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1. 2012.09.17
    신은 작가(지망 백수)에게 글을 쓰라고 컴퓨터를 주셨고
  2. 2012.09.06
    [팬픽]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Novel(1) 1
  3. 2012.09.03
    <브라흐마의 숨결> 1차 합평 결과 4
  4. 2012.08.23
    그대를 난 사랑했습니다
  5. 2012.06.10
    짐승과 사냥꾼
  6. 2012.06.07
    공모전들
  7. 2012.03.05
    공모전들 2
  8. 2012.01.15
    마가렛 와이스&트레이시 히크맨, <드래곤랜스> 中
  9. 2011.11.05
    예측 가능한 이야기
  10. 2011.10.27
    천장호에서 1
  11. 2011.10.23
    칼 토베, <아즈텍과 마야 신화> 中
  12. 2011.10.16
    손창섭, <신의 희작> 中
  13. 2011.10.10
    안개
  14. 2011.10.09
    재미있어 보이는 책 발견
  15. 2011.10.01
    [리뷰]신의 궤도
  16. 2011.09.28
    배명훈, <신의 궤도> 中
  17. 2011.09.24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 中
  18. 2011.09.16
    *경축* 환상문학 웹진 "거울" 100호 임박
  19. 2011.09.08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中
  20. 2011.09.06
    브람 스토커, <드라큘라> 재독 중
  21. 2011.08.29
    .......
  22. 2011.08.29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 2차 합평 결과
  23. 2011.07.18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 1차 합평결과
  24. 2011.07.12
    예전에
  25. 2011.05.08
    서사극의 기능과 희곡적 연극의 기능

악마는 그 컴퓨터에 랜 선을 달아 주었다.

 

ㅅㅂ 뽑을까

 

현재 쓰는 소설을 위한 레퍼런스 목록-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영화)

국가의 탄생(영화)

진저스냅1~3(영화)

울프맨(영화)

하울링(영화)

울프(영화)

미국 400년의 도전 2부:서부로(다큐)

미국 400년의 도전 3부:남북전쟁(다큐)

고대 늑대 다이어울프(다큐)

생존의 기술:늑대(다큐)

늑대의 산(다큐)

야생의 세계 스페셜:늑대(다큐)

TV 동물농장 투견편(...예능?)

산업 혁명과 기계문명(서적)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서적)

늑대왕 로보(서적)

위대한 늑대들(서적)

울지 않는 늑대(서적)

 

전에 ida님을 우연히 만났을 때 과연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 타로를 본 적 있다. 나온 점괘는, '자료 수집이나 소설 쓰기의 테크닉 같은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 속에 있는 걸 써라'.

 

그 이후로도 한참 지엽적인 것에 매달리다가 공모전 마감 기한을 놓치곤 했는데... 이제부터라도 그럴 생각이다.

 

+

 

참고용으로 산 책이 오늘 도착했다. 그런데 가격에 비해 너무 내용이 부실해서 반품 처리하려고 했는데 '외서는 반품이 안 됩니다 고갱님^^' ....시부엉 내 돈 28330원 으허어어허어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nd

*이 글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기반으로 한 재창작이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놀란 감독의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고, 그 강한 인상만큼이나 불만도 적지 않았던 나의 개인적인 팬심에 의해 쓰여진 것이며 영화의 공식 설정은 물론 배트맨 원작 코믹스와의 설정들과도 충돌하는 부분이 다수 있다. 또한, 나만의 재해석이나 오리지널 설정도 포함되어 있다. '나만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바꿀까 생각도 해봤는데('다크 나이트 어센션'이나, '고담 나이트' 등의 제목을 생각해 봤다)... 영화와는 이래저래 바뀐 부분이 많긴 하지만, '영웅의 좌절과 재기'라는 면에 있어서는 영화의 줄기를 따르고 있기에 그냥 라이즈로 결정 땅땅.

 

 

 

 

 

 

And

*신선함

*지금까지 써오던 다른 작품들과는 스타일이 다름

*로저 젤라즈니 같은 느낌. 이야기의 파편들이 늘어져 있다

*합평회의 분위기에서 우리 모임 냄새가 났다

*합평회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몰입이 됐는데, 그 이후부터는 소설 같지가 않고 몰입이 안 됐다

*킁킁 정치덕후 냄새

*‘등의 소재가 상당히 중요한 것처럼 나왔는데 그것이 잘 부각되지 않아 보인다

*미드 플래시포인트에 비슷한 소재가 나온다.

*전반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불명확하다. 확실한 이야기의 진행이 잘 되지 않으니 지루하다

*며칠 정도 일을 미리 안다고 해서 SF라는 장르 자체에 위기가 닥칠 것 같지는 않다.

*기승전결로 봐서 결국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듯한데, 꿈을 통해 미래를 봄으로써 그것과 연결을 시킬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좀 더 초점을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 자체가 별로 재미가 없다‘_`

*평행세계라는 소재가 잘 안 어우러진다.

*UFO가 왔다 가고, 전 세계 사람들이 예지몽을 꾸기 시작했다는 장대한 스케일에 비해 주인공의 일상이나 감정들이 너무 소소하다.

*인셉션이 크게 흥한 이후로, 꿈이라는 소재를 다룸에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지금대로는 이야기 분량이 좀 애매해질 우려가 있다. 왠만한 건 전부 쳐내고 아예 단편으로 가는 게 나을 듯하다.

*물리학적 소재와 제반지식들을 좀 더 공부해서 확 부각시킨다면 어떨까?

 

-----------------------------------------------------------------------------------------

원래 소설 합평 자리에서 나온 지적들은, 받아 들일 만한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자체적으로 걸러낼 필요가 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큰 설정과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써야만 할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내게 있어,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내게 일어났던 어떤 한 사건으로부터 정신적으로 '졸업'한다는 것이다.

