 없었는데, 요즘 들어 상식이 부족하다거나 뭔가 미묘하게 나사가 빠져 있다는 게 자각이 되기 시작했다(...)

예시1)졸업 여행 관련해 회의가 있었다. 회의 중에 결정된 사항은 머릿속에 넣어 뒀지만 회의가 끝나자 마자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지 확인해 봐야겠다 싶어서 전화로 다시 물어봤다, 무슨 생각하고 있던 거냐고 무려 5학번이나 차이나는 후배샛퀴한테 핀잔 들었다. 화낼까 생각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이거 좀 굴욕인 듯-_-

예시2)그동안 거울 책은 늘 현지 직거래로 사느라 온라인 주문은 한 적이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번에도 느긋이 학기가 끝난 다음에야 샀겠지만... 교수님께 드리려면 좀 빨리 사둬야겠다 싶어서 처음으로 온라인 주문을 시도했다.

1차 시도:집전화 번호가 비었뜸
........-_- 편집장님께 메신저로 물어봤더니 걍 폰번호 두번 입력하라고 대답해 주셨다, 왠지 창피했다(......)
2차 시도:우편 번호 넣으셈
네이뷁한테 물어봐서 해결.
3차 시도:비밀 번호 치쇼
슈ㅣ발 페이지 넘어갈 때 마다 초기화 되지 좀 마...
4차 시도:이제야 제대로 됐다... 싶어서 다시 보니 1권만 주문한 걸로 되어 있길래 처음부터 다시= =;;;

그래서 결국 주문 완료.

.........젠장 이 나이 먹고 뭐야 이거orz 설마 나 진짜로 머리가 나쁜 건가;;;;;
   
+

보궐 선거다. 부재자 투표 신청을 진작에 했어야 하는데... 학과 일이다 뭐다 해서 바쁘던 참이라 잊어 버렸다-_-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And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해에도 어김없이 거울 대표 중단편선 출간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2009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은 21분이 참여한 22편의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총 6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 속에서 지난 한 해 거울이 이룬 성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외에도 거울이 지난 2년간 준비해 온 새로운 소재별 앤솔러지 [타로카드 22제]도 함께 만나실 수 있습니다.

22명의 거울 필진이 각기 메이저 아르카나 타로 이미지를 가지고 작품을 썼습니다. 총 22편 중 20편이 미공개 신작으로, 모두 [타로카드 22제]를 위해 준비한 글입니다.

예약 판매 기간 동안 구입하시는 분들은 각 권 1,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예약 판매 기간 (10월 24~12월 15일)에는 거울 우송비를 3,000원에서 2,000원으로 낮춥니다.

거울의 신화, 거울을 이끄는 힘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2009 환상문학웹진 거울 중단편선

소설로 다시 태어난 예언과 환상의 타로카드
[타로카드 22제]


거울 종이책 게시판에서 예약 받습니다.

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bookstore

---------------------------------------------------------------------
<타로 카드 22제>에는, 오랫동안 힘겹게 써 내려 간 내 글이 들어가 있다.

어디 가서 자랑하거나 할 일은 아니긴 하다. 정식 등단도 아니고, 출판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니.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읽히는 첫 글이 되는 셈이니 내게는 결코 작지 않은 의미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좀 부끄럽기도 해서... 그냥 편집장 누님에게 닉네임으로 올려달라고 할까 하다가 본명으로 올리기로 마음 먹었다.

비록 아픈 상태지만 좋은 소식이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일단 내 것 하나랑... 교수님들께 드릴 것까지 해서 3권은 사야지. 거울 주문확인 게시판에 익숙한 이름(이나 닉)들이 보여서... 졸업한 동기들이나 마지막으로 본지 1년이 넘은 고등학교 동창들에게까지 연락해 광고한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좀 뿌듯하다(....)

