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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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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반한 분이 꿈에 나왔다. 꿈 속에서 난 애태우다가 결국 고백했고, 그 분은 '생각해 볼께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마음 고생하다가 깼다.

 

난 고백할 생각 없다. 그 분은 이미 남자 친구가 있고, 없으셨다 해도 난 내 문제 때문에 다가갈 엄두를 못냈을 것이다. 어쩌면 내 감정을 눈치 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그 분 입장이라면, 마음은 고맙지만 부담스럽고 불편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 느낌을 받게끔 하고 싶지 않다.

 

난, 내 사랑을 다 할 것이다. 결코 가닿지 못할 내 사랑을.

 

 

   

And

병원 가서, 약 받아 왔다.

 

방금 엄청 바보 같은 짓을 했다. 그 사람도 가끔 여기 보시는 모양이니.... 너무 바보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내일은 병신 짓을 했다고 데꿀멍하면서 지금의 나를 엄청나게 깔 거 같기도 하고.

 

그런 짓을 저지른 이유는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일 거다. 지금은 어쩌면 아직 기회가 남아 있지도 모른다고 여기지만.... 내일 아침, 냉정해지면,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새삼 스스로를 설득하려 들 것이다. 때로는 진심과 선의가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된다. 난, 그걸 이미 아주 잘 알고 있다.

 

냉정해지자. 누군가의 말 한 마디보다는 제대로 된 정신과 의사 상담과 약이 훨씬 더 스스로를 수습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 주여. 제발. 제발. 오직 홀로 견디는 게 제 운명이라면, 적어도 그걸 감당할 수 있기를.

 

 

And

조만간, 오랜만에 반한 분을 뵙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 생에서는 내 사랑이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 분은 남자 친구가 이미 있고, 없으셨어도 나는 연애 같은 걸 할 수 있을 만큼 나 자신을 열어 보이는 법을 알지 못한다.

 

단단히 갑옷을 챙겨 입고, 투구를 쓰고 방패와 검을 들고 있는 상태라면 워해머에 찍혀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갑옷을 벗고 있는 상태에서라면 손바닥만한 단도에 한 번 찔려도 치명상이 된다. 다시 찔리지 않을까, 혹은 찔릴 거라는 불안감에 못 견뎌 내가 든 검을 휘둘러 상처를 주지 않을까. 그래서 그나마 있던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내는 판인데, 나 같은 놈이 사랑은 뭔 놈의 사랑이야ㅋ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는데.... 얼마 뒤 생일인데, 만일 그 자리에서 '저 곧 결혼해요' 같은 소리를 곁귀로 듣거나 하게 되면 멘붕한 채 생일을 맞이하게 될 거 같다ㅋ 변변히 생일 챙긴지도 오래됐다만.

 

....그래도 뭐 그 분 생일도 가까우니까. 그 분은 남자 친구와 함께 해피 버스데이를 맞이하시겠지. 그거면 됐지 뭐.

 

그렇게 되더라도 마음을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냥 보고 싶다.

And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41

 

지금까지 본 일베 관련 분석 중 가장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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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가 끈질기게 공격 대상으로 삼는 5·18을 다루는 방식이 정확히 이렇다. 일베는 5·18 희생자 유가족이 ‘국가 보상으로 호의호식한다’고 주장하면서, 반대편에 ‘폐지를 줍는 한국전쟁 희생자 유가족’을 배치했다. 이제 5·18 유가족도 무임승차 딱지가 붙는다. ‘일베식 정의 구현’의 핵심은, 소수자가 국가로부터 받는 보호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들을 무임승차자로 낙인찍는 과정이다. 무임승차자라는 규정이 일단 한번 먹혀들면, 이는 일베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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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정말로 정의고 도덕이고 전부 내다 버리고 노골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 소수 친지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길만 추구하는 것도 어지간한 멘탈로는 못한다. 하다못해 나치 놈들도 최소한의 자기 합리화는 할 수 있을 만한, 제 나름의 윤리와 이상은 있었다. 내가 일베를 네오 나치 패거리들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박가분이 일베를 '뒤집힌 촛불'이라고 규정한 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일베충이라고 해서 루저 잉여들이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상사의 갈굼과 야근에 시달리고, 집에선 나름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애인(있다면 말이지만)에겐 살갑고....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 평범함 속에 호남 출신, 여성, 진보 계층,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증오와 폭력이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보다 안전하다는, 비열하긴 하되 충분히 합리적인 현실인식이 덧대어지면 막을 수가 없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최악의 惡은 이렇게 평범함 속에 깃든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 보면, 나 역시 한 마리 일베충이 되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나 역시도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했던 때가 있었다. 그 트라우마는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내 안에 새겨져 있다. 바로 어젯 밤에도 악몽을 꿨다. 전에도 잊을 만하면 옛날 꿈을 꾸곤 했지만, 요즘 들어 유독 텀이 짧아졌다, 아오 샹.   

