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커뮤니티... 특히 트위터 등지에선, 모 유력 후보 지지자들이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정권 교체를 위해선 너희도 우리가 미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 '만일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면(즉, 잔당이나 그른정당에게 발목 잡히게 될 빌미를 주면) 너희 잘못이다'라고 주장하는 게 좀 보인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조까.
개인적으로 그 유력 후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유력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내 신념을 포기하지는 못하겠다.
돌이켜 보면, 항상 그래왔다. ㅀ 때도, 그 이전의 MB 때도, 대선만이 아니라 총선이나 지선 때에도 그들은 항상 그랬다. 개누리당 패거리로 대표되는 거악을 막기 위해선 가장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고. 그러니 당선될 가능성도 없는 군소후보에게 매달리지 말라고.
그리고, 그렇게 해서 꾸역꾸역 이길 때마다 언제나 양보해 온 진보 세력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물론 그 유력 후보가 승리하는 게, 진보 입장에서도 잔당이나 그른정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다. 하지만 그저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오직 그들의 표 셔틀 역할이나 해주는 짓거리는 지금까지 이미 충분히 했다. 난 그 유력후보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지간해서는 이번에 정권 교체가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이 원한 만큼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진보 탓하지 마라. 어차피 한국에서 진보 내지 좌파는 한 줌 밖에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간 우리를 표 셔틀로만 취급하고 반대급부로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는 당신들 책임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도 절박하다고. 모처럼 결정적인 기회가 왔는데, 지금 협조해야 한다고. 하지만 난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기에 협조하지 않겠다.
어차피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일개 국민 입장에서 잔머리 써서 정치공학적 계산을 해봤자 유의미한 답을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에 가장 가까운 후보를 찍음으로서, 그 신념의 가치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갖고 있는지 투표율로서 남들에게 증명해 보이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증명할 것이다. 사람을 싫어하고, 누군가가 친한 척하면 내심 경계부터 하고, 옛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노는 꿈 따위를 꾸고 나면 하루 종일 우울해하고, 오직 홀로 살다 홀로 죽을 나조차도 내가 속한 사회가 어떤 식으로 나아지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비전은 갖고 있다고. 그리고 그 비전은 잘못된 게 아니라고.
나는 사람을 싫어하지만 그러한 사람이 모여 이루는,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연대는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고.
만일 그렇게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건, 운명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겠다. 그 정도 근성도 없이는, 이 나라에서 좌파입네 못한다.
창 밖으로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운명의 나라의 여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