+

맛뵈기용 본문 인용 몇 개:


  <...시작의 날, 신은 빛이 있으라는 선언을 통해 밝음과 어둠을 나누었다. 만유의 혼돈으로 가득하던 빈 공간 속에서 로고스와 질서가 태어났고, 신은 새로이 태어난 이 세계에 무한한 사랑과 영광에 찬 그 존재를 투영했다. 이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은 신이 발하는 장엄한 광휘의 파편이며, 인간은 믿음과 경배로 자신의 영혼을 고양시켜 신에게 돌아간다. 그것은 거룩한 유일자로의 회귀인 동시에,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래 영지(靈知)를 잃어버린 인간이 신의 영광을 어둡고 혼탁한 세상에서 재발견하는 행위다. 신의 영광은 오로지 겸허한 믿음으로만 이 땅에 현현한다. 갈망에 의해서가 아니다...>


  <...시간은 느리게,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지금보다 훨씬 더 긴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내가 바라보는 이 세상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바뀔 것이고, 내가 화폭 위에 펼쳐낸 모습들도 빛이 바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아버지는 내게 결코 변치 않을 영원을 그리라고 말씀하셨지만 언젠가 죽을 그 날까지 이 세상에 속한 인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한히 불변할 저 별빛들 사이의 공간을 그 유한한 꿈들로 덧칠하는 일일 것이다. 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


  <...말라디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끝도 없이 펼쳐진 광대무변의 푸름은 영원할 것처럼 뻗어나가, 종국에 이르러서는 결국 하늘도 바다도 아니게 된다. 이렇게 바다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말라디앙은 이 세상에 속한 모든 것들이 소실되는 그 마지막 한 점이 신이 머무는 곳- 살아 있는 인간의 몸으로는 결코 가닿을 수 없을 낙원으로 향하는 문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밑으로는 하루에 십만 번을 울어 스스로를 증명하는 파도들이 하얗게 포말로 부서져 가고, 갈매기들이 그 끄트머리를 차고 날며 춤을 추고 있었다....>

And
*출처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요즘 아픈 상태라서 일리단이라고 쓸 뻔 했다). ...이틀 늦긴 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Q : 어스시 전집이 드디어 6권 『또 다른 바람』이 출간되며 완간되었습니다. 어스시 전집을 처음 접하게 된 한국 독자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어스시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시작한 게드의 이야기가 그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적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여섯 번째 권 『또 다른 바람』에 이르렀습니다. 어스시 이야기 여섯 권은 제가 30년이 넘게 쓴 책입니다. 모두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Q : 어스시 전집은 다른 판타지 소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왕자』처럼 읽을 때마다 작품에 녹아든 저자의 생각을 새삼 이해하고 감탄하곤 합니다. 어스시 전집을 처음 집필하게 된 동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A : 어스시 이야기의 첫째 권을 쓸 때 맨 처음 떠올린 생각은 ‘위대한 마법사가 어린 소년이었을 적의 이야기를 써보자’ 하는 것이었어요. 당시(1968년)에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았거든요. 그 시절의 마법사는 하나같이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이었지요. 전 이렇게 자문해 보았어요. ‘그 사람들은 어떤 수업을 거쳐 마법사가 되었을까? 마법사 학교라도 다녔을까?’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어떤 책을 써야 할지 알겠더군요. 사실 여러 권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첫째 권을 다 쓰고 보니 자꾸만 생각이 나더군요. 어스시의 수많은 섬들, 카르그 4대도…… ‘그곳에는 누가 살았을까? 어스시의 어느 여인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지요. 그래서 둘째 권인 『아투안의 무덤』을 썼고…… 이야기가 자라나면서 한 권 또 한 권 쓰게 되었어요. (셋째 권*(『머나먼 바닷가』)*과 넷째 권*(『테하누』)*을 쓰는 사이에 제 인생은 17년이나 흘러가 버렸더군요……. 하지만 어스시의 시간은 조금도 흐르지 않았어요! 어때요, 이거야 말로 진짜 마법 아닌가요?)

