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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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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떠한 조직에 속해서는 안 되는 타입의 인간인 모양이다= =;

요즘 학교에서 총학생회 투표 기간이다. 그러나 이전부터 학생처와 총학(그리고 내부의 후보들) 간에는 불협화음이 있어 왔고, 최근에는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져 나오며 투표가 무효화되었다. 오늘이 재투표였는데... 어차피 총학은 학생들 복지에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자기들 권력 싸움에만 여념이 없다고 보고 있었기에 투표를 안할 생각이었다. 오늘 수업 하나는 휴강이고 다른 하나는 교수님이 출장 중이셔서... 기숙사에서 웹서핑하고 있었는데, 학회장놈에게서 투표 참가하라고 문자 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학생들 복지고 나발이고 신경 안쓰고 내부의 파워 게임에만 눈이 벌게져 있는 총학 따위는 내가 신경쓸 바가 아니다... 고 여기고 있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과대다. 투표에 참가하라는 게 학과의 입장이라면, 그에 참가하고 하지 않고는 내가 결정할 문제지만 적어도 전달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학회장놈한테는 별로 안 내킨다고 투덜대면서도 일단 가급적 투표 참여하라고 문자를 돌렸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난 여전히 이번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여기며, 아직 몇 시간 여유가 남았지만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판단이며, 만일 내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과대로서 위에서 내려 온 전달을 내 임의로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속으로는 투표 안하기를 바라면서도 일단 전달은 했는데....

뭐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아우슈비츠의 가스실 담당자도,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했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이 진정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타난 '악'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 역시도 내가 3학년 과대라는 의무감 때문에 정작 중요한 걸 놓친 게 아닐까. 물론 이번에 투표를 하느냐 마느냐는 사소한 문제다. 그러나 나 역시도 조직과 집단에 속하게 됨으로써, 한나 아렌트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선량한 개인이며 사악한 조직인', '가장 평범한 악'이 될 소지가 있지 않을까. 이번 일이야 뭐 사소한 것이니 그것까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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