 

And

그대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나의 영혼 속에는 아마도
사랑이 여전히 불타고 있겠죠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제 그대를 괴롭히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하든 당신을
조금도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그대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질투로
괴로워하면서도.
나는 신이 그대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사랑을 받게 만든 바 그대로
진심으로, 부드럽게
그대를 나는 사랑했습니다

 

 

-푸쉬킨 作

And

이번에 새로 플레이 예정인 겁스 헌터들의 밤 캠페인에서 쓸 곰 인간 캐릭터, 누알라 컬렌이 등장하는 짤막한 단편. 원래는 플레이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의 이미지를 내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잡기 위해 1~2페이지 정도로 짧게 쓸 예정이었는데 쓰다보니 재미있어져서 좀 더 길어졌다. 전에OWOD워울프 캠페인에서 플레이했던 섀도우로드 루퍼스 라가바시 영월도 그렇고... 내가 굴리는 여성 캐릭터들은 대체적으로 천연 기질이 있는 듯. 만들 당시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데 만들어놓고 보자면 '노린 모에 요소' 같은 게 한 둘 정도는 있는 듯해 왠지 좀 창피하다. 다음 번에 여캐하면 좀 더 냉철하고 쿨한 캐릭터를 만들어볼까. ...근데 내 소설도 얼른 써야 할텐데...

 

중간에 특별 출연 캐릭터들이 좀 있다. 세션에 어떤 분 감상과 마찬가지로 스콧 너무 잉여해서 불쌍해...

 

PS=쓸 때는 재미있었는데 읽어보고 나니 이런 캐릭터를 플레이한다는 게 좀 부담되기 시작했다. ...영월 때도 잘 플레이했으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_

 

인간 모습은 이런 누님인데

 

 

변신한 모습은 이러함ㅇㅇ 저 앉은 자세가 참으로 망충하도다...

 

And

1)

ZA공모전 6월 22~8월 31일까지 황금드래곤 문학상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

 

2)

http://campaign.naver.com/gameaward2012

 

NHN 게임 문학상 공모. 7/2~7/31까지. 양식에 따라 요구 내용을 기재하여 홈페이지에 등록 요망

 

3)

9/19~9/25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작성 양식과 함께, 60쪽 전후의 스토리 원안을 1개 파일로 온라인 접수

And
1)2012년 5.18 문학상
기한:4월 2일~4월 23일 사이
우편 또는 방문 접수
이름, 주소, 연락처, 응모 분야 기재요망

2)2012 문학동네 신인상
기한:6월 20일
신청서와 함께 투고 요망

3)지필문학
기한:3월 20일 
응모시 성명 및 연락처. 주소, 전화번호, 사진, 직업, 간단한 프로필을 명기한다.
     (미 기재시 접수 불가)
- 이메일로만 접수 ( 1개의 문서파일 안에 모든 작품을 다 담아야 함 ).



And
....이제, 스텀은 드래곤 하이로드가 안장에서 일어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장은 이륜 전차처럼 만들어져서 앉아서 싸우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하이로드는 장갑낀 손에 창을 쥐고 있었다. 스텀은 활을 떨어뜨렸다. 드래곤이 붉은 눈을 이글거리고, 흰 이빨을 번득이며 점점 가까이 오자 방패를 집어들고 칼을 뽑고는, 벽 위에 서서 그에 직면했다.

  그때 저 멀리 스텀은 마치 멀리 있는 그의 고향의 흰 눈 덮인 산의 공기처럼, 트럼펫의 차고 맑은 소리를 들었다. 투명하고 상쾌한 트럼펫 소리가 그의 가슴 속을 꿰뚫어 그를 둘러싼 어둠과 죽음의 절망 위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스텀은 그 소리에 거친 외침으로 화답하고 칼을 들어 적을 맞이했다. 태양빛은 그의 칼날 위에 붉게 빛났고, 드래곤은 몸을 낮춰 덤벼 들었다. 다시 트럼펫이 울리고 스텀은 목소리 높여 다시 화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가 도중에 갈라졌다. 왜냐하면, 스텀은 그가 전에 이 트럼펫 소리를 들었다는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 꿈!

  장갑 속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손으로 칼을 단단히 쥐었다. 드래곤이 그 위로 어렴풋이 나타났다. 복면의 뿔이 붉은 핏빛으로 흔들리고 독 묻은 창은 준지를 갖추고, 하이로드가 드래곤 위에 걸터 앉았다. 공포로 스텀의 내장은 단단히 굳었고, 피부는 차가워졌다. 트럼펫 소리가 세번째로 울렸다. 꿈에서도 그랬다. 세번째로 트럼펫이 울리고 나서 그는 목숨을 잃었다. 드래곤에 대한 공포가 그를 압도했다. 도망쳐라! ...그의 머릿속에서 외쳤다. 도망치자! 드래곤들이 안뜰로 급습할 것이다. 기사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죽을 것이다. 로라나, 플린트, 탓슬... 탑은 함락될 것이다.

  안 돼! 그 순간 스텀은 스스로를 붙들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나의 이상, 나의 희망, 나의 꿈 기사도는 무너져가고 있었다. 법령은 결함을 드러냈다. 나의 삶에서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나의 죽음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로라나에게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나의 목숨으로 벌어줘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규범에 따라 죽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칼을 쳐들고, 그는 기사들의 예를 적에게 취했다.

  놀랍게도 그의 인사에 드래곤 하이로드는 엄숙하게 응답했다. 그리고 드래곤이 입을 벌려 기사를 날카로운 이빨로 베어버릴 준비를 마치고 급강하했다. 드래곤이 머리를 쳐들지 않으면 목이 베이도록 스텀은 칼을 휘둘렀다. 나는 것을 방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동물의 날개는 침착하게 비행을 계속했다. 기수는 한 손에는 끝이 반짝이는 창을 쥐고 나머지 손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고 있었다.

