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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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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6
    영혼을 깎아내고 6
  2. 2009.03.10
    그러고 보니
  3. 2009.03.07
    개강파티 자리에서 교수님과의 대화 2
  4. 2009.02.28
    [펌]<은하영웅전설> 中 2
  5. 2009.02.15
    진달래꽃
  6. 2009.02.14
    책이 나왔다 4
  7. 2009.02.13
    ........
  8. 2009.01.29
    거울 합평회 8
  9. 2009.01.14
    이동순, <잔설> 2
  10. 2008.12.29
    <벚꽃 질 즈음> 수정안
  11. 2008.12.02
    가장 가까이 있는 책을 집으세요 8
  12. 2008.11.10
    가을의 기도 3
  13. 2008.11.07
    이야기 발전소를 보고서 2
  14. 2008.10.27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첫 번째 편지에서
  15. 2008.10.12
    배를 매며
  16. 2008.10.01
    너의 하늘을 보아
  17. 2008.09.25
    <벚꽃 질 즈음> 관련 메모
  18. 2008.09.23
    나비 2
  19. 2008.09.20
    첫 라노베 도전작 합평 결과.
  20. 2008.09.07
    제비꽃
  21. 2008.08.15
    <다섯 번째 감각> 中
  22. 2008.08.09
    할란 엘리슨, <나는 입이 없다, 그러나 난 비명을 질러야 한다> 中
  23. 2008.07.31
    기억해 둬야 할 원칙. 2
  24. 2008.07.22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에서 나타난 비학(秘學) 탐정물의 특성.
  25. 2008.07.17
    안되나요 사이판... ....이 아니라, 안테노라 사이크. 4
그 잔재로 불꽃을 지펴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건지 이해하고 있다.

몇 번이나 마감을 미룬 건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워서 거울 합평에도 안 나가다가 학교로 왔고, 그런 지도 거의 한 달이 지났다. 죄송해요 편집장님 다음에 거울 모임에 나가면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_-


글을 쓰다가 알콜이 필요해져 술을 퍼마시고, 취해 버리는 바람에 이어 쓰지 못하고 쓰러져 잠들어 버린 것도, 다음 날 강의 시간 10분 전에 일어나 허겁지겁 수업을 들어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쓰면서 몇 번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후회하고, 욕망하고, 한탄한다.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쓰고 있다.

이번 글은 어떻게든 완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내 안에서 매우 독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마치... 시간이 지나면 그 분에 대한 감정도 빛이 바랄테지만, 결코 그 분을 잊지는 못할 것과 마찬가지로.

And
책이 한권 남았쿠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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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홍보 차원에서 더 돌릴 만한 사람 없나. 아니면 여분으로 걍 갖고 있을까...?
And
나:교수님, 저번에 보여드린 제 소설 말인데요. 그 때 교수님은 '서사는 좋은데 문장이 부족하다'고 하셨잖습니까.

교수님:어, 근데 그게 왜?

나:다른 쪽 합평에 제 글을 가져가 보면 한결 같이 하는 소리가, 문장은 됐는데 서사가 약하다는...

교수님:(딱 잘라)그거 거짓말이야.

나:........................;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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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둘 다 잘하자OTL
And


[요컨대 동맹은 명이 다한 거다. 정치가는 권력을 가지고 놀고, 군인은 암릿처에서 보여주었듯이 투기적 모험에 빠졌었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아니, 시민들조차 정치를 일부의 정치꾼들에게 맡기고 참가하려 들지 않았다. 전제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군주와 중신의 죄이지만, 민주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모든 시민의 책임이다. 너를 합법적으로 권력의 자리에서 내쫓을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스스로 그 권리와 책임을 포기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에게 우리 자신을 팔아넘겼던 거다.]

- 알렉산드르 뷰코크 우주함대 사령장관-


[그래도 트류니히트 의장은 시민 다수의 의사에 따라 국가 원수로 뽑혔습니다. 그게 착각이었다고 해도, 그 착각을 시정하는 데에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직업 군인이 무력으로 시민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2년 전의 구국 군사회의의 쿠데타나 마찬가지입니다. 군대가 국민을 지도하고 지배하게 됩니다.]