 

절대로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다.

 

난 굴복하지 않겠다.

And

세월호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회 현안에 대한, 여당 측의 SNS 심리전에 대해 새정연이 분석한 자료집.

 

 

새정치민주연합-카더라톡 자료집.pdf

 

 

And

모임 지속 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왔다.

 

결론은... 다음 달까지는 현행 대로 넷째 주 금요일 저녁에 모임을 갖고, 그 이후로는 분기 단위로 모임을 전환하여 내년 1월, 그리고 4월에 만나는 걸로 정해졌다.

 

마음이 복잡하다. 이제 나에게는 변변한 인간 관계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남지 않았고, 그 모임은 나에게 있어 아직까지 내 안에 남아 있는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를 미약하게나마 채워줄 수 있는 끈이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一者'-오직 홀로 기뻐하고, 슬퍼하고, 충족하고, 절망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 끈마저도 놓아 버려야 했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몇 년 전의 나였다면, 一者가 되고 싶다는 욕구 따위는 터무니 없는 것이며, 사람은 결국 항상 다른 누군가와 함께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야만 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러한 몇 년 전의 나에게, 네가 진정으로 간절히 원하는 것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웃어주고 싶은 참이다.

 

 

그 끈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스스로가 약간 한심하기도 하다. 그런 꼴을 겪었으면 완전히 정 떨어질 만도 한데.

 

냉정하게 생각하자. 유예되었을 뿐이다. 아직 그 끈이 남을지 사라질지는 알 수 없다.   

And

병원 갔다 왔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말 몇 마디 주고 받는 건데 뭔 놈의 상담료가 만원 돈이여.... 약은 좀 효과가 있는 거 같기도 한데, 약만 따로 사 먹을 방법 없나. 일단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던데.... 어쩔까.

돌아오던 길에 커다란 허스키 2마리가 길가에 묶여 있길래 잠시 쓰다듬어주며 놀다 왔다. 잠시나마 즐거웠다.

And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사와 약이라는 생각을 한참 전부터 했다. 마침 돈이 생겼고, 조만간 또 돈이 들어올 일이 생겨서... 오늘 의사한테 갔다 왔다. 특진 의사랍시고 더럽게 비싸더라ㅋ 딱히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같지도 않고. 애초에 상담의도 아니겠다 온정 넘치는 이해 같은 걸 기대하고 간 것도 아니긴 했지만. 

 

난 이미 한 번 죽으려고 했었고, 실패했다. 기왕 실패했으니... 좀 더 견디고 살아봐야겠다 싶으면서도 내 문제는 아마도 결코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지난 겨울 이후로, 계속 나한테 있어 죽음은 하나의 선택 가능한 옵션이었다. 창문을 모두 닫고, 전기 코드를 뽑고, 가스를 잠그고, 형광등을 끄고, 문이 잘 잠겼나 확인한 뒤 집을 떠나는 것처럼.

 

이번에도 그냥... 그걸 내내 염두에 둔 채 그저 좀 더 견디고 살기 위해 약이나 좀 처방받을 생각이었는데, 의사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니 목요일날 가족과 함께 오라고 하더라. ....아니 난 내 문제에 대해 가족들한테는 한 마디도 안 했었는데.

 

....어떻게 할까, 가족한테 이야기를 해봐야 하나 아니면 의사한테는 적당히 핑계를 붙이고선 약이나 사 먹을까. 많이 고민된다. 죽으려고 했던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어머니 걱정도 좀 덜 됐었는데. 지금은 혼자 남으실 어머니가 걱정스럽다. ....이렇게 견디다 보면 결국 안 죽을 수도 있는 거긴 한데.

And

영화를 만드는 것이 글을 쓰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면, 결국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건, 어떤 영화를 만들건 간에 그것을 만들고 있는 나의 시점과 신념과 뇌는 언제나 '나는 지금 2012년을 어떻게 살고 있고, 나는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안에 있는 거다. 정치적인 것과 전혀 상관이 없는 코미디영화를 만들더라도 새누리당 지지자와 진보신당 지지자의 영화는 다르다.(웃음) 그것은 그 사람의 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와 캐릭터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 하고 싶은 것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인 것이다. 채식주의자인 감독이라면 영화에 불고깃집이 나오기는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것을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거다.

