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을 사랑한다. 더 없이, 간절히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인간으로서의 고통이나 회한들을 해결해달라고 신에게 빌 수는 없다. 그것들은 속의 세계에 속한 것이며, 어디까지나 인간인 나 자신이 숱하게 고민하고 실패를 겪고 노력해가며 바꿔나가야 할 문제다.
나 역시도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며, 너무도 힘겹다고 기도를 올린 적은 몇 번인가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신이 해결해 주기를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몇 번이고 실패하고, 슬퍼하고, 힘겹게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도, 단 한 번도.
그것이 내 신앙의 형태다.
그것을 잃어 버린다면, 나는 내가 그토록 혐오하는 '자신이 지금 여기서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신의 이름만 헛되이 부르짖는 짓' '신을 전일 근무 가능한 무보수 만능하인으로 취급하는 짓' '사리사욕의 추구를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 하는 짓'을 저지르는 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만다. 내 신앙이 잘못된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두렵지 않다.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 하는 건, 내가 혐오하는 자들처럼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신에게 구원을 빌 수는 없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고통은 여전히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며 힘겨운 선택에 직면했을 때도 오직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 해도, 최소한 그것이 슬프고 힘겹다는 걸 인정하고, 그를 신에게 털어 놓는 것 정도는... 좀 더 자주 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좀 더 신에게 의존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랬다가는 내가 혐오하는 자들처럼 될 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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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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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뒤척인다.
어떤 기억이 있다. 마치 이 겨울처럼, 더 없이 독한 기억이다.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여겼다. 사랑하던 이에게 바친 절조도 잃었고, 친구라고 여긴 이에게 보낸 신의도 잃었다. 내게는 오직 나를 위한 명예만이 남았다. 그 명예를 걸고 맹세한 바가 있건만, 흔들린다.
잘못된 채로도 살 수 있다고 여기던 참인데.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 내 다른 문제들도 감당하기 힘든 참이기도 하고. 아직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잊지는 않더라도 감정은 흐려지고, 그 독도 약해질 것이다. 그 독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왜, 이토록 가슴이 무거울까.
왜.
흐린 날
누군가의 영혼이
내 관절 속에 들어와 울고 있다
내게서 버림받은 모든 것들은
내게서 아픔으로 못박히나니
이 세상 그늘 진 어디쯤에서
누가 나를 이토록 사랑하는가
저린 뼈로 저린 뼈로 울고 있는가
대숲 가득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이외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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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night, not a sound from the pavement
Has the moon lost her memory?
She is smiling alone
In the lamplight
The withered leaves collect at my feet
And the wind begins to moan
Memory, all alone in the moonlight
I can smile at the old days
Life was beautiful then
I remember
The time I knew what happiness is
Let the memory live again
Every street lamp
Seems to beat
A fatalistic warning
Someone mutters
And a street lamp gutters
And soon it will be morning
Daylight, I must wait for the sunrise
I must think of a new life
And I mustn't give in
When the dawn comes
Tonight will be a memory too
And a new day will begin
Burnt out ends of smokey days
The stale cold smell of morning
The street lamp dies
Another night is over
Another day is dawning
Touch me, it's so easy to leave me
All alone with my memory
Of my days in the sun
If you touch me
You'll understand what happiness is
Look a new day has be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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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약속이 있었다. 그 사람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기억들이건만, 참으로 독하구나. 그 한 방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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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지 않을 일은,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선을 긋자. 자제력을 잃게 되기 전에.
+
세상을 지탱하는 줄은 하나가 아니다. 내게 남은 줄들 중 하나는 지켰다. 안도감이 들지만, 언제나처럼 별로 기쁘지는 않다.
............
생각해 보자면... 더욱 더 나쁜 케이스도 몇 번이나 겪어 봤다. 그러나 그 사건이 특히 질이 나빴던 건 내가 익숙해져 왔고 나름 대응책이 세워진 케이스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터졌던 데다가.... 그 이전까지 계속 쌓여 왔던 다른 문제들이 있었고, 그 상태에서 생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가득 찬 잔을 넘치게 하는 건 단 한 방울의 물방울이듯.
그 단 한 방울은 그대로 독이 되었다. 그리고, 그 독은 지금도 내 혈관 속을 돌고 있다.
