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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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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들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일상의 공포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기형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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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큰 행사 하나를 마치고, 애들과 술을 마셨다. 헤어진 뒤 홀로 기숙사로 올라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난 여름 생겼던 그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번민하게 만들고 있다. 어떻게든 견딜 수 있으라리고 여겼지만 역시 좀 무리였던 모양이고, 이번 학기는 벌써 절반 이상이 지나가 버렸다.


솔직해지자.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하지만, 그로 인해 벌써 몇 달이나 시달림 받아 온 지금도 여전히 견디기 힘든가?


답은, '아니오'였다.

인정한다. 아직도 아프다. 하지만,

견딜 수 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