  스텀은 동쪽을 향해 섰다. 태양의 빛으로 반쯤 눈이 가리자 스텀은 드래곤이 검은 물체로 보였다. 그 동물이 낮게 날아 벽 높이에서 급강하하는 것을 보고, 블루 드래곤이 기수에게 공격에 필요한 간격을 주며 저 아래서 나타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두 명의 기수는 그들의 주군이 이 무례한 기사를 끝장내는데 도움이 필요할 때를 기다리며 뒤로 물러나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태양빛이 쏟아지는 하늘은 텅 비어 있었다. 그때 드래곤이 벽 위로 솟아올랐다. 무시무시한 포효가 스텀의 고막을 찢어놓고 그의 머리를 고통으로 채웠다. 벌어진 입에서 나오는 드래곤의 숨결 때문에 그는 목이 막혔다. 그는 비틀대며 가까스로 칼을 휘둘렀다. 낡은 날이 드래곤의 왼쪽 콧구멍을 찢어놓았고,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드래곤은 격분해서 으르렁댔다. 그러나 그 타격은 대가가 컸다. 스텀은 자세를 수습할 틈이 없었다.

  드래곤 하이로드는 태양빛을 받아서 끝이 불꽃처럼 빛나는 창을 들어올렸다. 몸을 숙여 창을 세게 던지자 갑옷, 살, 뼈를 꿰뚫었다.

  스텀의 태양이 산산히 흩어져 내렸다....

------------------------------------------------------------------------------
Est sularus oth mithas-

나의 명예는 나의 목숨.
And
 꽃들은 많은 것을 예언하고 사라졌다

  밤이 밤마다 그리는

  밤의 자화상에 대해

  꽃이 있던 자리의 허공에 대해

  당신이 나에게

  흥미를 잃는다는 것에 대해

 

  하지만 개들은 알아보지 못하는 것들을 향해서 짖고

  나는 예측할 수 있는 것들만을 떠올렸다

  꿈속에서는 눈을 감고도

  아주 무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당신이 조금씩

  먼 구름을 닮아간다는 것

 

  어느덧 나는 개들의 꿈속을 달려갔다

  개들의 꿈속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꼬리를 세우고

  최후인 듯 짖어댔다

 

  꽃들의 예언을 위해

  무거운 구름을 위해

  우리의 발밑에 그려지는 무수한 동심원들

  하나하나를 향해

-이장욱 作

-----------------------------------------------------------------------
이토록이나 쓰라린 것은, 내가 스스로가 느끼던 감정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나도 변화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끝난 이야기다.


그립다. 하지만 견딜 수 있다.

내 명예는 그리움보다 강하다.


행복하기를, 모쪼록.

+

겨울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소리다.
And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 作

-----------------------------------------------------------------------

..........

내겐, '친구', 혹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그러했던 적이 있다.

고민하다가 결국 그 친구의 남편이 될 분에게 메일을 써 보냈다. 아무래도 바보 같다 싶기도 한데, 어차피 그럴 만한 상대도 얼마 안 남았으니 괜찮겠지. 그래도 날이 밝아오면 조금 후회될 것 같아서, 아침에 확인해 보고 수신 안 됐으면 그냥 발송취소해버릴 생각이다. 2시가 넘은 시간이니 수신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ㅋ

...냉정하게 생각하자. 그 친구도, 남편될 분도 딱히 내가 다른 의도를 품었다고 여기시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될 분도 성격이 좋은 편이고, 앞으로도 셋이서 자주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자고 말씀하실 가능성이 높다. 친구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쁠 때가 있긴 하다. 그 둘도 역시 날 친구라고는 생각하겠지만.... 부부는 단 둘만이서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법이고, 제삼자의 호의는 단지 거북할 뿐일 수도 있다. 둘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뭘 하든지 간에... 맺고 끊는 건 확실한 게 유익하다. 앞으론 연락할 일도 없겠지.


애초부터 친구가 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남은 남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겉으로는 웃음과 농담으로 대하며 마음을 닫아뒀더라면 더 나았을까. 지금 내가 학교에서 후배 애들한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오늘 밤은 잠이 안 올 듯하다.

....소설이나 쓸까. 캔커피나 하나 사와야지.
And

...대지와 인간, 그리고 그들이 먹고 마실 식량과 음료를 창조한 후, 신들은 누가 세상을 비출 새로운 태양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테오티우아칸의 어둠 속에서 모임을 가졌다. 아직 만물이 어둠 속에 있고, 태양과 새벽이 열리지 않았을 때 신들은 테오티우아칸에 함께 모여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이리로 오시오, 신들이여! 누가 이 짐을 떠맡겠소? 누가 새벽을 가져올 태양이 되고자 하오?”

  이때 테쿠시스테카틀이라고 불리는 오만한 신이 재빨리 자원을 했지만 다른 여러 신들은 겸손하고 병약한 신 나나우아친(생명의 바위를 쪼개고 옥수수를 가져온 신)을 추천한다. 나나우아친은 이 제안을 다른 신들에 대한 의무와 빚으로 생각하고 전사와 같은 냉철함으로 기꺼이 수락한다. 화장용 장작이 준비되는 동안, 테쿠시스테카틀과 나나우아친이 단식과 속죄를 할 두 개의 언덕이 만들어지는데, 이것들은 태양과 달의 피라밋으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테쿠시스테카틀이 단식과 기도를 하면서 바친 봉납물은 대단히 훌륭하고 진귀한 것들이었다. 그는 전나무 가지 대신 케찰새의 깃털을, 풀다발 대신 황금 덩어리를 내어 놓았다. 또한 테쿠시스테카틀은 자신의 피가 묻은 용설란 가지 대신 붉은 산호가 달린 옥송곳을 바쳤다. 그가 피운 향 역시 아주 희귀하고 최고로 질 좋은 것들이었다. 반면 나나우아친의 것들은 형편없이 초라한 것들이었다. 전나무 가지 대신 그는 갈대뭉치를 사용했고, 자신의 피가 묻은 진짜 용설란 가시를 바쳤다. 그가 태운 향 역시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부스럼 딱지였다.

