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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소위 ‘홍대녀 루저 발언’에 대해서... 당초에는 ‘볍진이 볍진 같은 소리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신상까지 털리고 있는데 굳이 나까지 뭐라고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영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몇 자 적는다.
사실 그 여자가 키 180이하 남자는 루저라고 여기건 말건 나는 알 바 아니다. 그 여자가 무슨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보아 온 바로는 키를 비롯해서 별로 ‘조건’ 안 좋은 사람들도 다들 때 되면 잘만 결혼해서 애 낳고 살더라. 나도 키가 상당히 작지만, 내 키가 문제라고 여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공중파에서 대놓고 저런 개드립을 친 건 충분히 개념 없는 짓이고 까여야 할 일이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짜증난 부분은 다른 데 있었다.
이후 올라온 그 여자의 사과문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공중파에서 대놓고 그런 소리를 한 건 죄송하지만 180이하인 남자는 루저라고 여기는 건 제 신념이므로 그에 대해선 사과할 수 없다.’
........니미-_-
‘신념’이라는 건 고귀한 가치다. 그 방향이 설령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그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더 없이 힘겹게, 그리고 간절하게 추구하는 것이 아니면 신념이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
비전향 장기수들을 보자. 북한 체제에 충성한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그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전향 서약서 한 장 쓰면 끝날 일을 가지고 수십 년 동안 감옥에서 머무르다 결국 송환됐다. 비록 잘못된 것일망정 그들이 희생해야 했던 것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그렇기에 그에 동조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나는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을 ‘신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여자의 발언은 편협함과 무지함으로 가득 찬 덩어리일 뿐이다. 그 여자는, 신념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다. 내가 열받는 건 그 부분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그 여자 싸이 캡처에 적혀 있던 '다름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해주면 좋겠다'라는 글귀다. 관용은 불관용을 배격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다. '키 180이하 남자들은 싸그리 루저'라는 얄팍함과 천박함으로 가득찬 말을 인정한다면, 진정한 관용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단순히 다른 것'과 '아예 글러먹은 것'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 여자 개인에 대해서는 분노할 가치가 없다. 세상에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진정 분노해야 할 일이 많다(결국 시작되고 만 4대강이라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념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너무 가볍게 쓰인다는 것, 그리고 똘레랑스의 본질에 대한 무지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문제는 유독 그 여자만이 갖고 있는 게 아니기도 하다.
PS=그 여자 사과문에서는 Luser라고 적었더라. Roser 병시나, 인예대인 나도 안다!(....)
PS2=이번 일에 대해서는 허지웅님 정리가 좀 짱인 듯. http://ozzyz.egloos.com/4272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