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마이클 무어가 쓴 글. 다시 보니 선견지명 쩐다...
http://www.huffingtonpost.kr/michael-moore/story_b_11174964.html
지금은 대강 이런 심정. 이 짤을 다시 쓸 날이 와 버리다니... ㅂㄷㅂㄷ

When I feel the snake bite enter my veins
Never did I want to be here again
And I don't remember why I came
Candles raise my desire
Why I'm so far away
No more meaning to my life
No more reason to stay
Freezing feeling, breathe in - breathe in
I'm coming back again
I'm not the one who's so far away
When I feel the snake bite enter my veins
Never did want to be here again
And I don't remember why I came
Hazing clouds rain on my head
Empty thoughts fill my ears
Find my shade by the moon light
Why my thought aren't so clear
Demons dreaming breathe in, breathin'
I'm coming back again
I'm not the one who's so far away
When I feel the snake bite enter my veins
Never did want to be here again
And I don't remember why I came
I'm not the one who's so far away
When I feel the snake bite enter my veins
Never did want to be here again
And I don't remember why I came
I'm not the one who's so far away
When I feel the snake bite enter my veins
Never did want to be here again
And I don't remember why I came
I'm not the one who's so far away
When I feel the snake bite enter my veins
Never did want to be here again
And I don't remember why I came
Voodo [Repeat x8]
So far away
I'm not the one who's so far away [Repeat x3]

전에도 종종 그런 꿈을 꾸곤 했다. 꿈 속에서는 더 없이 행복했지만, 깨고 나면 어차피 현실도 아니잖아 싶기도 하고, 아직도 미련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구나 싶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 꿈 속에서 행복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차피 꿈은 꿈에 불과하다.
오늘도 그런 꿈을 꿨다. 현실에서는 호감 정도는 있었지만 별로 드러내지 못했던, 변변히 친한 것도 아니었던 상대와 가까워지는 꿈. 하지만 난 그 꿈 속에서조차도,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걸 내심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가 손을 내밀자 도저히 그 손을 맞잡을 수 없었다. 어차피 현실은 될 수 없기에.
난, 내 남루하고 보잘 것 없는 현실을 살 것이다. 홀로 견뎌가면서.
거짓 희망 따위는 필요 없다.