-율리안 민츠-


[그토록 민주주의가 좋단 말인가? 은하연방의 민주 공화 정치는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라는 추악한 기형아를 낳지 않았나. 거기에 경이 사랑해 마지 않는 -그렇게 생각되네만- 자유행성동맹을 팔아 내 손에 건넨 것은 동맹의 국민 다수가 스스로의 의지로 선출한 국가 원수다. 민주공화정치란 민중이 자유 의지로 자기 자신의 제도와 정신을 깎아내리는 정치 체제를 말하는 건가?]

[실례입니다만 각하의 말씀은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불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겨집니다.]

[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전제 정치도 마찬가지 아닌가. 때때로 폭군이 출현한다고 해서 강력한 지도성을 지닌 정치적 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저는 부정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민중을 해칠 수 있는 권리는 민중 자신만이 가지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해 루돌프 폰 골덴바움과 그보다 훨씬 소인배이지만 욥 트류니히트 등에게 정권을 준 것은 분명 민중 자신의 책임입니다. 다른 사람을 책망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전제 정치의 잘못은 민중들이 정치의 해악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잘못의 크기에 비한다면 훌륭한 왕 백 명의 선정도 작습니다. 더구나 당신처럼 총명한 군주의 출현이 드뭄을 생각하면 공과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의 주장은 대담하고 참신하기도 하지만 극단적이라는 기분도 든다. 나로서는 바로 수긍할 수 없지만, 경은 그것으로 나를 설득하려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 각하의 주장에 반론을 내놓은 데 지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의 정의에 대해 반대 방향에 동량 동질의 정의가 반드시 존재하지 않는 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정의는 절대적이 아니며 한 가지인 것도 아니라는 말인가? 그것이 경의 신념인가?]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우주에는 유일무이한 진리가 존재하고, 그것을 해명하는 연립 방정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에 닿을만큼 저의 팔은 길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나의 팔은 경보다도 더욱 짧다. 나는 진리 따위 필요치 않았다. 내가 원하는 바를 맘대로 할 힘만을 필요로 해왔다. 바꿔 말하자면 싫은 녀석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힘 말이다. 경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나? 싫은 녀석은 없단 말인가?]

[제가 싫어하는 부류는 자기만 안전한 장소에 숨어서 전쟁을 찬미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을 전쟁터로 떠밀고는 후방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내는 무리입니다. 그런 무리와 같은 깃발 아래에 있다는 건 참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의 대화-


[봤느냐. 공무원이란 패거리들은 권력자의 처벌을 두려워할 망정 민주주의의 주인인 시민에게 헌신하는 따위는 하지 않는다.]
- 오스카 폰 로이엔탈 -


[난 언제나 반전파 편이다. 이유는 단 하나. 반전파라는 무리들이 국가 권력을 편든 사례는 역사상 한번도 없거든.]

- 발터 폰 쇤코프 -


[난 기자들을 싫어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자라고 자칭하는 일부 기생충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 정치적 압력을 받을 만한 일은 피하면서 일반 시민의 사생활이나 명예에 상처를 입히거나 더 적극적으로 나서 권력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놈들이 싫을 뿐이다.  난 권력자도 좋아하진 않지만 권력자의 배설물을 먹으면서 자기도 권력을 잡겠다는 속셈을 가진 기생충들은 더 싫어.]

- 양 웬리 -

[정치 권력과 매스컴이 결탁하면 민주주의는 비판과 자정능력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게 된다.]