참회의 기도가 끝난 나흘째 자정에 신들은 둘에게 옷을 입도록 하는데, 테쿠시스테카틀은 화려한 옷감으로 치장한 반며 나나우아친은 종이류로 만들어진 간단한 제대포만을 걸쳤다. 그리고 신들은 나흘 동안 타올라 이제는 아주 뜨겁게 달구어진 화장용 장작더미 주위를 둘러싼다. 불꽃의 양편에 늘어선 신들은 먼저 테쿠시스테카틀이 화염 속으로 뛰어들 것을 요구한다. 테쿠시스테카틀은 장작더미를 향해 다가서지만 뜨거운 열과 이글거리는 불꽃에 겁을 먹고 머뭇거린다. 그는 다시 한번 시도하지만 이번에도 멈춰 섰다. 테쿠시스테카틀은 모두 네 번이나 불로 뛰어들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마침내 신들은 나나우이친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하고 그는 즉시 불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나나우아친은 결의를 다지고 눈을 굳게 감았다. 그는 어떤 공포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물러서지 않은 채 불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결국 그의 몸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나나우아친의 영웅적 죽음을 본 테쿠시스테카틀은 곧바로 불속에 몸을 던지고, 뒤이어 독수리와 재규어가 뛰어든다. 독수리의 깃털은 검게 그을리고, 재규어의 가죽은 검은 점으로 얼룩진다. 테오티우아칸에서 보여준 용기 덕에 독수리와 재규어는 아즈텍 전사들에게 있어 그들이 지향해야 할 위대한 두 표상이 되었다. 둘의 죽음 후 다른 신들은 그들이 어디서 다시 나타나는지 보기 위해 기다린다. 점차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자 신들은 목을 길게 빼고 용감한 나나우아친이 처음 나타나는 곳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몇몇 신들은 동쪽을 가리키며 나나우아친이 그쪽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는 옳았다. 그들은 나나우아친의 출현을 본 최초의 목격자가 되었다. 사방으로 빛을 발하는 무서운 태양신 토나티우로 부활한 나나우아친은 이제 더 이상 병약하고 겸손한 신이 아니었다. 그리고는 태양이 떠올랐고, 그가 앞으로 나섰을 때는 붉게 보였다. 그는 좌우로 흔들렸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의 빛은 사람들을 눈멀게 했다.

잠시 후 테쿠시스테카틀도 동쪽에서 나타났는데, 그 역시 토나티우만큼 밝은 빛을 내뿜었다. 그 둘은 너무도 비슷해서 신들은 세상이 지나치게 밝아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러던 중 신들 가운데 하나가 테쿠시스테카틀의 얼굴을 향해 토끼를 집어던지고 이때의 상처로 달의 표면은 태양보다 희믜하게 된다. 보름달이 떠 있는 동안은 달의 정면에 앉아 있는 토끼를 볼 수 있다.

 비록 태양과 달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토나티우는 자신의 행로를 따르는 것에 대한 댓가로 다른 신들의 충성과 피를 요구한다. 이러한 오만함에 격분한 샛별과 새벽의 신 틀랄우이스칼판테쿠틀리는 태양을 향해 단창을 던진다. 그러나 단창은 목표를 밋나가고 태양은 다시 새벽의 신을 향해 빛의 단창을 쏘아 그의 머리를 꿰뚫는다. 이 순간 새벽의 신은 돌과 추위의 신 이차틀라콜리우키로 변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새벽녘은 언제나 춥게 된다. 신들은 마침내 자신들을 희생시켜 태양을 움직이게 하는데 동의하고, 케찰코아틀이 제례용 칼로 각 신들의 심장을 차례로 도려낸다. 죽은 신들의 망토와 아름다운 장식품들은 신성한 꾸러미 속에 싸이고, 그러한 형태로 그들은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다. 테오티우아칸에서의 신들에 대한 학살에서 다섯 번째 세계 나누이 올린이 창조된 것이다. 그 후 인간들은 신들이 자신들을 희생해야 했듯이 태양이 계속 정해진 행로를 따르게 하기 위해 심장과 피를 바쳐야 했다.

------------------------------------------------------------------
쓰기 시작한(정확히는 아직 구상 중인) 새 단편 컨셉을 아즈텍 신화에서 따온 건 내가 생각해도 신의 한 수인 듯. 저 이야기에는 선악의 역전, 그리고 공포와 희생이 있다. 아즈텍 문명을 사악하다고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은유로써 저 이야기는 매우 훌륭한 원천이다. 아즈텍의 공식적인 '건국 신화'는 이와는 또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고, 이 둘의 교차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만한 건덕지가 많다. ....나만 재미있어선 곤란하긴 한데. 

기독교의 경우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인류는 구원받았다, 그러니 인간은 그의 뜻을 기려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비해 아즈텍 신화는 '신들이 우주의 운행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 그러니 인간도 스스로를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라는 것도 흥미롭다.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인류를 위한 희생 자체가 기독교에서는 신의 아들에게 허용된 일종의 특권이지만(인간으로서의 예수는 자신의 운명 앞에 한 없이 슬퍼하고 두려워했다고 하지만), 아즈텍 신화에서는 모든 이에게 부과된 성스러운 의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만, 아즈텍 신화에서 나타나는 희생은 우주의 법칙을 위한 것이라는 것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And

....중학교 시절의 S는 싸우지 않고는 억울해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술을 안 먹고는 배길 수 없는 심정과 유사했다.
  "야이, 이 새끼 내 눈깔 좀 봐. 난 부모두 형제두 집두 없는 사람이다."
  이것이 중학생인 S가 누구와나 도전할 때 던지는 공식적인 첫 마디였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자포적인 심리를 완전무결하게 표시한 것은 아니다. 속으로는 다음과 같이 몇 마디를 더 덧붙여야 했던 것이다.
  "야이, 이 새끼 내 눈깔 좀 똑똑히 봐. 난 부모두 형제두 집두 없는, 전도가 암담한 오줌싸개다."
  이것이 S가 적을 향해서, 아니 세상을 향해서, 혹은 하늘을 향해서 과시적으로 쏘아붙이는 부르짖음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이래서 싸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그의 공식적인 선전포고사는 부연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한 마디로 귀착해 버리는 것이었다. 즉,
  "난 너 같은 거 한두 마리쯤 죽이구 죽어두 그만야. 내 죽음을 애석해하구 슬퍼해줄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두 없으니까."...

