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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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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서는 눈을 돌려 생명의 빛으로 가득한 광활한 우주공간을 돌아보셨다. 가까운 곳에서 세 개의 사악한 빛이 보였다. 항성급 행성 파괴무기. 경라기금에서 배치한 무기였다. 그리고 나니예를 향해 날아오는 세 개의 행성. 종말의 전조였다.
  신께서는 그 모습을 보시고 조용히 내면의 우주를 들여다보셨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우주보다 더 거대한 기억의 우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속에는 우주가 있고, 우주를 향해 날아간 문명이 있고, 그 문명이 만들어낸 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신의 기억 속에는 또다른 기억의 우주가 펼쳐져 있었는데, 그 속에서는 또다른 문명이 우주를 향해 날아갔고, 그 문명을 기억할 또다른 신이 또다른 기억의 우주를 품은 채 우주를 떠돌고 있었다.
  그 많은 우주를 통틀어 그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나니예 개발계획 고객 운송용 우주선 바이카스 타뮤론에 남아 있던 외롭고 작은 신. 그의 친구, 그의 당직 역사학자. 스스로 악마가 된 가련한 영혼, 히스토리오그라피아 타뮤로니안의 그림자였다. 그 영혼을 가슴에 품는 순간 그는 더이상 무기가 아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나니예를 향해 날아오는 종말의 전조들을 바라보았다.
 
  히스톨, 저건 내가 맡을게. 다행히 이번에는 안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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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계속 옛 기억이 떠올라 약간 우울했다. 리뷰 쓰면서 계속 다시 책을 찾아봤는데, 몇몇 부분에서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 넘겼다. 그리고 저 부분에서, 결국 바보처럼 조금 울어 버렸다. 한심하고 구질구질한 꼴이다.

내게도, 저렇게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난, 나물처럼은 될 수 없다. 나는 그런 직선은 그릴 수 없다. 나물이 구하는 것은 신이지만, 내가 구하는 것은 지금의 내가 속해 있는 이 지상에서 혼자서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결말은 히스톨과 가까울 것이다. 다른 건, 내 곁에는 은경도 프리마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난 싸울 수 있다. 결의를 세우고, 투쟁심으로 내 안을 채운다. 그러면 한참 동안은 꺾이지 않을 수 있다. 흔들린다면 그건 결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투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난 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분은 행복하시길. 부디.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