-3권 본문 중. 프레데리카 그린힐-


[인간의 행위 중에서 무엇이 가장 비열하고 수치스러운 일이겠습니까? 그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 권력에 아첨하는 사람이 안전한 장소에 숨어서 전쟁을 찬미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애국심과 희생 정신을 강요하여 전장으로 내보내는 일입니다. 우주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국과 무익한 전투를 계속하기에 앞서 그런 종류의 악질 기생충을 몰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양 웬리-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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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作

And
작년 겨울 무렵,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진행한 SF&판타지 작법 강좌 1기 수강생들로 이뤄진 창작 모임 <절판서에 바치는 장미>의 1호 회지가 나왔다. 비록 1인당 5권씩 동인지 형식으로 자비 출판한 책이지만, 내가 쓴 글이 처음으로 활자화되어 책으로 찍혀나와 남의 손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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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계약 맺고 나온 책처럼 깔끔하게 잘 나왔다. 서점 소설 코너 한 구석에 슬쩍 떨궈놔도 거의 위화감이 없을 정도. 훼이크 바코드에 ISBN까지! 가격까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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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돌려가며 사인해 주기. 폰카 해상도가 워낙 저질이다 보니 뭐라고 써져 있는 지는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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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내 글. 연습 삼아 내 책에도 사인을 해봤는데 뻘쭘하다=0=

1인당 5권 씩 책이 나왔고.... 일단 내가 소장할 용도로 1권, 성준형한테 주기로 한 1권, 학교에 갖다 둘 1권을 빼면 2권이 남는다. ...달라고 할 사람이 있으려나;;;;;;;;
And

예전에 사랑했던 분을 쓰고 있는 글의 여주인공 모델로 삼으려고... 정밀 묘사를 해뒀던 걸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저번에 취한 채 없애 버린 모양이다.

.......어리석은 짓일까.

잘 지내고 계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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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을 닮은 꽃.

마음 한 구석이 쑤셔온다.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

쳇.


ps=주변 사람들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모든 게 잘 된 척, 기쁜 척.

And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걸 척척 짚어 내거나, 보았다 하더라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걸 능숙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스스로의 미숙함을 통감하게 된다. 내 손으로 이렇게 쓰자니 좀 뻘쭘하지만-_- 그래도 학교에서는 교수님들도 내 글을 좋게 봐주시고, 선배들이나 동기들도 대체로 내 글은 잘 쳐주는 편인데. 게다가 국문과보다 훨씬 더 '창작'에 특화되어 있는 문창과인데 난!

매번 거울 합평회를 갔다 올 때마다 오기와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곤 했는데... 이번 합평회에서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문제라고 여긴 부분을 문제시하는 사람들이 몇 없다?

내가 천재적인 안목과 통찰력을 갖고 있어서 그 문제점들이 내게만 보이는 것... ...일 리는 없고=_=;;;;; 뭐랄까... 난 대부분의 다른 거울 필진 분들에 대해, 나보다 레벨이 높다고 여기는 경향이 좀 있다 보니 그걸 말로 하기가 상당히 미묘하다. 내가 알 수 있는 문제라면 다른 사람들도 모를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이 분들은 몇 년 이상 꾸준히 거울에서 자기 공간을 갖고 활동 중이고, 개인적인 친분은 그보다 전부터 이어져 온 경우도 많으니까... 내게는 '문제점'이라고 보이는 것들이 그 분들 선에서는 '이미 예전에 이야기가 나왔고, 그냥 그 사람의 개성으로 결론지어진 것'이 아닐까. 혹은, 이미 서로가 예전에 어떤 글을 써 왔는지 쭉 알고 있고,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 지도 알고 있으며 그걸 중심으로 합평을 하기에 내가 파악한 문제점은 지엽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아예 아무도 말을 않는 게 아닐까.

.............

아놔합평회자리에서까지혼자뚝떨어져있다는느낌을받아야되냐=0=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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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