난 8년 전에도 이순신 장군상 앞에 있었다. 그 때는 밤 10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지. 아직도 가로등 전부 끄고 전경들이 '여러분들은 지금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운운하는 방송 틀어놓고 소화기 뿌려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는 낮부터 종각역부터 이순신 장군상까지 전부 전경 버스로 틀어 막아놓다시피해서 그저 현장까지 도착하기만 하는 데에도 차 사이로 기어오르는 등 오만 지랄을 다 했는데... 그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격한 충돌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한데, 그 경험을 해 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솔까말 좀 뜨뜻미지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명박은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고 해놓고 일주일도 안 되서 집회 나온 사람들을 낮은 자세로 두들겨 팼는데, 박근혜는 끝까지 그냥 쌩까고 말려고 들 게 뻔하다. ....그래도 뭐,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는 건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죽는 사람은 백남기 선생님 한 분으로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지금 상황에서 야당이 어디까지 움직여 주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야당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가능한 선택지는 크게 봐서 둘 중 하나다.
1)끝까지 밀어붙여서 의회에서 박근혜를 탄핵시킨다.
박근혜가 강제로 끌어내리지 않는 이상 절대 스스로 물러날 인간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테고, 탄핵이 정답이긴 하다. 가능성도 제법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결국 새누리당 패거리들과도 딜을 안 할 수가 없다. 탄핵 소추 동의해 주는 대신, 책임 소재의 핵심을 박근혜에게 몰고서 새누리당 패거리들은 친박만 족치고 나머지 비박계는 적당히 넘어가준다는 식이 되겠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진짜 악의 축들이라고 보는 새누리당의 친이계 사람모양 쓰레기 새끼들은 여전히 대체로 건재하겠고. 게다가 이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헌재에서 막힐 수도 있다.
2)'대승적 차원' 운운하면서 적당히 해두고 대신 정치적 이권을 나눠 받는다
거국중립 내각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고, 야권 출신 의원과 관료들을 '충분히' 꽂아넣고 아직 덜 쓴 재료들은 언론에 푸는 대신 아껴두고 향후 새누리당을 압박할 카드로 쓴다. 탄핵까지 가지 않고도 박근혜를 실질적으로 치워 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야권의 중핵을 구성하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어디까지나 자기 권력 기반 획득이 최우선인 정치인들이라는 거다(그것만을 위해 수단방법을 어디까지 안 가리냐... 에 있어선 새누리당 놈들만큼은 아니라고 쳐도).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이 분노는 뒷전이 되기 쉽다.
내가 보기에는 현재 상황 상 결국 2번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아무리 대구 박근혜 지지율이 5%를 찍었어도, 1번 아니면 다 빨갱이라는 교육을 어릴 때부터 뼈저리게 받아 왔고 먹고 사느라 바빠서 그게 잘못된 건지 아닌지 생각할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들은 "백번 양보해서 최순실만이 아니라 박근혜 잘못도 있다 해도 새누리당 자체는 괜찮다" 같은 소리하며 다음 대선에도 응1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2번으로 간다고 가정할 경우... 결국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가 뒷전이 될 거라는 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선 문재인과 안철수를 거리로 불러내서 "이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의 뜻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정도의 메시지를 자기 입으로 말하게 해야 한다. 문재인은 공공연한 자리에서 자기 입으로 한 말을 뒤집을 정도로 뻔뻔한 인간까지는 못 된다. 안철수도 그렇고. 물론 나라고 해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도덕성을 크게 기대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는 앞에서 저런 소리를 하게 만든다면 그건 고스란히 정치적 책임이 된다. 그걸 쌩깔 수 있는 건 BBK가 자기 꺼라고 말하는, 녹음도 아니고 무려 동영상이 걸려 있는 데도 자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뗄 수 있던 이명박 정도의 강인한 멘탈이 아니고선 어렵다. 그 이후로도 계속 국민들이 '저 새끼들이 말 안 뒤집나' 감시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써놓고 보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원론적인 소리네.
교복 입은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8년 전 나는, 바로 그 장소에서 풀밭에 쪼그려 앉아 놀고 있는 꼬마애들 보면서 '너희가 보다 나은 나라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생각했었다. 그 학생들 중에는, 그 때 그 꼬마들도 있었을까.

역시 최근 괜히 지나치게 친한 척한 거 아닌가 싶다. 그 사람 입장에선 좀 떨떠름했을지도 모른다. ...뭐, 나도 딱히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다거나 해서 그런 건 아니긴 한데.
안지는 꽤 됐고... 같이 놀면 즐거운 사람이다. 하지만 다만 거기까지다. 가끔씩, 적당히 즐거운 일 정도만 있으면 어떻게든 견디고 살 수 있다.
난, 사람이 싫다.
....써놓고 보니 마치 반한 사람 두고 하는 소리 같네, 으읏 소름 돋는다.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76967&page=1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8/read/30572155
난 지금껏 '일베충들은 강자에게 빌붙어 남 까내리는데 환장하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성장과 승리만이 지고선이라고 믿어져 온 한국사회의 그늘이 낳은 자생적 쓰레기 집단이고 국정원은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할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사실은 애초에 국정원이 작업했던 모양이다.
몇 년 전에도 일베 서버가 국정원에 있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그건 좀 오버다 싶어서 넘겼는데 내가 아마이했다. 썅. 오유나 다음 아고라나 엠엘비파크나 메갈이나 전부 일베랑 똑같다고 하던 놈들 얼굴 함 보고 싶네. 시발 그래서 오유나 다음이나 MLB나 메갈이 국정원 지령 받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1420.html
허, 작년에 이런 기사도 올라왔었군. 놓쳤었네.