----------------------------------------------------------------------------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S와 어렸을 때의 나는, 큰 차이점도 있지만 대단히 닮은 점도 있다.

.......

한 잔 할까. 요즘 들어서 옛 생각이 자주 든다. 뭐... 나도 그 때보다는 훨씬 강해졌고, 그 기억 때문에 침울해져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괜찮다. 견디고 살 수 있다.

이젠 남들이 이해해줄 거라는 기대만 완전히 접을 수 있게 되면 절반은 성공한 삶이다. 




And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 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 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기형도 作

And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007172855&section=01&t1=n

'신념과 의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던 중에 흥미로워 보이는 책 발견. 살 돈은 없고... 도서관에 비치 요청이라도 해둘까.

PS=그런데 댓글에 왠 병신들이 저렇게 많냐.
PS2=그런데 기자가 제목 뽑은 센스는 확실히 에러인 듯.
And


http://mirrorzine.kr/index.php?document_srl=7374&mid=w1_domestic

-----------------------------------------------------------

"....그런가하면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난산 성지 대교구장 최신학 대주교는 은경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난은 비행기 유목을 할 운명이었을 거고,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고, 황문찬 소장은 전쟁을 일으킬 운명이었을 거고, 문원식 주교는 또 그 나름대로 할 일을 한 것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삶들이 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하지만 이것은 그토록이나 다양하게 얽혀 있던 많은 이들의 운명을 관찰자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현자의 방식이다. 인간이 어디까지나 눈이 흐리고 귀가 어두울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그래서 전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차라리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위해 모순을 감내해 가면서도 그 전장에 서는 게 평범한 인간의 방식이 아닐까. 그러한 삶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세계를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것. 그런 것이 우습지 않은 것의 수준을 넘어서 진정으로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

---------------------------------------------------------
리뷰에서 쓴 저 구절은, 사실 내 개인적인 관점이다. 인간사에 있어 그토록 많은 대립과 투쟁들, 그 모든 걸 온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일종의 해탈의 경지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해탈의 경지는, 저 피안에 있어주는 쪽이 낫다. 

나는... 현자나 성자는 결코 되지 못할, 한없이 범속한 인간이다. 그러하다면 그러한 대로, 내가 살고자 하는 방식대로 살 것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쫓을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까지 고매한 가치는 아니다. 고매하긴 커녕, 좀 더 나이가 들고 나면 스스로도 비웃게 될 시시한 자기만족에 가깝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것'이며, 나 외엔 다른 누구도 이뤄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And
...신께서는 눈을 돌려 생명의 빛으로 가득한 광활한 우주공간을 돌아보셨다. 가까운 곳에서 세 개의 사악한 빛이 보였다. 항성급 행성 파괴무기. 경라기금에서 배치한 무기였다. 그리고 나니예를 향해 날아오는 세 개의 행성. 종말의 전조였다.
  신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고 조용히 내면의 우주를 들여다보셨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우주보다 더 거대한 기억의 우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속에는 우주가 있고, 우주를 향해 날아간 문명이 있고, 그 문명이 만들어낸 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신의 기억 속에는 또다른 기억의 우주가 펼쳐져 있었는데, 그 속에서는 또다른 문명이 우주를 향해 날아갔고, 그 문명을 기억할 또다른 신이 또다른 기억의 우주를 품은 채 우주를 떠돌고 있었다.
  그 많은 우주를 통틀어 그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나니예 개발계획 고객 운송용 우주선 바이카스 타뮤론에 남아 있던 외롭고 작은 신. 그의 친구, 그의 당직 역사학자. 스스로 악마가 된 가련한 영혼, 히스토리오그라피아 타뮤로니안의 그림자였다. 그 영혼을 가슴에 품는 순간 그는 더이상 무기가 아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나니예를 향해 날아오는 종말의 전조들을 바라보았다.
 
  히스톨, 저건 내가 맡을게. 다행히 이번에는 안 늦었어.

-----------------------------------------------------------------------------
읽으면서 계속 옛 기억이 떠올라 약간 우울했다. 리뷰 쓰면서 계속 다시 책을 찾아봤는데, 몇몇 부분에서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 넘겼다. 그리고 저 부분에서, 결국 바보처럼 조금 울어 버렸다. 한심하고 구질구질한 꼴이다.

내게도, 저렇게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난, 나물처럼은 될 수 없다. 나는 그런 직선은 그릴 수 없다. 나물이 구하는 것은 신이지만, 내가 구하는 것은 지금의 내가 속해 있는 이 지상에서 혼자서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결말은 히스톨과 가까울 것이다. 다른 건, 내 곁에는 은경도 프리마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난 싸울 수 있다. 결의를 세우고, 투쟁심으로 내 안을 채운다. 그러면 한참 동안은 꺾이지 않을 수 있다. 흔들린다면 그건 결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투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난 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하시길. 부디.
And
"...말에서 떨어진 사람은 말에 탄 사람이다. 패배한 장수는 전쟁에 참가한 장수다. 익사한 레콘은 물에 들어간 레콘이다. 모든 패배자는 패배하기 직전까지는 승리를 거듭한 자다. 삶은 패배하기 위한 긴 여정이다. 삶은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패배하기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

---------------------------------------------------------------------------------
지금 여기서, 나의 聖戰을 수행한다.