비근한 예가 <화차>의 원작자인 미야베 미유키의 일화이다. 그는 전 세계로 책이 출간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지금껏 부모님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그 집에서 살면서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어느 날 출판사에서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납치위험도 있고 하니까 자동차를 타고 다니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운전을 배울 수 없을 테니 기사를 불러서 차를 갖고 다니라고 했더니, 일주일을 고민한 뒤에 그가 하는 말이 "미안합니다. 나는 아침에 집에 나와서 골목길을 걸어서 시장통을 지나 전철을 타고 이곳에 오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전철에서 내가 바라보고 있던 그 사람을 상상하고 만든 캐릭터이고 시장 길을 걸으면서 봤던 어떤 풍경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내가 글을 쓸 수 없잖아요. 납치당하지 않도록 조심할게요"라는 것이다. '그거'라고 생각한다. 생산을 한다는 것은 우아를 떨며 살롱 같은 곳에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가 어느 순간 시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이고, 어떻게 살기로 결심했고, 그 세상을 향해 이렇게 전진할 거야'라고 결심하며 사는 어느 순간, 내 시선에 의해서 잡힌 어떤 세상이 영화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

 

"그림이란 뭐냐?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느끼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럴 때 규칙이 없다면, 그런 힘든 일을 어떻게 흔들림 없이 계속해 나갈 수 있겠니?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일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결코 우연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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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이 존속하고 있던 2년 전 인터뷰지만 추석 때 이후로 뭔가 고민하고 있던 게 있었는데, 이 인터뷰를 보자 희미하게나마 답이 보이는 느낌이다.

And

인간 관계 중 하나가 끝장날지도 모르겠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법은 없긴 한데.... 왠지 모르게 느낌이 쌔하고 불길하다.

 

....인간 관계라고 해봤자 이젠 몇 개 남지도 않았는데.

 

매일 같이, 혼자서도 견딜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혼자가 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난 아직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좀 더 견뎌 보기로 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선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내내 불안했다. 만일 끝나게 된다면, 어쩌면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둬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내 절망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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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사랑이라는 건 빠지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거예요.」

애덤「(지옥 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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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반한 분 꿈을 꿨다. 내 감정을 돌이켜 보면 저 소리가 그럴싸하게 들린다.

 

어차피 얼굴 하나 보고 반했을 뿐인데 꽤 오래 가네. 그 분이, 내가 지금껏 일방적으로 반하거나 어느 정도 썸을 타거나 기타 이런저런 유사연애적 관계를 맺은 사람을 다 통틀어서도 독보적으로 미인이긴 한데ㅋ

 

얼마 전에 죽는 꿈을 꿨다. 그 꿈 속에서, 난 죽은 상태였는데도 '아직 못 쓴 소설 많은데' '내 사랑도 채 다하지 못했는데' 생각을 했었다. 그래놓고선 깨자마자 '그래봤자 짝사랑이잖아' 싶었다.

 

....어디까지일까, 이 감정은. 그 분이 남자 친구가 없으셨다 해도, 난 나 자신의 문제 때문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내 안의 그 분은, 필시 내 감정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미화되고 변형된 모습일 거라는 걸 스스로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실제 모습을 잘 알 만큼 자주 보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 감정은 어디까지 갈까.

 

....최근에 이런 저런 문제들도 있겠다, 역시 이대로 계속 거리를 두면서 잊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And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52459.html

 

아래 2개는 참고용 기사. 법학자들과 변호사들의 견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8015

 

http://www.lawissu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59

And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51857.html

 

"민주주의의 본령이 다수결이라는 형식적 승패가 아니라 소통을 통한 숙고와 성찰이라는 내용적 과정에 있다면, 피로감 프레임은 민주주의 자체를 질식시킨다."

 

한겨레는 안 챙겨 읽은지 꽤 됐지만, 그래도 가끔 가다 상당히 괜찮은 통찰이 종종 보이곤 한다.

And

온갖 불쾌한 무언가가 정신의 파도 밑에서 스물스물 헤엄쳐 다니고 있는 느낌이다.

 

인간 관계 중 하나를 단절할까?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좀 더 노력해야지 아예 관계를 단절한다는 건 터무니 없다고 여겼겠지만 이젠 제법 괜찮은 선택지라고 느껴진다. 이젠 관계망이라고 할 만한 것도 몇 개 안 남긴 했는데. 그렇게 해서 모든 게 끊기고 나면, 그 때 또 다시 그 절망이 밀려오면.... ...그 때는 어떻게 할지는 이미 생각해 뒀다.

 

그 때는, 저번보다는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

 

비가 와서 그런지, 별 이유도 없이 또 옛 기억이 확 떠올랐다. 아 썅. 차라리 그 누군가가... 애초에 악의를 갖고 접근해서 날 이용하다 배신한 거였다면 지금보단 훨씬 나았을 거다. 하지만 최소한 처음에는 그 사람도 나름 진심과 선의를 갖고 나를 대했을 거라는 점, 그리고 그건 딱히 엄청난 악인이 아니라 해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을 일이라는 게 내가 절망한 이유다. 

 

하던 일 제쳐두고 게임하고 만화보고 인터넷하고 해봤는데도 머리 속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남은 평생 동안 이러려니 한다. 그게 얼마 동안일지는 모르겠지만.

And

http://mirror.pe.kr/community1/97619

 

작가인 지인이 쓴, 세월호 관련 에세이.