우리가 생각하는 낮은 곳보다
더 낮고 험한 곳으로도 눈은 내린다
햇살에 저 매서운 빙정이 해체되기까지
눈은 내려서 내린 그대로 있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구두는 눈을 밟는다
헌 구두를 신은 사람은 헌 마음으로
새 구두를 신은 사람은 새 마음으로
겉으론 태연한 척 눈을 밟는다
눈보다 흰 눈을 우리가 밟고 갈 때
발길에 채이는 것은 눈의 순결이 아니라
순결이 아니라 우리들의 살점이다
눈을 밟으며 흰 살점을 도려내는
스스로의 아픔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
그리하여 눈은 잠 속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후에도 돋아나는 비늘들
정말 무서운 것은 강한 햇살에 녹지 않고
구석에서 차갑게 번뜩이는 저 은비늘이다
단 몇마리의 삶을 위하여
수천의 알을 깔기는 물고기처럼
끝끝내 살아남는 몇점의 비늘을 남기려고
이 밤도 흰눈은 무작정 쏟아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낮은 곳보다
더 낮고 험한 곳으로도 눈은 내린다
햇살에 저 매서운 빙정이 해체되기까지
눈은 내려서 내린 그대로 있고 싶어한다

-이동순
And
합평 결과 나온 평을 중심으로 수정해야 할 것들 몇 가지. 21세기를 사는 한국인인 작가가 2차 세계대전 말기의 일본 군인을 다룬다는 면에 있어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봤을 때... 걍 수정 안하고 냅두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작품 처음과 끝 부분에만 몰아넣고, 나머지 부분은 줌을 당겨서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구성할 것

*카이 야마지로는 걍 짤라 버리고, 아내를 위해 죽음을 택하는 세키 유키오와 신을 위해 죽는 히나츠 모리시마를 집중 부각

*카미카제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던 무사도 특유의 '죽음에 대한 열의'를 보다 설득력 있게 형상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음
And
23쪽을 펴세요.

다섯 번째 문장을 찾으세요.

이 지시사항들과 함께, 그 문장을 당신의 블로그에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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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하나."

-<안테노라 사이크>, 송성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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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는 '대뜸 누구한테 명령이야= 3='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해서 시도. 마침 모니터 옆에 리뷰 쓰려고 펼쳐놨던 성준형의 <안테노라 사이크> 1권이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성준형 만났을 때 2권 언제 나오는 거냐고 물어 보려다가 놀러 나와서까지 원고 독촉 받기는 싫을 거 같아 관뒀는데 물어볼 걸 그랬나, 흠.

....해놓고 보니 별로 재미가 없다=_=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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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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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n.
And
첫번째 에피소드, <꿈을 파는 남자>는 좀 무덤덤했다. 진부한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재주가 진짜 재주긴 하지만, 너무 이후의 전개를 읽어내기가 쉽다. 그러나 '꿈'이라는 어휘의 중의적 의미에 착안한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

두번째 에피소드, <히치하이킹>은 제법 좋았다. 작가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서 이런 소리 하는 게 절대 아니고(...)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내야만 하는 상황을 통해 역설적으로 '살았다'는 안도감을 주고, 마지막의 반전으로 그 안도감을 뒤집는 건 이미 스릴러 및 호러 장르에서 표준적인 테크닉이 되었지만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은 채 그 기본을 탄탄하게 쌓은 작품. 차에 탄 3명의 인물들의 과거를 서로 얽어 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지만, 정해진 분량 내에 너무 무리하게 압축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긴 하다.

작가의 건필을 기대하며, 개인적으로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And
당신은 당신의 시가 좋으냐고 내게 묻고 있습니다. 전에 다른 사람에게도 물었겠지요. 잡지사에 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와 비교도 했을 겁니다. 어떤 편집자가 당신의 작품을 되돌려 주면 불안감을 느꼈겠지요.
 
충고를 해도 좋다고 했으므로 감히 말하는데, 제발 그런 일은 이제 그만두도록 하십시오. 당신은 자신의 밖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누구도 충고를 해주거나 당신을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가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에게 쓰라고 명령하는 그 근거를 캐 보십시오.