이 독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스럽다. 그 고통을 견뎌 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참으로 독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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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요리를 해서 함께 먹고, 그리고 알고 싶습니다. 당신에 대해서. 그리고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저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주먹밥을 만들도록 하죠."
"...사람은 말이지, 만나야 할 때,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게 되 있어. 모든 것은 필연이니까. 그리고... 이별 또한 그렇지."
"틀림 없이 잘 될 거야."
.........
...인간이 人間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더 없이 온당하다. 다만....
....아하하 일찍 잘까 오늘은. 기분이 이럴 땐 단 걸 먹으면 괜찮아진다던데...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한번 시험해볼까.
PS=내 넷북이 어디 구석에 박힌 거지...
1)S출판사에 보낼 소설 리뷰 원고 완성
2)토요일날 지인들과 약속 있을 예정, 스케줄 체크.
3)알바 자리 알아볼 것. 지갑 속이 썰렁하니 마음도 그렇다-_
4)헬스장 끊을... ...까?
5)타로 카드 22제 나온 것 교수님께 보내 드릴 것
6)지난 학기에 못낸 과제 마무리해 메일로 보낼 것. 어차피 이미 성적은 나온 뒤고... 이제 와서는 보내건 말건 의미 없지만 안하면 졌다는 기분이 들 거 같다. 교수님에 대한 예의 문제도 있고.
7)웹진 거울 올해 앤솔로지에 들어갈 단편 시놉시스 완성해 보낼 것
8)합평 모임용 단편 소설 2월까지 완성
9)거울에 보낼 번역 원고 2월까지 완성
...아 토쏠려.... 그 외로는, 내일(목)부터 문지 문화원 사이에서 SF와 사회과학을 주제로 강의 있는 것 들으러 갈 것. 수강료 지참.
정소연 님이 강사라고 한다. 직접 만나뵌 적은 없지만 <우주류>를 감명 깊게 읽은 데다가 이전부터 건너건너 이야기 듣기로+블로그 눈팅 결과 '나와는 완전히 반대 극점'에 있는 분인 듯 하다. 한 때는 그런 사람을 동경했고, 이제는 그 동경과 노력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 ...강사와 학생 관계로 만나는 거니까, 거기까지 생각할 필요 없겠지. 배우는 데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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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King Rat died today
Born on the twenty first of May
Died syphilis forty four on his birthday
Every second word he swore
Yes he was the son of a whore
Always wanted by the law
대왕쥐가 오늘 죽었어.
5월21일에 태어나서
44번째 생일날 매독으로 죽었지.
맨날 헛소리나 했지.
그래, 그는 거리의 아들이야.
언제나 지명수배중이었어.
Wouldn't you like to know?
Wouldn't you like to know people?
Great King Rat was a dirty old man
And a dirty old man was he
Now what did I tell you
Would you like to see?
알고싶지 않았냐?
니들 알고싶지 않았냐구?
대왕쥐는 늙고 드러운놈이었어
더럽고 늙은놈이 바로 그놈이었어.
이제 너한테 뭐라고 말해줄까?
알고싶어?
Now hear
Where will I be tomorrow?
Will I beg will I borrow?
I don't care I don't care anyway
Come on come on the time is right
This man is evil and that is right
I told you ah yes I told you
And that's no lie oh no no no
이제 들어봐,
내일 내가 어디있을거 같냐?
구걸하러? 돈빌리러?
어쨌는 난 신경 안써. 신경 안쓴다고.
이봐이봐, 지금 딱 시간이 됐네.
그놈은 악당이었잖아, 맞아.
내가 말했지, 내가 말했었잖아.
거짓말 아니지? 아니지?
Wouldn't you like to know?
Wouldn't you like to know?
Wouldn't you like to know?
Great King Rat was a dirty old man
And a dirty old man was he
Now what did I tell you?
Would you like to see?
알고싶지 않았냐?
알고싶지 않았어?
알고싶지 않았냐고.
대왕쥐는 추접한 늙은놈이었어.
추접한 늙은이가 바로 대왕쥐였어.
이제 내가 뭘 말해야 되냐?
알고싶어?
Wouldn't you like to know?
Wouldn't you like to know people?