Q : 어스시 전집에서 게드는 아주 특별한 인물이죠. 게드라는 캐릭터를 창조할 때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A : 첫째 권을 쓰기 시작할 당시에는 게드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어요. 강한 힘을 지녔으나 무지하고 완고한, 그래서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지요.
게드가 나이를 먹을수록 그의 의지는 더욱 강고해졌고, 저는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허락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어스시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아는 사람은 바로 게드였거든요. (저는 몰랐는데 말이에요!)

Q : 그렇다면 어스시 전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이다면요? 역시 게드인가요?

A : 그럼요, 게드가 가장 마음에 들지요. 하지만 어스시에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게드 말고도 여럿 있답니다. 테나는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사람이에요. 여섯째 권 『또 다른 바람』에 나오는 세세락 공주는 제게 놀라움이자 기쁨이었어요. 제 말을 안 듣는 점이 게드 하고 똑같았거든요! 하지만 공주 덕분에 웃기도 했어요. (제 손녀들 중 한 명하고 조금 닮았어요.)



Q : ‘어스시(Earthsea)'라는 이름은 그 말 그대로 대지와 바다라는 뜻인데요, 만들 때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만든 것인지요?

A : 그저 드넓은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을 가리키기에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바다에 떠 있는 조그마한 땅 조각들이라는 뜻으로 말이지요.

Q : 게드의 스승인 오지언이 다른 마법사들처럼 비구름을 마법으로 쫓지 않고 그냥 맞고 있는 걸 한심해 하는 어린 게드의 모습을 보면 노자의 무위자연이 떠오르는데요, 다른 책에서도 가끔 동양 사상에 대해 선생님의 관심이 드러나곤 합니다. 동양 사상이 실제로 어스시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인가요?

A : 제 작품은 모두 노자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들이에요. 노자의 사상과 정신은 제가 소녀였을 적부터 저의 길잡이였지요.
『도덕경(道德經)』을 영어로 옮겨 발표한 적도 있어요. (그 책은 머지않아 미국의 샴발라 프레스 출판사에서 다시 출판할 예정이에요.) 중국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단어 대 단어로 직역을 하는 등 여러 번역 방식을 동원했고, 고대 중국 문헌을 읽을 수 있는 학자이자 시인인 지인과 힘을 모아 작업했어요.

Q : 어스시 전집은 여러 차례 영상화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작자의 작품이 영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 작가에게 꽤 독특한 경험일 거 같아요. 최근 할리우드가 SF나 판타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상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혹시 들을 수 있을까요? 또한 긍정적이라면 개인 작품 중 영상화된 걸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는지요?

A : 아쉽게도 할리우드와 일본에서 ‘어스시’라는 이름으로 만든 영화들은 책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고, 등장인물의 성격까지 바꿨어요. 게다가 영화에 나오는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폭력은 경악스럽고 화가 날 정도이더군요.
저는 영화를 하나의 매체로서 무척 좋아하고, 영화 극본도 두 편 써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 제작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배신당하고 보니 앞으로는 제 글을 영화로 만들도록 허락할 때 아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 『테하누』가 1990년에 출판되고 11년만에 단편집인 『어스시의 이야기들』과 『또 다른 바람』이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으로 추측해 보건데 『테하누』를 쓸 당시만 해도 원래 『또 다른 바람』은 계획에 없던 작품 같은데요, 『또 다른 바람』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동기를 알고 싶어요. 

A :  전에는 『테하누』가 어스시 이야기의 마지막 책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더군요! 몇 해가 지나고 나서 어스시의 여러 섬과 사람들이 또다시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야기를 어떻게 계속해야 할지 깨닫게 되었지요. 못 다한 시작(『어스시의 이야기』)과 진정한 끝(『또 다른 바람』)을 함께 찾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Q : 오랜 세월 어스시 전집을 완성하면서 작품의 세계관이나 주제 면에서 작가 본인이 생각하기에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것이 어떤 점인지, 그것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A : 어스시 전집 여섯 권에서 어스시는 모두 똑같은 세계예요. 오직 등장인물들만이 성장하고, 살아가고, 더 많이 배워가지요……. 어느 영국 시인이 말했듯이, 그들은 “슬픔을 알아가면서 현명해지는” 거예요.
하지만 어스시 이야기의 마지막 책은 기쁨을 주었어요. 저한테는요.