And

지인 하나가 자주 간다고 한 게 생각나서, 현장에 도착해서 혹시 왔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했었는데 안 받더라(....)

 

다들 지쳐 있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는 게 공기에서 느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무엇을 하더라도 와닿지가 않고, 그저 의무감으로 한데 모여 앉아 있을 뿐. 바로 앞의 이순신 장군 동상 뒤 편 분수대에서는 초딩들이 까르륵 거리면서 뛰놀고 있는데 그 갭이 미친 듯이 쩌는 게... 한 폭의 초현실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6년 전 이맘 때 바로 여기서 촛불집회 한참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스크럼 짠 전경들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도로에서 불과 십 여 미터 떨어진 카페 안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재미있는 구경을 하듯 그를 바라보던 그 시선들. 

 

저녁 무렵이 되자 대책위 소속이라는 분이 앞으로 나와서는 내일 교황께서 집전하는 시복 미사 때문에 유민이 아버님이 있는 중앙 천막 2개만 남겨두고 나머지 천막들은 일단 걷었다가 내일 미사가 끝나고 3시 쯤 다시 천막을 치기로 유가족들과 이야기가 되었다고 하자 앉아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대는 분위기가 감돌더니 아줌마 한 분이 격앙된 어조로 반발했다. 이 틈에 천막들 전부 치워버리는 거 아니냐, 유가족들과 무슨 관계냐, 하는 거 보니 영 미덥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대책위 측도 유가족들의 뜻이다, 내일 3시에 다시 천막 치기로 서울시와 합의가 되었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반박하다가 점차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듣다가 짜증이 나서(....) 쓰레기 치우고 천막 철거하는 거 좀 돕다가 쉬다가 하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까 그 아줌마가, 내 자식들이 그렇게 될 지도 모르는 판인데 경찰들이 그렇게 무섭냐, 당장 청와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시큰둥하게 듣고 있다가 옆에 있던 아저씨가 하는 말 듣고 움찔했다.

 

"유가족들 뜻이라고? 나는 내 자식들이 그렇게 될까봐 불안해서 온 거야! 애초에 도와달라고 하질 말든가!"

 

 

6년 전 이 무렵 바로 여기서 촛불집회가 벌어질 때도, 청와대로 가 MB에게 우리들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있었다. 내가 종각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가면서 본 의경들만 몇 개 소대 규모는 된다. 바로 옆 청계 광장 쪽에 있을 인원들까지 합하면 수 백 명은 족히 될 것이다. 그들이 그걸 그냥 둘 리가 만무하다. 반드시 충돌이 일어날테고, 다음 날 조중동이나 종편에서 추모가 폭력시위로 변질되었다고 난리칠 게 너무도 뻔하다. 일베 벌레놈들이 어떤 드립을 쏟아 낼지는 생각하기도 싫고. 그리고, 유가족들과 대책위,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이제 세월호를 '비극적인, 그러나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일 뿐이며 나와는 사실 별 상관 없는 흔한 사고 중 하나'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간의 괴리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만에 하나 청와대 앞 마당까지 제지받지 않고 도착해서는 레이디 가카를 불러냈다고 치자. 난 박근혜가 유족들의 슬픔과 원한, 시위 참가자들의 다음에는 내 자식들이 그렇게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정말로 모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박근혜는 일부러 그걸 무시할 뿐이다. 러시아 3월 혁명 초반 '자비로운 차르에게 온정을 구하기 위해' 상트 페테르부르그로 향했던 농민들을 차르가 총칼로 진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현실에서 무슨 이말년 만화도 아니고 청와대로 간다(그리고 의경들과 좀 싸우다가 진압당한다)는 선택은 세월호 특별법 무손실 버젼을 통과시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끔 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겁이 나느냐 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걸 알면서도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때는 분명 존재한다. 나는 그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청와대로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저씨의 말을 듣고 내가 움찔할 수밖에 없었던 건,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이 이 정도 수준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것이 옳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음에는 내 자식들이 저렇게 당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나 자신부터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 지방선거 관련해서 이 블로그에 글을 썼을 때도 그러한 논지였고. 난 청와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귓등으로 튕겨내 버리고서 당장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하지만 같은 절박함과 위기의식을 통해서- 하지만 이미 육친을 잃고서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과 아직 잃지는 않았지만 앞날을 대비해두고 싶어 투쟁하는 사람 간의 온도 차는.... 고민된다.   

 

 

 

And

요즘 들어 자주 꾸네. ....현실에선 절대 그렇게 될 리 없는데 말이지.

 

꿈에서 누군가를 봤다. 지금까지는 깨닫지 못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내가 진지하게 반한 상대는 대부분 외모에 있어 몇 몇 공통점들이 있더라. 내 외모 취향은 참으로 일관성 있구나 하는 생각이 꿈 속에서도 잠깐 들었다ㅋ

 

하찮다.

