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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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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 맘 때, 그 날의 절망을 겪은 후... 난 내가 한 때 가장 간절히 원했던 것을 거의 포기했다. 개강하고 학교로 돌아간 뒤 난 학회장인 친구를 도울 겸, 사람 사이에 섞여 함께 살고자 하는 욕구- 人間으로 살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들 기피하던 3학년 과대 일을 맡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의 난 그게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난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제 더 이상은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나 자신의 소통 부족과 학과 애들의 비협조 끝에 결국 그 친구와도 대판 싸우고서는 멘탈이 박살나 휴학했었다.

 

군대를 갔다 와서 막 복학했을 무렵만 해도, 나는 여자 후배들한테 술 접대 강요하고 모텔로 끌어 들이려 하던 과 남자 선배들을 더 없이 혐오했고, 동기들과 함께 그런 폐단을 근절하고자 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었었다. 그 때의 나는 人間이 되고 싶었고, 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친하던 몇 안 되는 선배들과 동기들이 하나 둘 졸업하고 홀로 남으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결국 그 날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날을 겪은 후, 일종의 마지막 발악이었던 과대 일마저 실패한 후, 난 정말로 상대를 침대로 끌어 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없이 날리는 개드립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내가 한 때 그토록 혐오했던 선배들과 똑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난, 더 이상 人間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관계'는 미끄러운 모래알처럼 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갔고, 전처럼 굳이 힘들여서 그걸 움켜쥐려고 하지도 않았다. 여자라면 아무한테나 '어익후 미인이시네' '남자 친구 없으면 난 어떠함?' 같은 마음에도 없는 개드립을 거리낌 없이 던졌고, 상대방이 앞에서만 웃어 넘길 뿐 뒤에서는 날 꺼림칙해하는 걸 느끼면서도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상처 받지도 않는다고 여겼기에. 진심과 선의는 그 자체로 중요한 거긴 하지만, 별로 쓸모는 없다고 끝없이 스스로에게 되뇌곤 했다.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났고, 옛 선배들이나 친구들과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진심과 선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같은 건 현실에서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엔 난 너무 뒤틀렸다. 내가 사회적 정의나 민주주의의 대의 같은데 아직도 신경쓰고 있는 건.... 아마도 그 날의 절망을 겪고서도 그 좌절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아직 희망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로, 갈등과 대립의 형태로라도 좋으니 人間으로 살고 싶다는 욕구로 과대 일을 자청한 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은 절망과 인간 불신에 가득 차 있다 해도, 내 이상은 그렇게 하찮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고.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온 모차르트가, "나란 인간은 쓰레기지만, 내 음악은 위대해!"라고 절규하던 것처럼.  

 

항상 마음 속 어디선가, 가끔은 꽤 구체적으로 끝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곤 한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만일 정말로 내세라는 게 있다면 그 때는 빗방울이나 바람, 모래알 같은 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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