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신은 여기서 환영 받지 못한다."

이 영화의 헤드 카피다.

사실 웰즈의 <우주 전쟁> 이후로 일반화된, '압도적인 힘과 지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저항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이질적 타자'로 외계인을 정의하는 것은 갈등구도의 단순화를 통해 보다 많은 관중에게 어필해야 할 필요가 있는 헐리웃 영화와 같은 매체에서나 주종을 이뤄왔을 뿐이다. SF 소설에서는 꾸준히 다른 유형의 외계인들이 등장해 왔고(렘의 <솔라리스>나 크라이튼의 <스피어>처럼 접촉한 이의 정신세계를 투사한다거나,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에서처럼 비교적 합리적이고 온건한 형태로 접촉해 온다거나), 지구인과 외계인의 갈등이라는 표피 아래 정치적 사회적 상징성을 담아 세련되게 표현한 작품들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참신하다고 여기는 요소인 '일반적인 지구인보다 지적이지도 세련되지도 못한, 너절하고 구질구질한 내키지 않는 이웃'으로 외계인을 묘사한 점은 그렇게 특기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비롯한 선구자적인 SF작가들은 반대로 지구인들이 옮긴 치명적인 질병으로 멸망의 위기에 처한 외계인들이 언젠가 돌아올 지구인들을 기다리며 복수의 도시를 건설하는 이야기 같은 걸 쓰기도 했고.  

그러나 이 영화가 좀 더 특별한 이유는, 그러한 '구질하고 너절한 모습의 외계인들'이 있는 장소가 외계의 어느 먼 별이 아니라 바로 지구이며, 벽을 통해 외계인 거주구역이 격리되어 있다는 배경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부분적으로 차용한 영화의 서두에서, 카메라는 고양이 사료 통조림에 열광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인간의 옷을 훔쳐 아무렇게나 둘러 입은 외계인들의 모습을 비춰주며 또한 그런 외계인들을 무시무시하거나 적대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귀찮고 떨쳐 버리고 싶은 이방인 취급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병치해서 보여준다. 주인공 역시도 그러한 현실에 분노를 느끼고 외계인 권익 보호에 앞장서거나 반대로 외계인 격리 조치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인물이 아니라, 적당히 덜떨어지고 심약하며 속물적인 '극히 평범하거나 혹은 평범 이하인' 인물이며, 이러한 배경은 관객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이 현실 풍경들과도 중첩된다.

서사 매체는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감상법이지만 현실과 접목하여 해석을 이끌어내는 것도 감상자로써는 놓치고 싶지 않은 재미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외계인들이 소수민족이나 장애우, 성적 소수자 등 이 세계의 그늘에 속해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로 보였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남아프리카의 인종문제 역시도 겹쳐 보였고. 넬슨 만델라의 결단 이후로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지금껏 누적되어 온 문제들이 해결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굳이 그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미디어 권력의 사실 은폐나 정치와의 결탁, 인간의 탐욕 등 곰씹어 볼 거리가 많은 훌륭한 영화다.

PS=마지막 장면 보며 패닉의 노래 UFO가 떠올랐다. "날아와 머리 위로 날아와~ 어두운 하늘 환히 비추며 솟아~ 모두를 데려갈 빛을 내리리~"

PS2=남아공 사신다는 어떤 분의 리뷰. http://theonion.egloos.com/5062252

PS=3년 뒤면.... 2012년!? ...그러쿠나! 마야 인들은 프런들의 역습을 예견해서 달력을 만든 거였고 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가 이 영화 후속이었쿠나!(믿으면 골룸)

사용자 삽입 이미지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