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사와 약이라는 생각을 한참 전부터 했다. 마침 돈이 생겼고, 조만간 또 돈이 들어올 일이 생겨서... 오늘 의사한테 갔다 왔다. 특진 의사랍시고 더럽게 비싸더라ㅋ 딱히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같지도 않고. 애초에 상담의도 아니겠다 온정 넘치는 이해 같은 걸 기대하고 간 것도 아니긴 했지만.
난 이미 한 번 죽으려고 했었고, 실패했다. 기왕 실패했으니... 좀 더 견디고 살아봐야겠다 싶으면서도 내 문제는 아마도 결코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지난 겨울 이후로, 계속 나한테 있어 죽음은 하나의 선택 가능한 옵션이었다. 창문을 모두 닫고, 전기 코드를 뽑고, 가스를 잠그고, 형광등을 끄고, 문이 잘 잠겼나 확인한 뒤 집을 떠나는 것처럼.
이번에도 그냥... 그걸 내내 염두에 둔 채 그저 좀 더 견디고 살기 위해 약이나 좀 처방받을 생각이었는데, 의사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니 목요일날 가족과 함께 오라고 하더라. ....아니 난 내 문제에 대해 가족들한테는 한 마디도 안 했었는데.
....어떻게 할까, 가족한테 이야기를 해봐야 하나 아니면 의사한테는 적당히 핑계를 붙이고선 약이나 사 먹을까. 많이 고민된다. 죽으려고 했던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어머니 걱정도 좀 덜 됐었는데. 지금은 혼자 남으실 어머니가 걱정스럽다. ....이렇게 견디다 보면 결국 안 죽을 수도 있는 거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