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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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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 날 가 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없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 버리고 싶더라.

-이상 作


그래도,
사랑했던 그 분은 잘 지내시나 보다.

시간도 제법 지났고... 감정의 농도는 희석됐을 망정 여전히 좋아하는 정도의 마음은 남아 있고.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거면 된 거다.


........

방학이 반 이상 지나도록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미뤄둔 일들도 쌓여 있고, 마음도 여전히 복잡하다.

그 독은 쉬이 빠지지 않는다. 그것은 앞으로도 한참 나를 괴롭힐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홀로 견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분은 잘 지내시는 모양이니... 그것만은, 다행이다.

그러니... 나도 조금은 다시 힘내볼까.

다시 한번 더, '강함'을 이루기 위해.



나 혼자서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예쁘소서.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