결국 패배할 그 날까지.
And



*이 동영상은 거울의 pena님이 제작하셨습니다.
And

구보는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서 5전 백동화를 골라 꺼내면서, 비록 한 번도 꿈에 본 일은 없었더라도 역시 그가 자기에게는 유일한 여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여 본다. 자기가 그를, 그 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것같이 생각하는 것은, 구보가 제 감정을 속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여자를 만나보고 돌아왔을 때, 그는 집에서 아들을 궁금히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에게 '그 여자면' 정도의 뜻을 표시하였었던 것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구보는, 어머니가 색시 집으로 솔직하게 구혼할 것을 금하였다. 그것은 허영만에서 나온 일은 아니다. 그는 여자가 자기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경우에 객쩍게스리 여자를 괴롭혀 주고 싶지 않았던 까닭이다. 구보는 여자의 의사와 감정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러나 물론 여자에게서는 아무런 말도 하여 오지 않았다. 구보는 여자가 은근히 자기에게서 무슨 말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도 생각하여 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은 제 자신 우스운 일이다. 그러는 동안에 날은 가고 그리고 그것에 대한 흥미를 구보는 잃기 시작하였다. 혹시 여자에게서라도 먼저 말이 있다면...

그러면 구보는 다시 이 문제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게다. 언젠가 여자의 집과 어떻게 인척 관계가 있는 노마나님이 와서 색시 집에서도 이편의 동정만 살피고 있는 듯 싶더란 말을 들었을 때, 구보는 쓰디쓰게 웃고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희극이라느니보다는, 오히려 한 개의 비극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구보는 그 비극에서 자기네들을 구하기 위하여 팔을 걷고 나서려 들지 않았다.

------------------------------------------------------------------------------
냉정해지자. 내가 그 분께 품었던 그 모든 감정, 그 모든 인식들이 어쩌면 단순한 나만의 환상이었을 수도 있다. 박태원은 이 작품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마저도 단지 그런 감정을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애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난, 아마도 그런 인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나 자신의 모습과는 별도로 그것이 정말 제대로 된 '사랑'은 아닐 것이다. 난, 그 분을 사랑할 자격이 없을 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이 더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 저 구절을 읽으며, 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1)그 분은 남자친구분이 있고, 곧 결혼하실 모양이다. 2)내가 그 분에게 가졌던 감정이 어떤 것이건 이제는 의미가 없다. 3)그 분은 내 감정을 어느 정도 눈치채셨을 가능성이 높다. 4)현재 상황에서는 그 분도 아무래도 내가 의식이 되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건 부담스러워하실 것이다. 전혀 개의치 않으신다면 그것도 나름 가슴아픈 일이지만 일단 이 가능성은 논외로 한다. 5)반했던 분에게 그런 불편을 끼쳐드리고 싶지는 않다. 내게 있어서도 그 분과 자주 마주치면 마음을 정리하기가 어려워진다. ->결론)당분간 그 분을 보지 않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서로에게 유익한 해결책이다.

.....그래도, 그 분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번 추석 때 그 분은 어떻게 보내실까, 양가 부모님들 모시고 상견례라도 하시려나.

...............


이쯤 해두자. 더 이상 구질구질해지고 싶지는 않다.

And
마음에 드는 구절 발견.

---------------------------------------------------------------------------------

그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보조사를 대했던 태도와 똑같았다. 그의 숭고한 자아 감각으로 볼 때 나 나와 보조사의 차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종교적 광증인 것 같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자신이 신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미소한 차이쯤이야 전지전능한 존재에게는 너무도 하찮은 문제다. 미치광이들이란 이런 식으로 자기 정체를 폭로하고 만다. 진정한 신은 참새 한 마리도 떨어지지 않도록 보살피신다. 하지만 인간의 허영이 창조한 신은 독수리와 참새의 차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 인간이 언제나 정신을 차릴런지!

+

"명령을 받들기 위해 왔습니다, 주인님. 저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충실한 노예에게 상을 내려주십시오. 저는 오랫동안 멀리서 당신을 숭배해왔습니다. 이제 이곳까지 오셨으니, 제가 주인님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주인님, 좋은 것을 나눠주실 때 저만 빠뜨리지는 않겠지요?"
그는 이제 이기적인 늙은 거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스도의 현존을 보고 있다고 믿는 중에도 오로지 빵과 물고기 생각 뿐인 것이다. 그의 광증은 참으로 절묘한 조합이다.
And
바람의 달(Ventose)에...
나는 열월에의 예조로 폐를 앓는다

하얀 마가레트 꽃을
머리에 꽂은 시골 소녀

맨발로 걸어가는
프랑스의 농부

그대의 눈물,
내 슬픔을 폭사할 듯

소망보다도
앞서 달려나갔던
분노의 창

우리들 머리 위의
순결한 태양...

눈을 감고도
주검의 성채가 보인다
신들린 열월(Thermidor)
흔들리는 성채...

그 속에 강간당한 혁명이
괴물처럼 드러누워 신음하고 있다

울어라,
나의 성처녀 쥬느비에브!
너는 집시처럼
쓸쓸히 점을 치고 있구나
그 옆 얼굴에 입맞추나니...

12황도궁의 마디마디마다 맺힌 함성
동결된 채 흐르는 라 세느
번개불로도 범치 못할 한 자루의 촛불

피빛의 탄식은
동방까지 넘치고
누군가 나직이 외친다
꿈은 아직도 수천년을
인내해야 한다고...

이뤄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그대와 나
눈물의 이카리아(I'caria)...