Great King Rat was a dirty old man
And a dirty old man was he
Now what did I tell you
Would you like to see?
Now listen all you people
Put out the good and keep the bad
Don't believe all you read in the Bible
You sinners get in line
Saints you leave far behind
Very soon you're gonna be his disciple
'모두 들어라.
좋은건 몰아내고 나쁜건 유지해라.
성경에서 읽은걸 다 믿지 마라.
나쁜놈들은 죄다 줄을 서고.
성자는 저 뒤로 멀리 쫓아보냈다.
너희는 곧 그의 제자가 되리라.'
Don't listen to what mama says
Not a word not a word mama says
Or else you'll find yourself being the rival
The great Lord before he died
Knelt sinners by his side
And said you're going to realise tomorrow
엄마가 하는 말은 듣지 말아라.
말도 안되는 말은 듣지말아라.
언젠가 너는 니 자신이 경쟁자란걸 발견 할 것이다.
위대한 왕이 죽기 전에는
죄인들을 옆에 무릎꿇어 앉혀놓고
그리고 말했다, "넌 내일 깨닫게 되리라" 라고
No I'm not gonna tell you
What you already know
'Cause time and time again
The old man said it all a long time ago
Come come on the time is right
This evil man will fight
I told you once before
아니, 난 말하지 않을거야.
니가 이미 알고있는걸.
한거 또하고 한거 또하고 반복해왔잖아.
그 노인이 이미 오래전에 말했던거니까.
이봐, 이봐, 시간이 됐어.
이 악마같은놈은 싸우겠지.
내가 전에 얘기했었잖아?
Wouldn't you like to know?
Wouldn't you like to know?
Just like I said before
Great King Rat was a dirty old man
And a dirty old man was he
The last time I tell you
Would you like you see?
알고싶지않았냐?
알고싶지 않았냐?
내가 전에 말한것처럼
대왕쥐새퀴는 추잡하게 늙은 놈이었어.
추잡하게 늙은놈이 그놈이었어.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니 눈으로 확인하고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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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번역 출처는 듀나 게시판의 amenic님.
한국 현대사의 모든 부정성이 집결된 총화가 그곳에 있다.
올 한 해도 여전히 힘겨울 것이다. 이건희는 사면됐고-얼어뒈질 동계 올림픽 따위!-, 4대강은 날치기 통과됐다. 퍼런당과 친박연대 주도로 노동관계법도 타결됐고, 범야권 타협은 혼선만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올 해는, '저항'의 여지가 생길 거라는 예감이 든다. 작년과는 다를 것이다.
...반상이 곧 우주라면 그 어디엔가는 찍혀 나간 틈이 있을 것이다. 반상이 인생이라면 이 상처는 실금으로 남을 것이다. 세상을 버티는 줄은 하나가 아니다....
-정소연 作, <우주류> 中
............
세상을 버티는 줄은 분명 하나가 아니다. 하지만, 내게 남은 줄들은 몇 가닥 없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어쨌든 남은 건 남은 거고, 굳이 내 손으로 끊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줄들이 얼마나 팽팽한지, 버틴다면 얼마나 더 버틸지, 끊어질 것 같다면 언제쯤일지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 확인 도중에 끊어져 버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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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걸작이다. 엘론드 편이나 반지악령 넘버5 편도 비범하지만 특히 아라곤의 비밀일기 편과 사루만의 비밀일기 편, 간달프의 비밀일기 편 셋은 그야말로 압권.
원문은 여기
http://www.livejournal.com/users/cassie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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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노블엔 한참 전에 가입해서 이거저거 만들어 본 것도 좀 있었지만, 건드리지 않은지 한참 됐었는데... 아는 사람이 'UC노블에서 대단한 작품을 발견했다'면서 설레발치길래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
아직 중간까지밖에 안 읽어서 뭐라고 하긴 힘들지만... 포스 쩐다. 뭐 스토리 자체야 평이하다고 할 수 있긴 한데, 채팅창을 캡처해서 만든 배경과 마치 채팅창에서 타이핑하듯 대사 하나 단위로 출력되는 문장들로 인한 연출 효과는 실로 ㅎㄷㄷ. 완전 몰입해서 읽는 중이다. 난 원래 소설을 읽을 때는 특정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거나 하지 않은 채 거리를 두고는 객관적으로 사건의 전후 관계나 인물들 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가며 읽는 스타일이며, 작품 내에 완전히 동화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다.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설정이나 인물 묘사 없이 탁월한 상황 연출만으로도 몰입시킬 수 있는 재주는 대단히 훌륭하다.