And

몇 년 간 같이 RPG를 해 온 지인이 집으로 와 하루를 묵고 갈 예정이다.

 

RPG는 대단히 사회적인 취미다. 오랫동안 같이 플레이를 하다 보면 굳이 프라이버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해도 어느 정도는 서로의 성격과 취향, 그리고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딱히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가 아니어도 나름 정이 붙기가 쉽고.

 

그 지인은... 지금까지 접해 온 바로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RPG에 있어서도 그 사람은 노련하고 실력 있는, 가능하면 앞으로도 같이 플레이를 계속하면서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사람'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지가 않다. 굳이 그 지인이 아니라, 다른 누구더라도. 평소에는 누군가를 만난다 해도 일 관련이거나 뭔가 명확한 공통의 목적 의식을 갖고 있는... 어느 정도는 공적인 범주에 속하는 만남들이 대부분이니 문제될 게 없는데, 그 지인을 대할 때면 뭔가 거리 감각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든다.

 

 

난 그 날 이후, 내가 더 이상 人間으로 살지 못하리라는 것을 느꼈다.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다시 한 번 더 노력했었고, 결국 또 실패했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난 아직 여전히 마음 속 한 구석으로는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남아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그걸 거의 포기해 가고 있다. 이젠, 완전히 포기하고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때도 됐는데.

 

그 날 이후로 지난 몇 년에 걸쳐 줄곧 생각해 왔다. 학교 동기들을 비롯해 몇 명 있는 친구들도, 어쩌면 단지 내 쪽에서만 '친구'라고 여겼던 게 아닐까. 걔들은 내 둔감함을, 눈치 없음을, 신경질적인 면모들을- 철저히 공적인 관계에서는 나름 잘 숨길 수 있지만 그 경계가 조금만 희미해지면 튀어나오는, 내 엉망진창인 사회성을 그저 참아주고 있던 게 아닐까. 앞에서만 친한 척하고 뒤에서는 날 비웃거나 짜증내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거기까지였던 게 아닐까. 만일 아니라 해도 나 자신의 문제에 짓눌린 나머지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충분히 신경쓰지 못하고, 그러다가 결국 문제를 일으켜서는 서로 감정이 나빠진 채 멀어지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차라리 내 쪽에서 거리를 둬야 하지 않을까.

 

난 그들을.... 아직도 내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 때문에 연락하지 않은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아마도, 이대로 멀어질 것이다.

 

 

진심과 선의로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새로 사람을 대할 때의 거리 감각을 맞춰놨는데, 그 지인을 대할 때면 그 거리 감각의 영점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든다.

 

.....어쩔까, 이렇다는 이야기를 그 지인한테 확실히 해 버리고 영점을 새로 맞추는 쪽이 더 나을까 아니면 무난하게 적당히 농담과 드립과 RPG와 책과 만화 이야기나 하면서 하룻밤 보낼까. 이성적으로는 내가 이런 걸 두고 고민하건 말건 그 사람은 알 바 아닐테니 후자 쪽 선택지가 훨씬 나을 것 같긴 한데... 그러기엔 그 거리감각이 엉망이 되는 감각이 너무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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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할 타이밍을 못 잡았다. 트라우마가 무슨 자랑 거리도 아니고,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싶기도 하다.

 

And

http://sewolho416.org/1829

 

세월호 특별법은, 유족들에 대한 보상성 이벤트가 아니다. 이러한 참극을 막기 위한 첫 걸음이다.

 

+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112249

 

세월호 특별법 전문

And

즐거운 꿈을 꿨다. 아주 즐거웠다.

 

그리고 난 내가 살고 있는 내 현실에서는, 그러한 꿈이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안다. 꿈이 즐겁고 행복할수록, 오히려 악몽처럼 느껴진다.

 

그런 악몽을 꿨다.

And

1)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이유는, 어찌 보자면 단순하다.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가능한 하지 않는다. 매번 선거철이 올 때마다 '애국'이니 '보수'니 하는 이념적 가치의 당위와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항상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과 친정부 성향 인터넷 사이트였고, 당 차원의 선거 공약에 있어서는 '무엇이 유리한가' '무엇이 편리한가'에 더욱 방점을 둔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 때도 '무엇이 옳은 것인가'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최소한으로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과는 별로 상관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그러한 기준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옳다느니 잘못됐다느니 하는 훈계를 하려든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러한 무관심은 상대방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으로 변한다. "니가 뭔데 선생질이냐?" "아오 재수 없는 선비 새끼들ㅋㅋㅋㅋㅋㅋ" 이라는 식으로. 그리고 그 적개심은 상대방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말하는 그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전치된다(이것은 일베에서 민주주의를 경멸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다시 강조한다. 새누리당은 유권자들에게 무엇이 옳다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요즘 먹고 살기 힘들지?" "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자식들 등록금은 계속 오르니 고민 많지?" 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들이 일상 속에서 매일 같이 느끼고 있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의 욕망과("세월호 유족들이 특별법 제정하라면서 물고 늘어지는 거 사실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 안 듦?") 두려움을("전교조 좌파 교육 OUT! 공교육은 중립적이어야 되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전교조 선생들은 애들을 빨갱이로 만들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애들이 세뇌당할 지도 모르는데 불안하지 않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극한다. 여기까지 진행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그러한 욕망과 공포를 해소해 줄 수 있음을 은근히 강조한다.