그리고 그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뿌리가 뻗어나오고 있다면, 만일 쓰는 일을 그만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어 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조용한 밤에 나는 정말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인가를 확인해 보십시오. 그리고는 마음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대답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십시오. 만일 그 대답이 쓰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있거든,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이 필연성에 의해서 만들어 가십시오. 당신 생활의 하찮은 순간까지도 그 절박한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가까이하십시오. 그런 다음, 보고 체험하고 사랑하고 잃게 될 것을 모방하지 말고 말로 표현하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 당신은 자기 자신의 고독 속으로 파고든 뒤에 시인이 되겠다는 것을 포기해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시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기 내면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겁니다. 당신의 생활이 어떻게 되든 거기서부터 독자적인 길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담출판사. 이동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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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위해 쓰여진 글이지만, 소설을 공부하는 내 입장에서도 시사점이 많은 글이다.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게 있는 재주는 글 쓰는 재주 뿐이라고. 글 쓰는 걸 포기하면, 내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 가지 떨치기 힘든 의문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동인이, 고작해야 '이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공포'일 뿐인 걸까. 난 그게 의문스럽다.

의문을 갖는다는 건 진보를 향한- '강함'을 향한 첫 걸음이다. 나쁘지 않다.
 
And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장석남 作

And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어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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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안한 채 약 먹고 한참을 잤다. 일어나 보니 머리가 멍하고 몸에 힘이 없다. 해야할 게 많은데... 힘들다.

누군가에게 전화나 한 통 할까 하다가 관둬 버렸다. 지금쯤이면 다들 일하고 있거나 수업듣고 있을 시간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은 맑은데, 순간 까닭도 없이 먹먹하도록 외롭다.


And

꽤 전에(사실은 오래 전에) 쓴 작품이지만, 합평용으로 제출하며 손봐야 할 부분 몇 가지.


*'소설' 파트와 '실제 역사' 파트로 번갈아 가며 서술하는 진행 방식은 문제가 있다. 독자들이 과연 지루한 역사 파트를 읽을 것인가? 차라리 간략한 시대 설명을 작품 첫 문단에 몰아 넣고 나머지는 전부 소설 파트로 채우는 게 낫지 않을까?

*벚꽃이 지는 모습과 사무라이의 죽음에 대한 관념 간의 상관 관계가 설득력 있게 형상화되어 있지 못하다. 좀 더 구체화가 필요하다.

*세 주인공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있고 생동감이 부족하다. 특히 히나츠 모리시마의 경우 후반부의 급격한 심리 변화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좀 더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이 작품을 읽으며 독자가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을 해야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작품 내에서의 개연성은 확보되야 한다.

*차라리 히나츠 모리시마에게 화자 역할을 맡기고, 나머지 둘은 타자화시켜 버릴까? 오니시가 세키에게 칼을 주는 장면은 버리기 아깝긴 한데.

*결말부는 스스로 보기에도 꽤나 만족. 이건 그대로 유지해도 괜찮을 성 싶다.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을 참고할 것.
 

 
And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 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류시화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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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통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너무 고민말고 마음을 전해보길..^^"
 
.......

작년 이 무렵이었던가.

당시 마음을 준 상대가 있었을 때, 한참 가슴 앓이를 하던 내 모습을 보고 그 분이 하셨던 말씀이다. 그 때는 알지 못했다, 1년 가량이 지난 뒤, 그 말씀을 하셨던 바로 그 분을 이토록 간절히 그리워하게 될 줄은.

이틀 동안, 지독하게 앓았다. 하지만, 꿈에서조차 그 분은 볼 수 없었다.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런 내 모습은, 싫어하시겠지. 아마도 내일부터는 다시 어떻게든 나의 일상들을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싶은데... 관두는 게 더 나을까, 휴우.

...12시가 다 되가네... 얼른 자야지, 오늘부터 새벽 출근인데.


내 그리움이 그 분을 부르지만, 그 분께 가닿을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And


*제목이 외국어일 때는, 한글 발음으로 적고 스펠을 병기한다.

*프롤로그만으로 끝나 버려 뒷맛이 깔끔하지 못하다.

*그다지 참신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첫 도전작이니 안전빵을 선택하게 되는 건 이해되지만 좀 더 질러 보는 게 어떨까?

*쉽고 빠르게 잘 읽힌다. 발전 여지가 많은, 개성적이고 독특한 인물들.

*작가가 선호하는 코드들이 여러모로 잘 드러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잘 전달되나, 완결된 에피소드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도 특별한 사건 없이 끝나 버린 게 아쉽다.