방 밖에서 어머니가 심부름 시키려고 부르시는 중... 인데 조금만 있다 가겠다고 대답만 하는 중. 눈을 못 떼겠다 헉헉(...)
PS=라운드 6-a에서 막힘. 아놔 어째서 무슨 선택지를 고르건 데드엔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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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써 먹으려고 준비해 둔 짤방이 몇 개 있었지만 하드 뒤지기 귀찮아져서 걍 음악만.
이 블로그 찾으시는 분들, 다들 해피 크리스마스&메리 뉴 이어 되시길.
ps=올해 크리스마스는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정주행과 함께. 역시 LOTR이 좀 명작은 명작.
![Article Title](https://tistory1.daumcdn.net/tistory/189007/skin/images/icon_post_title.gif)
산들이 무너져 내린다. 영원히 그 자리에서 불변할 듯 했던, 색(色) 그 자체나 다름 없던 히말라야의 산정들이 물에 잠긴다.
그리고, 노승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범종을 울린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장면이다. 리오데자네이루에서는 예수상이 무너져 내리고, 바티칸에서는 천지 창조의 그림이 갈라지며 맞닿았던 아담과 야훼의 손가락을 떼어 놓는다. 이탈리아 수상을 비롯해 몰려든 이들은 기도를 하다 말고 공포에 떨고 울부짖는다.
그러나, 노승은 이 모든 세계가 무너지는 걸 지켜보며 묵묵히 종을 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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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가 영 마음에 안 들어 그냥 소설 표지로.
*개봉 전에 공개된 볼투리 일가의 이미지만 봤을 때는 토레도 삘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벤트루였다 파문.
*클랜 중 누군가가 모탈이랑 금단의 사랑에 빠지면 비극 한 편 감상하는 마인드로 그걸 지켜보며 한숨짓고 눈물 흘리고 안타까워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둘 다 쳐 죽이고서(...정확히는 한 쪽은 디아블러리하고 다른 한 쪽은 구울로 만들고서) 오오 앵스트 어쩌구 하며 눈물 한 방울 떨궈 주는 게 토레도 퀄리티죠, 압니다. 그런데 볼투리 일가는 벤트루였을 뿐이고... 처형 방식도 우아함이 결여됐을 뿐이고... 보는 입장에서는 진성 벤트루가 아니라 이새퀴들 안티트리뷰 벤트루가 아닌가 싶을 뿐이고...
*전작을 봤을 때부터 느낀 건데... 영화에서는 ‘사람 피 안 마시는 뱀프들->금빛 눈, 사람 피 마시는 뱀프들->붉은 눈’으로 도식화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로가 하는 짓을 보면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무슨 모탈들을 가축 취급하는 사바트 같다, 네놈들 카마릴라가 아니었냐(...)
*에드워드가 자살 어쩌구 하며 드립치는 걸 보면서 ‘죽을 수가 없어서 고민임? 너희들이 죽을 수 없다는 건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맨 몸으로 어그리 데미지를 뽑아내는 워울프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워! 울! 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현시창.
*우월하신 칼라일 선생은 윌파워 10찍으신 듯ㅇㅇ... 하지만 님도 너무 허여멀건 게 비쥬얼은 솔직히 좀(...)
*에드워드는 남자가 보기엔 여전히 재수 없음ㅇㅇ. 제이콥이 훨씬 낫다! 그나저나 이생퀴는 나이는 고작 100살 좀 넘은 주제에 도대체 몇 세대길래 저 정도 디시플린을 써대는 겅미...
*벨라도 워낙 배우가 미인이라 ‘오오 여신 포스 오오’하면서 보긴 했지만... 캐릭터가 하는 짓은 재수 없다. 어장관리 즐. 제이콥은... 그저 지못미일 뿐ㅠㅠㅠ 하지만님손연기는쩜.