 

이상의 과정을 정리하면 이하와 같다.

 

1. 유권자에게 이해와 공감을 표한다. 그게 거짓이라 해도.

2. 1.을 통해 경계심을 허물어 뜨린 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이기심과 탐욕, 불안을 조장하고, 새누리당에 의존하게 만든다.

->상대의 반 새누리 정서가 강할 경우, 경쟁자에 대한 적극적 마타도어를 통해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 들임으로써 차라리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여기게 만들어 투표를 포기하도록 유도한다. 이미 전략적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자기 표를 더 늘리지 못한다 해도 그게 고스란히 상대의 표가 되는 것만 막아내면 최소한 본전은 건진다. 투표율은 더욱 떨어지고 민주주의의 가치는 추락하겠지만, 어쨌든 선거에서 이길 수 있으니 상관 없다.

3. ?????

4. PROFIT!

 

앞서 강조했다시피, 새누리당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왜 자신들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도덕이나 가치의 차원에서 유권자들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들은 유권자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그를 해결해 줄 수 있음을 어필한다(그 문제의식이 '옳은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유권자의 거부감을 자극하기 쉬우므로).

  

이 지점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새누리당이 말하는 '실용'은, '이익'은, '편리'는, 궁극적으로 국민들 전체의 공익이 아니라 그들 내부에 있는 폐쇄적인 이너 서클의 반영구적인 권력을 담보하는 토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은폐하고 그러한 실용과 이익과 편리를 마치 유권자 개개인의 실용과 이익과 편리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이 새누리당 선거 전략의 핵심이다. 유권자들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익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 내 지역만의 실용과 이익과 편리만을 원할수록 새누리당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진다. 그리고 그 권력은 그들의 '나와 내 가족, 내 지역의 실용과 이익과 편리'를 위해서조차 충분히 쓰이지 않는다. 잡은 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므로.

 

내가 새누리당을 증오하는 이유가 이거다. 그들은, 사람을 추하고 야비하게 만든다.

 

2)

얼마 전부터 새누리당 놈들보다 새민련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에 더욱 큰 해악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재보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게 확신.... ....으로까지 변하지는 않았지만 새민련 새퀴들에 대한 거부감은 확실히 더 커졌다.

 

새민련은 '새누리당의 전횡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형 세력이며 제1야당'이라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범야권의 수장이라는 것도, 새누리당이 누리고 있는 만큼의 강고한 권력은 아닐망정 무시할 수 없는 기득권이다. 

 

현재 한국의 정치 지형을 보수냐 진보냐라는 관점으로 읽는 것은 오독의 여지가 너무 많다. 한국의 정당 중 정말로 '진보'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정의당과 노동당 둘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유의미한 정치 세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친 새누리냐 반 새누리냐 라는 관점으로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반 새누리의 맹주이며 범야권 수장이라는 위치는 그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이냐'가 아니라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되겠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자리다.

 

그리고 나는 새민련이 민주당 시절부터 한 줌도 안 되는 진보 진영에게 어떨 때는 '새누리당이라는 공동의 적을 막기 위해 협력하자'고 하고 어떨 때는 '새누리당을 막고 싶거든 우리한테 힘을 실어주는 게 더 유리한 거 알지? 이번 지역구 선거에선 사퇴하고 우리 지원해 주셈' 이 지랄을 떠는 걸 숱하게 봐 왔다. 난 새민련이 대권으로 대표되는 이 나라의 최고 권력은 거의 포기하고 그 대신 범야권 수장이라는 현재의 위치를 독점한 채 지역구 의원이나 선출직 관료 자리 같은 소소한 실리를 꾸준히 확보하는- 새누리당과의 일종의 적대적 공존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새민련의 자세는 때때로 최소한 명확한 '악'인 새누리당보다 훨씬 비열해 보인다.     

 

 

And

http://newstapa.com/news/201415193

 

난 갑작스런 해방과 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모든 게 너무 빨리, 많이 변해 버렸고 그 와중에서 이 나라의 국민들은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http://garleng.tistory.com/766

 

몇 년 전에 학교 다니면서 레포트로 썼던 글. 내게 있어선 이 다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유한계급론'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보인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보수라고 해서 나쁘다는 법은 없고 진보라고 해서 옳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저러한 대규모의 급변 속에서 진보와 보수의 지형 자체가 뒤틀려 버렸고 박정희와 전두환은 지역 구도와 빨간 칠로 그걸 조장했다. 현대 한국에서는 그에서 발생한 인식 왜곡을 자각하는 것조차도 어렵다.