아는가
어느 비 내리는 밤...
그대의 처마 밑을 누가 울고 가는지

-김혜린 作, <테르미도르> 中
And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나)
  *여기 나오는 카스파 하우저는 원전과는 별 상관없는 듯.
  *처음에 기자가 왜 이렇게 중요한 인물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과거로 넘어간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을만한 장치가 부족함.
  *이 작품을 무대에서 상연했을 때 나와 있는 지문을 통해 재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좀 있다. 소년이 오줌을 싸는 장면이라거나.
  *인물들의 성격 변화가 너무 빨라서, 배우들 입장에서 이입을 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특히 신사. 고결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행동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수사적인 미학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읽었다. 글이 대단히 현대적.
  *원전이 너무 단편적으로 인용된 듯. 카스파 하우저는 맥거핀이랄까, 소재 내지 대상이라는 느낌이고 핵심 인물은 신사와 기자라고 보인다. 둘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신사가 기자를 싫어하면서도 휘둘리는 부분이 있는 등. 진실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 등의 주제로도 읽힌다.
  *기자의 인물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듯. 악마적인 달변가. 가장 핵심적인 존재이며, 이 작품에서는 전지전능자에 가깝다. 메피스토펠레스를 보는 느낌.
  *장르에서 보통 이야기하는 기승전결 구조가 결여되어 있다. 핵심 미스터리에 대한 실제 조사보다는, 그 미스터리는 소재일 뿐 실질적으로는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논쟁이 주가 된다.
  *신사와 카스파 간의 감정 교류가 좀 더 농도가 강했어야 한다. ‘나를 혼자 두지 말라’라는 대사 하나만으로는 다소 힘이 약하다.
  *카스파의 대사가 다소 부자연스럽다. 말을 너무 잘하는 듯. 형상화가 좀 덜 되어 있다.
  *부분 부분은 괜찮은데 묶어놨을 때 그 조합이 부자연스러움
  *신사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카스파를 이용하려는 기미는 있었지만 악의를 가지고 이용한 것은 아니었고. 악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고결한 인물도 아니다. 다소 위선적이고 지조 없는 인물상.
  *남자 1은 ‘고결한 척’하려고 하고, 남자 2는 대놓고 돈돈돈... 하는 듯. 신사와 더불어 셋 다 부르쥬아긴 하지만 셋 다 인물상에 있어 차이가 보이긴 한다. 스토리를 찔러줄만한 조역이며 도구라는 역할에 충실해 보인다.
  *카스파가 맥거핀에 가깝게 쓰였다고 했는데, 거울을 두고서 하는 독백 장면은 꽤 잘 쓰인 듯. 그 독백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서사의 초점이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단편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한 듯. 역시 부분 부분은 괜찮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좀....... 으음................................
  *독백이나 방백 등이 인물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조망해주지 못한다. 다만 상황을 정리하고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는 역할로 그치는 감이 있다.
  *전체적으로 액션이 다소 부족. 지시문이 너무 적다.
  *상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인물 수도 적고, 소품도 한정되어 있는 등 어느 정도 생각은 했지만 다소 불충분한 느낌.
  *제목이 ‘무엇이 카스파 하우저를 죽였나’라면 이야기의 초점에 카스파가 있어야 한다고 보인다. 등장인물은 진정한 사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얻지 못해도 관객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서사의 가능성을 다변화해줄 수 있는 ‘다른 가능성’들이 너무 부족하다. 시장이 직접 등장한다거나 해서 그런 떡밥들이 더 풍부해졌더라면 좋았을텐데.
  *이야기의 초점이 불명확함.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걸 확실히 표현하고 싶었다면 소설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희곡에서는 모든 것이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어야 하니까.

And
  *SF나 판타지가 아니라서 끝까지 읽었을 때 조금 당황.
  *원전에 비해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음. 나름의 주제 의식을 통해 잘 필터링된 느낌
  *이야기가 허리 부분에 잘려 끝나 버리는 느낌. 서론이 너무 길다
  *희곡으로서는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 거울을 표현하는 부분의 설명이 부족. 그 부분에서 소년이 독백을 하며 뒷모습을 보이는데, 희곡에서는 뒷모습을 보이는 게 금기에 속함. 희곡적 장치에 대한 연구가 부족
  *이야기가 확확 진행되지 않고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어 다소 지루하다. 행동으로 보여줄 거리가 많아야 하는데 대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큼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2222 반드시 필요한 장면도 아닌 듯 한데
  *남자들의 캐릭터가 불분명하다. 몽매한 대중들이라는 건 전달되지만 그에 비해 극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
  *2장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리와인드를 너무 많이 한 듯.
  *기자의 캐릭터가 미묘. 역할 자체는 분명한데 비해 기자 본연의 정체성인 기사를 쓴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교활한 인물상에 가깝다. 소년을 죽인 것은(혹은 죽게 한 것은) '기자로서의 그'인가?
  *신사가 기자에게 그렇게 피를 봤으면서도 왜 기자에게 사건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가?
  *신사가 소년을 죽인 거라고도 볼 수 있다.
  *시장의 짓일까.........................??????????????????????
  *추리물 같은 제목과는 달리 누가 '진짜 범인'인지가 불명확하고 책임 소재가 분산되어 있어 찝찝하다. 그것이 작가의 주제라는 건 알겠지만 독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비해 마무리에 강렬한 임팩트가 부족하다.
  *착실하게 사건들과 갈등들을 쌓아 올려가긴 하는데 마무리가...:Q22222222
  *약간씩 변주가 있어야 하는데 배경만 바뀌고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그래서 지루한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인물 소개 부분에서 익명화된 '신사'나 '기자'보다는 구체적인 이름을 주는 게 나았을 듯.
  *대사가 전반적으로 너무 길다.
  *이 작가가 쓴 작품 답다. 정치덕후 냄새가 킁킁.
  *시대상이 눈에 안 들어온다.
  *정치덕질이나 카스파라는 개인의 이야기 중 하나에 무게를 실어 무게를 줬다면 어땠을까?
  *이야기를 좀 더 고도로 압축했거나 아니면 아예 장막극으로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주제가 아무래도 낡은 느낌.
  *신사의 캐릭터가 다소 애매... 주제랑도 관련이 있는데, 아무래도 역시 애매미묘하다.....:Q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개성이 뚜렷한 기자인 듯.
  *계속 나오는 이야기지만, 1장의 스케일이 커서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 막판에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다.
  *소년의 '타락'이 너무 무난하고 밋밋하다. 죽음 역시도, 자살로 보건 타살로 보건 설득력이 부족한 감이 있다.
  *뒷배경에서의 정치적 움직임이나 그런 종류의 맥락은 잘 쌓여 있는 편인데 서사로서의 매력은 별로
  *대사가 종종 부자연스러움. 소년이 꿈 이야기를 하는 부분 등.
  *이런 풍자적인 작품은 좀 더 세련되게 가야할 필요가 있다. 풍자 대상과 작품의 거리가 너무 가까움. 박민규의 <지구영웅 전설>도 거리 조절을 잘못해서 비판이 많았는데 그건 재미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못하다.
  *연극을 전제로 쓰인 희곡이라기보다는 읽히는 걸 전제로 쓰인 희곡이라는 느낌.
  *주로 정치적인 화두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쓰는데, 진지하게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자세는 좋지만 어떻게 해야 그걸 서사로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듯.
And
같이 소설을 쓰는 한 동료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았다.