*전작부터 ‘후속작에서는 워울프도 나온다능’이라는 떡밥을 워낙 노골적으로 뿌려대서 워울프 쪽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포스가 떨어져 아쉬웠다. 강하고 빠른 거야 뱀파이어들도 마찬가지고 추가로 뱀파이어들은 감정 조작이다 독심술이다 초능력도 펑펑 쓰는데 늑대들은 그런 거 없뜸 ㄱㅅ. 슈ㅣ발 <반 헬싱>도 그렇고 <언더월드>도 그렇고 왜 뱀파이어 대 워울프 대립구도로 가는 영화들은 전부 왜 이렇게 워울프 취급이 안습이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WOD처럼 늑대들한테도 간지 나는 설정이나 다양한 특능 좀 붙여달라고!
*워울프들은 리더에게 절대복종한다는 설명에서 WOD 워울프의 팩과 알파에 대한 복종 관련 설정의 냄새가 났다 킁킁. 그러고 보니 제이콥 쪽 패거리도 5명이네?(...) 자아 각자 어스피스를 밝혀 보게나, 일단 일개 인간 여캐의 도발에도 넘어가서 프렌지하지 않나 열 좀 받았다고 여자친구 얼굴에 발톱빵 새기질 않나 병크 골고루 저지른 얼간이 샘은 아론이라고 치고(........)
*머리 자르고 문신 새기고 퍼스트 체인지(...)한 제이콥이 어리버리하는 걸 보면서 “훗훗 처음 퍼스트 체인지한 다음에는 원래 다들 그래 클리아쓰 제이콥군, 그래도 계속 동족들이 옆에서 지켜봐주고 챙겨주는 자네는 운이 좋은 편일세” 같은 생각을 한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WOD덕후가 맞나 보다(............) 하지만님손연기는쩜
*영화 자체로 보자면... 꽤 문제가 많다. 로렌트가 갑자기 벨라를 죽이려 드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뱀파이어의 왕가랍시고 볼투리 가가 갑툭튀하는 건 지나치게 뜬금없다. 에드워드와 벨라가 서로 반한 것까지는 좋지만 망설임 없이 죽음도 감수하려고 드는 것도 비약이 심하다. 애초에 작품 자체가 초자연적 요소를 살짝 넣은 할리퀸 로맨스니까 치밀한 서사나 밀도 있는 구성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해도, 하다못해 인물들이 모에로워야 하는데(...나왔다 전문용어) 스토리의 핵심인 남주 여주가 쌍으로 재수 없다는 건 큰 문제다.
*<언더월드>에서 워울프들의 수장 루시안 역으로 나온 마이클 쉰이 여기서는 볼투리 가 수장으로 나오는 걸 보고 대박 웃었다. 노린 게 분명해(...)
*후반부 아로의 모습을 보면서 내내 ‘이동무레반동이구만이런어보미네이션샛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파릇파릇하던 시절의 루시안이 사고 화끈하게 쳤다가 뱀파이어들에게 발리고, 연륜 좀 쌓여서 좀 침착해졌는데 빅터에게 살해당한 것... 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어보미네이션이 돼서 볼투리 가문 수장까지 된 거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뒷설정을 떠올리고는 혼자 납득하고 있던 나는.... ...인정하련다, WOD덕후 맞는 모양이다(...)
*다코타 패닝은 바람직하게 자랐건만, 뱀파이어 분장이 영 안 어울린다. 3부에선 걍 나오지 마라(...) 출연 분량도 그저 안습.
*애슐리 그린이 연기한 앨리스 땅은 여전히 카와이하고도....ㅎㅇㅎㅇ(야임마) 구글로 사진 찾아보니 머리 긴 모습이 많던데 영화에서와는 이미지가 확 달라서 놀랐다. ....이런 누님 분위기도 좋아!(그만해) 확실히 여자들은 머리 모양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구나, 그러고 보니 정유미도 그렇네...?
*뉴문 첫주 흥행이 다크 나이트를 넘어섰다고 한다. ....=_=<-이런 기분이다...