 

이 나라의 근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잘 살아보세'라는, 그 자체로는 딱히 나쁜 것도 아닌 욕망과 '빨갱이'에 대한 완전히 불합리한 것만은 아닌 공포(6.25를 거쳤으니 오히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라는 두 개의 심리적 축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쌓아 올린 구체제다. 그 어떠한 악도 그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요소 하나씩을 살펴보면 나름 이해될 만한 이유는 있다. 하다 못해 나치 조차도 그에 힘을 몰아 준 독일 국민들이 느끼던 '1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라는 낙인의 무게'는 진실했고, '독일 경제를 지배하던 유태계 자본의 전횡'도 그 자체는 사실이었고, '선조들이 다스리던 정당한 옛 국토를 회복하겠다'는 갈망도 전혀 이해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치가 인류 역사 상 길이 남을 막장 집단이며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절대악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같은 논리로, 지금 팔레스타인을 짓밟고 있는 이스라엘의 만행 역시 그들이 한 때 감내해야 했던 탄압과 고문과 유린과 죽음들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And

꿈 속에서 총을 맞고 죽었었는데, 죽어 있는 그 상태에서 '아직 덜 쓴 소설 많은데' '내 사랑도 충분히 다하지 못했고' '아쉬워라' 같은 생각을 하다가 병원에서 깨어났다. 옆에 있던 간호사가 "선생님, 작년에 들어온 환자가 깨어났어요!" 하고 법석을 떠는 걸 멍하니 듣고 있다가 '아, 이거 꿈이구나' 생각하는 순간 깼다.

 

다 됐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했다. 진짜로 죽어도 아쉽다고 생각하게 될지 약간 궁금하다.

And

4년 전 이 맘 때, 그 날의 절망을 겪은 후... 난 내가 한 때 가장 간절히 원했던 것을 거의 포기했다. 개강하고 학교로 돌아간 뒤 난 학회장인 친구를 도울 겸, 사람 사이에 섞여 함께 살고자 하는 욕구- 人間으로 살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들 기피하던 3학년 과대 일을 맡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의 난 그게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난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제 더 이상은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나 자신의 소통 부족과 학과 애들의 비협조 끝에 결국 그 친구와도 대판 싸우고서는 멘탈이 박살나 휴학했었다.

 

군대를 갔다 와서 막 복학했을 무렵만 해도, 나는 여자 후배들한테 술 접대 강요하고 모텔로 끌어 들이려 하던 과 남자 선배들을 더 없이 혐오했고, 동기들과 함께 그런 폐단을 근절하고자 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었었다. 그 때의 나는 人間이 되고 싶었고, 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친하던 몇 안 되는 선배들과 동기들이 하나 둘 졸업하고 홀로 남으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결국 그 날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날을 겪은 후, 일종의 마지막 발악이었던 과대 일마저 실패한 후, 난 정말로 상대를 침대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없이 날리는 개드립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내가 한 때 그토록 혐오했던 선배들과 똑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난, 더 이상 人間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관계'는 미끄러운 모래알처럼 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갔고, 전처럼 굳이 힘들여서 그걸 움켜쥐려고 하지도 않았다. 여자라면 아무한테나 '어익후 미인이시네' '남자 친구 없으면 난 어떠함?' 같은 마음에도 없는 개드립을 거리낌 없이 던졌고, 상대방이 앞에서만 웃어 넘길 뿐 뒤에서는 날 꺼림칙해하는 걸 느끼면서도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상처 받지도 않는다고 여겼기에. 진심과 선의는 그 자체로 중요한 거긴 하지만, 별로 쓸모는 없다고 끝없이 스스로에게 되뇌곤 했다.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났고, 옛 선배들이나 친구들과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진심과 선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같은 건 현실에서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엔 난 너무 뒤틀렸다. 내가 사회적 정의나 민주주의의 대의 같은데 아직도 신경쓰고 있는 건.... 아마도 그 날의 절망을 겪고서도 그 좌절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아직 희망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로, 갈등과 대립의 형태로라도 좋으니 人間으로 살고 싶다는 욕구로 과대 일을 자청한 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은 절망과 인간 불신에 가득 차 있다 해도, 내 이상은 그렇게 하찮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고.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온 모차르트가, "나란 인간은 쓰레기지만, 내 음악은 위대해!"라고 절규하던 것처럼.  

 

항상 마음 속 어디선가, 가끔은 꽤 구체적으로 끝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곤 한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만일 정말로 내세라는 게 있다면 그 때는 빗방울이나 바람, 모래알 같은 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And

세월호 침몰 당시, 선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국정원과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그 뒤 선장은 도망갔고, 배는 아이들과 함께 침몰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50600035

 

좀 지났지만, 다시 보는 2달 전 기사.