하늘이 그리도 어두웠었기에 더절실했던 낭만
지금 와선 촌스럽다 해도 그땐 모든게 그랬지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 시절70년대를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이제는) 확실히말할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때는) 그렇게쉽지는 않았지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이제는) 확실히말할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때는) 그렇게쉽지는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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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이 진다...

축하하는 의미에서 시바스 리갈... ....은 됐고, 소주나 한 병 할까.
뭘 축하하냐고요? 물론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축하입니다 판사님!

Your Honor, I would like to tell you that I can't read, write or speak Korean.
낙서장 |2016. 10. 23. 14:29GURUNDE CHOOLCHERLE MORGETDA, ZOM DONGER GATGINHANDE

http://news.nate.com/view/20161012n02553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36823
아래 링크는 세부 명단.
...명예의 전당이네, 나도 저기 끼기 위해 분발해야겠다.

로란, 아리엔, 케인, 세 주인공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김사장님이 의도적으로 '독자에게 이 캐릭터의 이러이러한 면모를 어필해야겠다'는 계산을 해가면서 썼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물론 그런 계산을 안 하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런 티가 거의 안 남. 심리묘사가 세세한 것도 아니고, 상징적인 묘사를 통해 그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이런 걸 보며 김사장님이 RPG 오래 한 사람이라는 티가 났다, 마스터링하면서 묘사할 때 상세한 심리 묘사나 의도적으로 배치한 배경 묘사를 길게 하는 사람은 잘 없지).
보통 소설(특히 대중 대상 장르 소설)에서는 초반에 주로 각 인물들의 성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걸 주된 역할로 하는 자잘한 사건들을 주로 배치해서 독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 각 인물들의 이미지를 소화하게 만든 뒤 굵직한 사건을 일으켜서 독자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 인물은 어떻게 반응할 것이다'라고 예상하게 유도하고, 그 예상을 뒤집거나, 비틀거나, 혹은 예상되는 수준 이상으로 강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몰입을 시킨다. 그 대신 이 소설에서는 대체로 캐릭터들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 덤덤하게 보여준다. 작위적인 감정적 갈등을 일으키거나 억지로 그걸 봉합하지도 않고.
취향이 갈릴 만한 서술법인데, 작가의 의도가 날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꽤 세련된 방식이긴 하다. 나도 나름 글 쓰는 사람이지만... 난 명확한 작의를 갖고서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그걸 전달하려고 하는 쪽이다. 너무 노골적이 된 나머지 설명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사실 지금 쓰는 소설 다시 읽어보니 찔린다) '작가가 주제를 들이댄다'는 느낌을 독자가 받지 않게끔 나름 신경을 쓰긴 하는데... 이렇게 쿨하게 쓰지는 못한다.
그래도 재미있다.
PS=카시아나 히베리아, 파이디 같은 이전의 메르시아의 별 리플레이에서 나온 지명들이 다시 언급될 때마다 소소하게 즐거웠다.
PS2=악마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안 나온다. 그 설정 마음에 들었었는데 혹시 폐기된 거?
얼렁뚱땅 생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쯧.
누가 선물로 더 좋은 새 직장 좀 안 주나.... 하는 망상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혹시 어제 연락한 업체인가 싶어 후다닥 받아보니 보험 광고. 썩을.
저녁 때 한 잔 할까.
우연히 김보영 작가님을 만났다. 간단히 인사하고, 마침 갖고 있던 책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에 사인을 받았다. 속표지에는, "늘 행복하세요, XX님." 이라는 문장이 적혔다.
이 작품은, 광속 여행이 일반화된 시대를 배경으로 이제 곧 결혼을 앞둔 남자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연상의 연인은 알파 센타우리에 가 있고, 결혼식 날짜를 잡아 둔 남자는 날짜를 맞추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타고 있던 우주선에서 사고가 생기고, 상대성 이론에 의해 두 남녀는 시간의 장벽에 가로 막힌다. 남자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서 끝없이 기다리고, 남자의 시점으로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인은 수 백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무척 아름다운 중편이지만,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나는, 결코 그 아름다움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보영 작가님은, 내게 행복하시라고 적었다.
나는, 행복한 삶이 아닌 그저 홀로 견딜 수 있는 삶을 바란다.
김보영 작가님은,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우주를 사랑하는 것이며 한 사람을 위한 일은 우주를 위한 일이고 한 사람을 위한 선물은 우주를 위한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이 책이 당신께도 좋은 선물이 되리라 믿으며."
이 선물은, 내가 아닌 그 누군가에게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http://mirrorzine.kr/index.php?mid=w3_nonfiction&document_srl=8410