*작가가 섭취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오히려 새로운 길을 가는 걸 방해하는 걸로 보인다. 기존의 코드들을 얼마나 잘 버무를 수 있냐가 성패를 가를 듯.

*상혁이 뻗어있는 동안 다인과 세영의 툭탁댐이 좀 부자연스러움. 대사가 다소 설명조.

*쉽게 잘 읽힌다는 게 물론 라노베 최고의 장점이지만 좀 적당히 가려줄 필요는 있다.

*상혁이 인간 기준으로는 제법 무력이 있다는 언급이 너무 갑자기 튀어 나온다. 앞에서 그를 표현해 줄 것.

*전투에서 세영이 워낙 일방적으로 바르다 보니 긴장감이 안 든다. 상혁을 좀 더 몰아 넣어야 할 듯.

*첫 씬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

*주인공의 성격이 다소 희미하다. 주인공 주제에 '주인공 보정'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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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내 홀연한 정신은 이제 간다
저 건너편의 나라로

세모 속에 네모를 넣을 수도 있고,
네모 속에 세모를 넣을 수도 있는 나라

천년의 세월을 1년에 밀어 넣으려던,
우리들은 찬란한 신의 이단자

이후 혼돈의 세월이 얼마를 더 흐른 후에라도-
멋대로 떠들지 마라!
가볍고 무책임한 입술들이여!

어째서 우리는
일어설 수 밖에 없고

서로 싸울 수 밖에 없고
그러고도...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단 세 방울의 눈물 외엔
더 기도할 것도 남지 않았다

웃지 마라, 폭양아

바람 속에서도
제비꽃은 지고 또 피느니-

친구여!
나는 저 열월의 길로틴 아래
한 송이 제비꽃으로 태어나고 싶다...

-세자르 시락
  作

And
(전략) ..."만약 당신이, 좀 더 일찍 들을 수 있었다면."
귀가 이상하게 울렸다. 이상한 것이 머릿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이 도시의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잡혀가고, 또 이유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지 알았을 텐데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 군화발 소리, 통금 시간이 지난 밤,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사람들의 귀는 막혀 있고, 잠이 든 사람들은 벽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나는지 알지 못해요."...(후략)

...(전략)..."하지만,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았죠. 청각을 회복한 사람들도 생겨났어요. 하지만 교육과 사회적 압력 때문에, 또 다른 감각을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들을 수 있어요.' 당신이나 나처럼."
 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로 사이비 종교 같은 이야기군요."
 "나는 그런 꿈을 꾸어요."
 그는 계속 써 내려갔다.
 "모든 사람들이 일상처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어디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 모여 앉기만 하면 노래를 부르며 즐길 수 있는 세상. 숨어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고, 경찰에 쫓기거나 잡혀가는 일도 없는,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하게 되는 세상을요."...(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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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a님 자신은 전혀 정치적인 함의를 두지 않고 쓰셨겠지만... 이 부분이 자꾸 눈에 밟힌다.

세상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고,

소리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언제쯤 그걸 깨달을 수 있을까.
과연 언제쯤에야 그걸 깨달을 수 있을까, 모두가.
And

 
...(전략)....나의 내면은.... 외롭다. 이곳, 땅 속에서 살아가면서, 바닷속에서, 에이엠의 뱃속에서 있으면서 나는 외롭다. 우리가 심심해서 만들어 낸 피조물의 뱃속에서 나는 존재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나마 기계가 우리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하지만 결국 네 사람은 안전하다. 적어도 그들 넷은...(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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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작품을 뒷받침한다. 문학에서는 작품이 주제를 뒷받침해서는 안 된다. 작품이 먼저이고, 주제는 나중이다."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中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를 읽으며 그 마초주의와 군국주의에 학을 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쓰여진 좋은 작품이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 힘이 무엇이었는지, 난 너무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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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하지만 체계적인 분석이라기보다는 일단 생각나는 것부터 적고 보는 단상에 가까운 글이다-,.-