 

그 후로도 계속해서 청해진 해운과 구원파, 그리고 국정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인터넷 언론이나 팟캐스트, 트위터 등지에서나 이야기가 나왔고 공중파는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리고...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4/07/25/0701000000AKR20140725176000054.HTML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992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9011

 

 

...가족 대책위 조사 결과, 이러한 정황이 나왔다. 한편 국정원은...

 

http://www.ytn.co.kr/_ln/0101_201407261150553745

 

....라고 한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봤을 때, 세월호는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인 청해진 해운(그 모기업인 아이앤아이 홀딩스의 유병언이 구원파 목사였다는 건 일단 논외로 한다) 소속 선박이다. 국가 보호장비로 지정하기 위한 보안 측정일 뿐이었다는 국정원 측의 주장을 받아 들인다고 해도, 세월호가 이미 퇴역해야 정상일 정도로 상태가 개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축까지 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운항해왔던 이상 그런 노후 선박을 이름도 거창한 '국가 보호장비' 후보로 삼았다는 것, 그리고 저 체크 리스트를 보면 도색이나 분리수거함 위치 같은 사소한 건 꼼꼼하게도 관리하고 있는데도 세월호의 노후 정도나 증축 정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문제다. 게다가 국내에 있는 1천 톤 급 이상의 여객선 중 국가 보호장비로 지정된 게 유독 세월호 뿐이라는 것도 수상쩍고.

 

난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 자체가 '이 정권의 병크를 묻기 위해 치밀한 계획 하에 의도적으로 벌인 자국민 대상 대량 학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정부는, 그리고 새누리당은 그 악랄함과 비열함을 이미 숱하게 증명해왔지만 간첩 조작이나 대선 개입 같은 문제를 덮어 버리기 위해 자국민, 그것도 채 스물도 먹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탄 배를 가라앉히고 죽게 내버려 둔다는 것은 도덕성의 문제를 떠나서 지나치게 불합리하다.

 

새누리당 최소 지지율 20%. 한나라당 시절부터, 그 이전 민자당 시절부터, 민정당 시절부터, 공화당을 거슬러 자유당에 이르기까지. 독립 이래 이 나라의 국가 정체성임을 자임해 온 그 강고한 앙시엥 레짐에 있어 저 지지율 20%는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는 절대 방어선이다. 전 국민 5명 중 1명 꼴이라는 저 강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지금 이 정부는 종교계, 재계, 언론까지 한 데 엮여 있는 거대한 카르텔을 일궈냈다. 그 정도 권력이라면 사실 이 나라에서는 부작용을 감수한다면 그야말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며, 얼마 되지도 않는 진보 성향 언론이나 모래알 같은 인터넷 사이트 일부에서 댓통령이니 국가 조작원이니 해봤자 의미 있는 타격은 되기 힘들다. 최근 들어 연달아 터져 나온 문제들 때문에 위기감 정도는 느꼈겠지만, 이미 그 정도 권력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든 도저히 무마하지 못할 지경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자국민 수 백명을 일부러 죽이는 것은 너무 비상식적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그나마 가장 가능성 있는 경우의 수는 '일부러 배만 침몰시킨 뒤 사태가 커지기 전 모두 구조해내는 자작극을 펼쳐 지지율을 되찾고자 했는데 해경과 언딘이 손발이 안 맞는 바람에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이 몰살당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정한다면 왜 국정원이 일개 노후 선박에 불과한 세월호를 그렇게 꼼꼼하게 관리했는지, 전후의 모든 문제를 오직 구원파 유병언에게만 몰빵시켜서 오직 그가 악의 축이고 정부는 아무 책임도 없는 양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지, 왜 수사권 안 넘겨 주려고 그렇게 발악했는지 답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세월호 침몰 당시, 불과 몇 시간도 안 되서 전원 구출이라는 속보가 떴다가 바로 오보로 밝혀졌었지.     

 

PS=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10가지 이슈... 라는데, 전부 중요한 일들이긴 하지만 '함께 가라 앉았다'는 표현은 좀 그렇다. 세월호 때문에 저런 문제들이 가려진다고 하는 것처럼 보여서.

 

http://slownews.kr/23793

 

PS2=유가족 대책위 측의,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 여부 관련 보도 자료

 

http://sewolho416.org/wordpress/wp-content/uploads/2014/07/20140725_%EC%84%B8%EC%9B%94%ED%98%B8%EA%B0%80%EC%A1%B1%EB%8C%80%EC%B1%85%EC%9C%84_%EB%B3%B4%EB%8F%84%EC%9E%90%EB%A3%8C_%EC%84%B8%EC%9B%94%ED%98%B8%EC%A6%9D%EA%B1%B0%EB%B3%B4%EC%A0%84%EA%B8%B0%EC%9E%90%ED%9A%8C%EA%B2%AC.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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