*듀나의 영화평을 보며 대박 웃었다. 특히 모든 잔인함과 불편함이 제거된 순둥이 뱀파이어/워울프 설정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대목이랑 마이클 쉰이 아로로 나온 걸 보고 <언더월드>팬들은 배반이라고 외칠 거라는 대목은 캐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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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작가’ 피천득의 진실과 권정생
-시대가 외면한 아동작가, 시대를 외면한 수필문학가의 삶
정문순
지난 5월, 두 명의 문인이 세상을 떠났다. 권정생과 피천득, 각각 한국의 아동문학과 수필문학을 대표하는 별로 추앙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비슷한 시기에 세상과의 인연을 놓았지만, 이들이 이승에서 누린 삶의 행보와 문학 세계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병고와 극빈 등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고행의 삶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회적 지위와 명예에다가 장수의 복을 누린 두 문인의 대조적인 이력은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한 사람의 문학은 피를 토하듯 처절하여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담백하고 고상한 취향에 몰두했다. 또 한 사람의 문학적 업적에 관해서는 이의 제기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든 데 반해 다른 한 사람은 평가가 분분하다는 점에서도 서로 대비를 이룬다. 생전에 전혀 교류가 없었으리라 짐작될 만큼 문학적 행보가 조금도 일치하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데는 서로를 참조 사항으로 끌어 와야 할 듯하다. 피천득 문학을 둘러싸 소음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라도 권정생을 불러오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권정생이 아동문학의 빛나는 별임을 부정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고인의 생전에, 평론가 김상욱은 이 땅에서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 별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처지가 대견스러워질 정도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고인의 문학 세계를 평론하는 자리에서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작품이 내뿜는 광휘에 압도되어 평론가의 필력은 날을 세우지 못하고 꼬리를 감춰 버린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평생을 괴롭힌 처절한 병고에도 불구하고, 무소유와 무욕의 삶과 어린 아이 같은 영혼을 일생토록 견지한 고인에게 ‘우리 시대의 스승’이라는 헌사를 바쳤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찬사가 지나치지 않을만큼 권정생 문학은 특이하고 이채롭다. 권정생의 작품은 어린이를 계몽과 훈계의 대상으로 보는 뎃 헤어 나오지 못했던 끈질긴 한국 아동문학의 관습을 답습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세상이 밝고 아름답다고만 가르쳐야 한다는 강소천 등 주류 작가들의 고집과도 그는 처음부터 결별했다.
코흘리개들에게까지 냉전적 사고와 호전 의식을 주입하는데 열을 올렸던 당대의 다른 작가들과 달리 권정생은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위시한 전쟁의 폭력성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 중 <패랭이 꽃>은 아이들과 꽃을 사랑하는 착한 청년이 아무런 마음의 갈등 없이 베트남 전쟁에 징집되어 가는 모순을, 6․25 전쟁 때 월북한 아버지를 둔 여자 아이의 항변을 통해 그리고 있다. 소설이 세상에 나온 때가 1970년대임을 생각하면 시대를 훌쩍 앞서 평화와 탈냉전을 탐색한 그의 선견이 돋보인다.
고전으로 대우받는 외국의 명작 동화들이 그렇듯 권정생의 동화는 아이들만 읽는 기존의 아동 문학을 넘어섰다. <<몽실 언니>>와 <<강아지 똥>> 등이 가진 철학적 깊이는 어른의 독서를 요구한다. 그에게 ‘어린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고 고통당하는 소수자의 이름이었고, 밑바닥에서 짓밟히면서도 맑은 영혼을 잃지 않은 민중의 상징이었다. 그의 작품에 가난하고 헐벗은 하층민과 여성들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강아지똥은 쓸모없다고 천대받았지만 노란 민들레 꽃을 활짝 피워 내지 않았는가. 권정생은 민중이 남긴 구술 문학을 활자로 옮기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마을 할머니, 시장터 술장수 할머니, 공사판 노동자 아저씨들까지 읽어 주는” 문학을 쓰는 것이 작가적 소임이라고 했으며, 미완성작으로 남은 <<한티재 하늘>>에서 구술형 문학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구술 문학의 복원 시도와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권정생 문학의 가장 큰 미덕은 생생한 현재형이라는데 있다. 리얼리즘 정신에 투철한 문학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긴 하지만, 그의 문학은 생태주의, 여성주의 등 다양한잣대로 읽을 수 있는 열린 텍스트로 살아 있다.