생각나는 이야기는 좀 있는데, 글로 잘 정리가 안 된다.
젊으셨을 때는 가톨릭 수도사셨구나. 부디 그 분의 영혼을 신께서 잘 거두시길.

판타지란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다채로울 수 있다. 요정이 나와야만 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용이 없어도 된다. 요는 판타지에는 ‘신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신비성은 딱히 스케일이 커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SF에서도 신기하고 이상한 일은 벌어진다. 그럼 SF와 판타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유명한 언명을 남겼다.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은 보편적인 논리와 분석, 계측이 가능하다. 슬레이어즈에서는 마법으로 만든 냉장고와 거대 로봇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둘을 구분하는데 의미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판타지는 ‘환상의 모험담’이다. 반면 SF는 ‘가능성의 세계’다. 판타지는 뭔가 신기한 일이 일어났을 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신이나 요정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F는 그 ‘왜’에 신경을 쓴다. 판타지는 주로 자연의 경이와 신비를 다룬다. 한 발 더 나아가, 판타지는 과학에 있어 모종의 공포심을 갖고 있다. 판타지의 거두인 톨킨과 루이스는 2차 대전 참전 경력자였다. 톨킨과 루이스는 과학의 소산인 폭격기와 잠수함이 무수한 이들을 죽이는 걸 보았고, 톨킨은 그러한 경험을 살려 반지의 제왕에서 과학기술을 부정했다. SF와 판타지를 반드시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둘은 각자의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 있어 그를 이해한다면 보다 더 훌륭한 SF와 판타지를 쓸 수 있게 된다.
세상사가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낄 때 사람은 신과 정령의 존재를 상정하고 그에 기원을 올린다. 늑대의 경우, 사람들은 가축을 잡아먹고 가끔 사람도 습격하는 늑대를 두려워했다. 누군가가 자신은 늑대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후 샤먼이 된다. 그 이후 샤먼은 신정일치 사회의 신왕으로 발전한다(애니미즘에서 토테미즘으로의 전화). 그 이후 다신교 판테온이 성립된다. 다신교 판테온의 신들은 인간보다 강하고 현명하지만 그 욕망이나 성향, 사고방식 등에 있어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신들의 이야기가 신화가 되었다.
하지만 신화는 동시에 인간에게 주는 교훈을 내포하기도 했다. 수메르의 여신이었던 이난나는 저승의 문을 통과하며 갖고 있는 것(광채, 옷가지, 장신구 등)을 하나 씩 빼앗기다가 결국 마지막 문을 통과하고 나자 죽어 버린다. 이는 ‘저승에는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교훈이 반영된 것이다(그래서 고대 수메르와 바빌론 문명의 고분에는 부장품이 없다). 신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이러한 절대적인 정의의 개념은 ‘교훈으로서의 신화’에서 ‘규율로서의 신화’로 발전하여 인간의 도덕관념을 규정하고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대원칙- 즉 유일신 신앙이 성립되게 된다.
그렇다면 신화에서 판타지로 어떻게 발달했는가? 판타지는 신화에서 비롯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판타지를 통해 신화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판타지에는 실로 다양한 갈래가 존재한다.
우선 동화(Fairy tale)가 있다. 동화는 신과 정령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신화다. 동화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나무 인형이 말을 하느냐, 어떻게 평범한 아줌마가 작아지느냐가 아니다. 그로 인해 무슨 사건이 벌어지느냐에 주안점을 둔다.