-----------

"....읽는 이가 책을 덮고 정신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키득키득 웃거나 유쾌한 기분이 든다면야 금상첨화겠지요. 소설 뿐 아니라 결국 세상의 모든 표현 예술이 결국에는 '사람'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방면에 있어 앞으로는 더욱 '사람 냄새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 '흥미진진한 줄거리'에만 매달려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진정성을 쏟아야 좋은 소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람 냄새'는 달리 말하면 '인간적인 인물이 등장하는'이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틈은 존재하며 그것이 또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라는 뜻이었는데요. 고뇌없이 행동하고 신념에 따라 나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종횡무진 달리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밝은 감정만이 아니라 질투나 분노 같은 감정도 당연 제 관심사지요.."

"...어느덧 XX님과 제가 안 지도 2년이 다 된 것 같은데, 그간 여러 모습을 보아온 것 같아요. 소설적인 면으로는 제가 정말 지겹도록 많이 말씀을 드렸으니(힘을 풀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보세요) XX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있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풀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키워나가셨으면 합니다..."

---------
저 인터뷰를 한 게, 재작년이었던가.

그 사람의 소설과 내 소설을 비교해 보면 빛과 그림자를 보는 느낌이 종종 든다. 그 사람의 소설에서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찬란해지는 순간'이 등장한다. 내 소설에는 '본질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타락하는 순간'이 등장한다. 세상에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은 없으며, 두 가지 면모가 어느 정도 다양한 비율로 섞여 있는 평범한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소설에서 '밝은 면' 내지 '선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내 소설에서는 '어두운 면' 내지 '악한 면'이 두드러지는 순간이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저 때와 비교해 보면... 나도 꽤 변했다. 저 사람이 지적했던 대로, 당시 난 사람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 필요 이상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경직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것은 거기에 익숙해지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포기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고, 몇 번은 시행착오도 겪지만 주변 친구들 덕에 그 노력이 보답받아 그럴 수 있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이제 질렸다.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내 앞에 있다면 주먹으로 한 대 갈겨줄 거다. 그 뒤에는 술집으로 데려갈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은 비웃으면서 패기부터 할 거다.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게 유감스럽다.

....

소설을 마지막으로 쓴 지도 거의 반년이나 지났다. 학교에 있는 동안은 내키지 않는 글들만 억지로 써야했다. 지금 내가 새로 소설을 쓰면, 어떤 글이 나올까.
And
희곡적 연극                                                   서사적 연극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구현'한다.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한다.
관객을 사건 속에 몰아 넣는다.                         관객을 관찰자로 만든다.
관객의 능동성을 소모시킨다.                           관객의 능동성을 일깨운다.
관객의 감정을 일으킨다.                                 관객에게 결단을 강요한다.
관객에게 체험을 전달한다.                              관객에게 지식을 전달한다.
관객은 줄거리 속에 감정이입한다.                    관객은 줄거리를 마주 대한다.
극적 환상이 주요 도구.                                   논증이 주요 도구.
감정의 축적.                                                 인식의 단계까지 몰고 간다.
인간은 이미 알려진 존재로 전제된다.                인간은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변화 불가능한 존재.                             인간은 가변적이고 변화시키는 존재.
결말에 대한 긴장감.                                       사건 진행에 대한 긴장감.
다음 장면을 위한 장면.                                   장면 마다 독립.
직선적 사건 진행.                                          곡선적 사건 진행.
진화적 사건 진행의 필연성.                             사건 진행의 도약성.
현존하는 세계.                                              변화되야 할 세계.
인간 행위의 필연성.                                       인간이 해야 할 일.
충동(본능).                                                  행위의 동기.
사유가 존재를 규정.                                       사회적 존재가 사유를 규정.

희곡적 연극의 관객:"그래요, 나도 그런 걸 느꼈습니다. 난 그래요.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요. 항상 그럴 거에요. 이 인간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빠져 나갈 길이 없으니까요. 그것은 위대한 예술입니다. 너무 당연한 일들이에요. 나는 우는 사람들과 같이 울고, 웃는 사람들과 같이 웃습니다."

서사적 연극의 관객:"나는 그럴 줄은 몰랐는데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요. 모두가 다 이상한 일이에요.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일이 더 계속되어서는 안 되요. 이 사람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달리 방도가 있었을 테니까요. 그건 위대한 예술이죠.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나는 우는 사람을 보고 웃고, 웃는 사람을 보고 웁니다."

--------------------------------------------------------
출처:브레히트 연극론-서사극 이론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