그러나 세상은 권정생을 제때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삶과 문학의 비주류성은 제도권 문학이 환영할 수 있는 범위 바깥에 있었다. 데뷔 초기의 일화는 그와 주류 문단의 거리를 잘 말해 준다. 문학상에 입선하여 문단에 나왔을 즈음 그는 시상식에 입고 갈 옷이 없어 여기저기 기운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아는 사람이 그것을 보고 바지 한 벌을 구해 억지로 덧입게 했는데, 입성이 얼마나 초라해 보였는지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행사가 끝나자마자 등을 치며 빨리 떠날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그의 등을 떠밀었던 문단은 코흘리개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몽실 언니>>와 <<강아지똥>> 등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것과는 반대로 교과서에서 오래도록 그를 소외시켰다.
피천득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엘리트 출신에다 춘원의 제자였으며 해방 이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후 백수에 가까운 나이까지 수복을 누린 문인이다.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월드컵 대회 때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표 팀을 응원했다고 할 정도로 정정한 만년을 보냈다. 평탄한 인생만이 아니라 수필문학가라는 타이틀로도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문인들이 가문의 영광이라 부를 정도로 영예로 삼는 교과서 작품 수록에서 피천득은 인세 수입이 가장 많을 만큼 해방 이후 교과서에서 단골로 만나는 작가다.
피천득의 문학은 자신이 <수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말한 대로 ‘청자연적’ ‘학’ ‘난초’ 등의 온아우미한 세계를 지향한다. 호흡이 짧고 간결하며 화려한 비유를 자제한 그의 문장은 크게 욕심 부리지 않는 담백한 성정을 느끼게 한다. 피천득은 ‘마음의 여유’가 글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꽃잎 하나가 비뚤어진 연꽃 모양의 청자 연적에서 흠이 아닌 파격을 발견하는 태도처럼, 그의 글은 무미건조하고 천편일률적인 일상에서 각별한 멋을 발견하는 삶의 태도를 드러낸 것들이 많다. 그의 글에는 정치․사회적인 논점이 등장하는 일은 드물다. 평온한 일상에서 포착한 새로움, 신변과 관련된 소소한 화젯거리가 작품의 주조를 이룬다.
피천득 수필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신변잡사나 일상적인 것들은 마치 수필문학의 본디 특성인양 알려져 왔고, 제도권 교육을 통해 굳혀져 왔다. 그러나 일상의 시시콜콜한 가벼움을 다루는 것만이 수필의 전부는 아니다.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무거운 글들도 수필의 한 식구에 들어가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수필은 정치 연설, 철학자의 사변적 글, 학술 논문 같은 딱딱한 글에서부터 잡담 수준의 글까지 산문에 해당하는 글을 모두 포괄한다. 수필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여 ‘붓가는 대로 쓴 글’이라고 정의해 놓고서도 정작 비정치적이고 신변잡기적인 글들이 전부인 것처럼 가르치고 유포해 온 데는 제도권 문학의 책임이 크다.
수필의 영역이 제한을 받게 된 것은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이고 친체제적인 문인들이 문단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과 관계가 있다. 김진섭, 이양하, 유치진 등 1930년대 프로 문학과 각을 세운 해외 문학파의 후예들이 해방 이후의 문단을 틀어쥔 세력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영미 유학을 통해 영문학을 배워 온 사람들로 구성된 해외 문학파들은 독립적인 문학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수필을 개쳑하는 데 힘써 해방 이후 교과서에 수록된 수필들을 자신의 것들로 채웠다.
자족적이고 비정치적인 피천득의 글은 이들의 구미에 들어맞는 것이었고 오랜 세월 동안 중등학교 과과서에서 그의 작품은 해외 문학파들과 함께 빠지지 않고 실렸다. 김진섭, 이양하, 이하윤 등의 해외 문학파 작가들과 피천득의 글은 오늘날에도 중등 교육과정 6년 동안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수필 작가의 전부나 다름 없다. 피천득은 영문학자이자 번역가이기도 했다. 왕성한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고 보기 힘든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문학가로 만인에게 각인되어 이쓴 것은 <인연> 등 교과서에 실린 4~5편의 작품들에 힘 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피천득 수필의 비정치성은 삶과 현실의 일치를 강조하는 리얼리스트들에게는 용납하기 힘든 것이 많다. 제도권 교과서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피천득의 작품은 야유에 가까울 정도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이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 일본 유학 당시 하숙집 딸과의 추억을 회고한 <인연>은 태평양 전쟁 같은 엄혹한 현실을 사적인 추억의 들러리로 치부했다는 격한 비판을 받는다.