Q :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과는 그동안 인터뷰나 팬레터를 통해 몇 차례 교감을 나눈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가 가장 최신 인터뷰가 될 테니, 한국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근황과 집필 중인 작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새 책 『라비니아』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쓴 걸작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읽다가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주인공 라비니아는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인물로서, 영웅 아이네이아스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젊은 왕녀이지요. 『아이네이스』에는 라비니아가 한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아이네이스』의 이야기를 ‘그녀 자신’이 본 대로 얘기해 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자리에 앉아 그녀한테 들은 얘기를 쓸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로 즐거운 경험이었지요.
저는 오는 10월에 여든 살 생일을 맞게 되었어요. 갈수록 조금씩 게을러지는 기분이 들어요. 소설은 안 쓰고 시만 쓰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법! 노자는 이렇게 말했지요.

“조금만 갖고,
적게 원하라.
규칙을 잊어라.
근심을 버려라.”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도는 늘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다.”

친애하는 한국 독자 여러분, 부디 규칙을 잊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은 이루어질 테니까요.


- 어슐러 K. 르귄


어슐러 K. 르귄은,

1929년 10월 21일, 미국 버클리에서 인류학자 알프레드 크로버와 작가 디어도어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1살에 그녀 최초의 소설을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지에 제출했다. (그 소설은 거절 당했다.) 후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남편이 될 역사학자 찰스 르 귄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1953년 결혼해 엘리자베스, 캐롤라인, 디어도어 세 아이를 낳았다.

그녀의 가장 이른 작품들은 <오시니아의 이야기>와 <말라프레나> 등에서 다시 보게 되듯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기는 하나 판타지가 아니었다. 관심사를 살려 출판할 방법을 찾던 르귄은 과학소설에 대한 관심을 돌이켰고, 1960년대 초반부터 정기적으로 출판을 하기 시작했다. 르귄은 1969년에 출간한 유명한 과학소설 <어둠의 왼손>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수상하였다. 최초로 그녀의 책이 출판된 1960년부터, 그녀는 최고의 과학소설과 판타지 문학 작가로 주목받았으며, 훌륭한 문체와 도교, 무정부주의, 여성주의, 정신적이거나 사회적인 테마에 대해 주목받게 된다.

미국과 영국에서 백만 부 이상 판매되고 16개국에 번역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다. 르귄의 저작은 판타지와 SF가 중심이지만 그 외에도 에세이, 어린이를 위한 책, 비평, 시 등 백여 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휴고상', '네뷸러상'을 십여 차례, 그 외에도 '세계 환상문학상', '카프카상', '필그림상' 등을 수상했으며 세계 과학소설 연맹에서 수여하는 '간달프상' (1979년), 과학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기여가 큰 작가에게 수여하는 '그랜드 마스터 상' (2003)을 수상하기도 했다.


* 번역: 장성주

* 도덕경 원문 참조

조금만 갖고 적게 원하라 -> 소사과욕(少私寡慾), 『도덕경』 제19장
규칙을 잊어라, 근심을 버려라 -> 절학무우(絶學無憂), 『도덕경』 제20장
도는 늘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이루지 못하는 바가 없다 -> 도상무위이무불위(道常無爲而無不爲), 『도덕경』 제 37장

---------------------------------------------------------------------------------------------------------------

30년간의 집필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새롭게 어스시의 세계에 입성한 독자에게 쾌활한 환영 인사를 날리는 부분, '부디 규칙을 잊고 평안하시기를' 바라시는 부분이 감동적이네요. 인터뷰 기사는 황금가지 출판사 측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하루 늦었지만) 르 귄 여사의 여든 번째 생신, 축하합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