이 시리즈의 배경은 대체 역사적인 성격을 띈다. '실제' 역사에서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는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다가 석궁에 부상을 입고는 프랑스에서 사망하지만, 이 작품에서 리처드 왕은 부상에서 회복한 뒤 성격이 바뀌어 현명한 성군이 되어서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영국, 아일랜드, 북 아메리카의 일부까지 포함하는 통합 영불 제국을 건립하는 것으로 나온다. 새로운 왕조인 플랫태지넷 왕가와 영불 제국은 20세기 초반인 현재까지 쇠락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도 배경이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세계에서는 마술(魔術)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문명 수준은 가스등과 증기 기관차, 초기 형태의 잠수함, 전염병의 미생물 이론 등 실제 역사의 빅토리아 왕조 시대 정도에 머물러 있되, 마술의 현존이라는 요소가 이 세계를 독특한 색채로 수놓는다.

이 세계의 마술이 타 판타지 펑크 물(소설이 아니라 게임의 설정이지만, D&D3.5의 배경 세계인 에버론이 이 범주에 속한다)과 비교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1)확고히 체계가 잡힌,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기반이 존재한다

2)마술을 통해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이 뚜렷이 구별된다

3)중세 시절 과학이 그러했듯, 교권의 엄격한 통제와 후원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달했다

4)마술은 물론 강력한 힘이지만, 마술사는 사회적인 질서와 규칙에 종속된다

의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세계에서 마술은, '초자연적인 미지의 힘'이 아니라 관찰과 실험을 통해 수치화와 계량화를 거쳐 보편적인 검증을 이끌어 내는 게 가능한 '자연 법칙의 일부'이며 그를 다루는 재능(탤런트라고 부른다)과 적절한 교육을 거친 사람이 바로 마술사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다아시 경은, 자신은 마술사가 아니되 유능한 마술사 조수를 곁에 두고서 풍부한 마술적 지식과 추론 능력을 통해 마술이 개입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관이다.

'마법이나 초능력 같은 게 존재한다면 추리물은 끝장'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에서 랜달 개릿은 마술의 원리와 그 행사 과정에 있어서 대단히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고, 또한 작품에 따라서는 마술의 존재 자체를 일종의 떡밥으로 활용하기까지 함으로써(처음에는 마술적 범죄로 보였는데 사실은 아니었다거나) 그러한 고정 관념을 성공적으로 깨뜨린다. 게다가 사소한 설정 하나, 문장 하나도 낭비되는 법 없이 정교하게 짜맞춰져 복선으로 기능하는 추리물의 성격 때문에 작품 전체의 지적이고 정밀하며 논리적인 색채는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비학 탐정물-'오컬트'적인 지식과 기술을 수사에 활용하는 탐정물,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나, <사이코 메트러 에지>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에 있어서 위의 4가지 요소는 '투시 마법 한방으로 증거물 확보 끝' '마음을 읽는 마법 한방으로 범인 색출 끝'이라는 식의 안일한 해결을 방지하고 작품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 중 한 둘 정도의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그 작품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경우에는 적어도 독자가 다른 데서 재미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게끔 하기 위한 별도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하다 못해 '주인공의 모에함' 같은 종류의 배려라 해도-.

PS=원작에서는 마법을 Magic, 마술을 Sorcery라고 표기한다. 역자는 이 세계의 마술이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체계적 기준에 따라서 행사되는 것이므로, 역어를 마법이 아니라 마술로 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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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완독.

리뷰 하나 써서... 요번에 거울 제출용 원고는 이걸로 땜빵할 생각. 안 그래도 전에 진아님이 라노베나 환협지 리뷰도 종종 올라오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니.


성준형에게 할 소소한 질문 2가지:
*옵스의 비마너스는 설정 상 나노 코팅을 통해 빛을 왜곡시킴으로서 가시광선 범위에서 사라지는 원리로 투명화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레이더 전파까지 투과시킨다. 하지만 빛을 왜곡시켜서 투명화한다면 비마너스 내부에서도 외부를 보지 못할 텐데?

*순일 성격이 형을 닮았뜸, 모델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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