전쟁의 광풍이 몰아친 뒤 재회하고 보니 그녀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그래서 “십년 쯤 미리 전쟁이 나고 그만큼 일찍 한국이 독립되었더라면” 그녀와의 결혼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대목이 있다. 전쟁이 미리 났더라면 운운하는 진술은 분명 경박하고 무책임한 발어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전쟁 같은 극단의 비극이 ‘일어나지 말았으면’이 아니라 미리 일어나기를 바랄 수도 있다는 것에서 그의 현실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태평양 전쟁의 비극을 고스란히 감당한 식민지를 나라로 둔 사람이라는 작품 외적인 면까지 고려하면 전쟁을 쉽게 입에 올린 실수는 더 참을 수 없는 것이 되 버리기도 한다.
현실에 무책임에 보이는 그의 이런 태도는 삶이 정치와 무관하다는 의식이 작용한 탓이라고 본다. 정치가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믿는 태도는 순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딸이 장성하여 집을 떠나자 딸에게 어릴 때 사 준 인형을 목욕시키며 딸처럼 대할 정도로 아이 같은 순진함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순진함은 전쟁의 비극성에 눈감은 데서 드러나듯 대체로 정치적 무책임성과 무관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인연>이란 작품의 치명적인 약점은 상대 여성의 마음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짝사랑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미화한 데 있다. 고작 세 번의 만남에다 악수도 나누지 않고 어색하게 이별했다고 하면서도, 작가는 결혼까지 진전할 수도 있었던 애틋한 사랑이라 말하고 있고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가르쳐 왔다. 이만한 작품이 교과서에 단골로 올라 그에게 대표적인 수필문학가라는 위상을 부여해 준데는 씁쓸한 마음이 인다.
권정생과 피천득 두 사람의 문학에서 순수함이나 천진함이란 낱말을 떠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정생의 순백함은 강아지똥처럼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오물덩이처럼 뒹굴며 피워 낸 민들레 꽃인 반면 피천득의 그것은 혼탁한 현실의 접근을 처음부터 배제한 바탕 위에 가능한 것이어서 격이 서로 다르다. 현실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태도는 대체로 안정된 물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피천득 문학의 여유와 너그러움, 담백한 풍취가 과연 그가 궁핍한 처지였어도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피천득이 세상을 떠나자 언론들은 국민 수필가가 부음했다고 앞 다투어 소식을 전했다. 국민이라는 낱말이 국정교과서 편수자들의 선호를 받아 교과서에 붙박이로 자리를 차지한 작가가 아니라,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만인의 사랑을 받은 작가에게 붙일 수 있다면 정작 그 호칭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본다.
<<몽실 언니>>의 작가는 생전에 이웃의 가난한 할머니들이 그 소설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대변한 작가를 통해 해갈되지 못한 독서 욕구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었다. 독서 시장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 서민 노인들까지도 독자로 둔 이는 <<몽실 언니>> 작가 외에는 찾기 힘들 것이다.(*)
-인터넷 신문 대자보 2007. 6. 15.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 날 가 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없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 버리고 싶더라.
-이상 作
그래도,
사랑했던 그 분은 잘 지내시나 보다.
시간도 제법 지났고... 감정의 농도는 희석됐을 망정 여전히 좋아하는 정도의 마음은 남아 있고.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거면 된 거다.
........
방학이 반 이상 지나도록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미뤄둔 일들도 쌓여 있고, 마음도 여전히 복잡하다.
그 독은 쉬이 빠지지 않는다. 그것은 앞으로도 한참 나를 괴롭힐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홀로 견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분은 잘 지내시는 모양이니... 그것만은, 다행이다.
그러니... 나도 조금은 다시 힘내볼까.
다시 한번 더, '강함'을 이루기 위해.
나 혼자서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예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