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tapa.com/news/201415193
난 갑작스런 해방과 전쟁,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모든 게 너무 빨리, 많이 변해 버렸고 그 와중에서 이 나라의 국민들은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http://garleng.tistory.com/766
몇 년 전에 학교 다니면서 레포트로 썼던 글. 내게 있어선 이 다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유한계급론'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로 보인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보수라고 해서 나쁘다는 법은 없고 진보라고 해서 옳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저러한 대규모의 급변 속에서 진보와 보수의 지형 자체가 뒤틀려 버렸고 박정희와 전두환은 지역 구도와 빨간 칠로 그걸 조장했다. 현대 한국에서는 그에서 발생한 인식 왜곡을 자각하는 것조차도 어렵다.
이 나라의 근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잘 살아보세'라는, 그 자체로는 딱히 나쁜 것도 아닌 욕망과 '빨갱이'에 대한 완전히 불합리한 것만은 아닌 공포(6.25를 거쳤으니 오히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라는 두 개의 심리적 축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쌓아 올린 구체제다. 그 어떠한 악도 그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요소 하나씩을 살펴보면 나름 이해될 만한 이유는 있다. 하다 못해 나치 조차도 그에 힘을 몰아 준 독일 국민들이 느끼던 '1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라는 낙인의 무게'는 진실했고, '독일 경제를 지배하던 유태계 자본의 전횡'도 그 자체는 사실이었고, '선조들이 다스리던 정당한 옛 국토를 회복하겠다'는 갈망도 전혀 이해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치가 인류 역사 상 길이 남을 막장 집단이며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절대악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같은 논리로, 지금 팔레스타인을 짓밟고 있는 이스라엘의 만행 역시 그들이 한 때 감내해야 했던 탄압과 고문과 유린과 죽음들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