그 다음은 검과 마법 이야기다. 이것은 신이 존재할 수는 있되 결코 직접 나서지 않는 세계에서 인간이나 그에 준하는 이종족이 펼치는 모험담이다. 검과 마법 이야기가 발달하면 할수록 신의 비중은 줄어든다. 신은 인간사에 직접 간섭하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초자연적 픽션(Supernatural Fiction)이다. 이것은 인간의 일상에 초자연적 힘이 개입하고, 인간이 그를 막는 이야기다.
그 다음은 슈퍼 히어로 판타지다. 이것은 평범한 일상을 무대로 신적 존재로부터 힘을 얻은 영웅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초자연적 픽션의 경우, 그러한 초자연적 존재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드라큘라는 주인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안타고니스트다.
그 다음은 다크 판타지다. 이것은 기사도 로망이 사라진 버젼의 검과 마법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검과 마법이라는, 인간들 고유의 힘은 남아 있지만 그러한 인간을 둘러싼 세상 자체가 꿈도 희망도 없다.
그 다음은 도시 판타지다. 삶의 공간인 도시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다. 일상의 공간인 도시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대단히 친숙하다. 하지만 여전히 비일상적, 초자연적 요소가 있다.
그 다음은 마술적 사실주의다. 이것은 어른만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벌레’같은 경우,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잠에서 깨고 나자 벌레로 변해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가 왜 벌레가 되었느냐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 대신 그 변화는 주변 사람들의 내면의 추한 욕망과 질시를 자극한다.
그 다음은 역사 판타지다.
그 다음은 신마 이야기/기담이다. 이것은 신화와 전설이 현실과 공존하는 세계의 ‘삶’(모험이 아니라)의 이야기다.
그 다음은 차원 이동물이다. 이것은 현실을 떠나 판타지 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로서 주인공에게 신화적 영웅의 성격이 강하게 부여된다. 오즈의 마법사, 나니아 연대기가 이에 해당한다.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 신화 속의 영웅 전설은, 신명 사상(신의 뜻에 따라 옳고 그름을 결정)에 기반하고 있다. 다른 한 기반은 ‘신은 옳은 자를 수호하기에, 피고와 원고가 결투를 벌여 승리하는 쪽이 옳다’는 논리에 입각한 사법 결투다. 왕의 경우, 처음에는 신의 권위에 복종한다. 하지만 지배하다 보면 자신의 욕망을 더 추구하게 되고, 권력의 망자로 타락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의 망자(반드시 타락한 왕 자신이 아니라, 그 왕의 타락을 상징하거나 타락의 결과물인 다른 무언가일 때도 있다)를 타도하기 위해 신명을 받드는 영웅이 탄생한다. 그러한 영웅의 여정(일상->경이의 세계->거대한 대결->보상을 얻고 귀환)을 밟는 것이 그리스 신화적 영웅의 삶이다. 조셉 캠벨이 이러한 영웅의 여정의 기본 도식을 정리했고, 그 이후 영웅의 12단계로 세분화된다(평범한 일상->모험에의 소명->소명의 거절->조언자와의 만남->첫 관문 통과->아군과 적과 시험->핵심부로의 접근->시련->보상->귀환->부활->보상과 함께 귀환). ‘호빗’이 이에 잘 부합하며, 약간 변형된 형태긴 하지만 마블 히어로 영화 ‘앤트맨’도 이러한 영웅 서사의 도식에 대체로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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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추후 업로드 예정.
강의 내용에 대한 설문도 좀 했는데 '북팔은 너무 멀어요'라고 쓸 걸 그랬다(....)
딱히 크게 나쁜 일이 없고 가끔 가다 한 번씩 소소하게 즐길 만한 일 정도만 있으면, 어떻게든 혼자서 견디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오늘은 SF도서관 가서 글 쓰며 기분 전환이나 좀 할까. 감정적으로 서운해하거나 불쾌할 일이 아니란 거 아는데... 그래도 영 마음이 안 좋네.
+
출근할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원 곡을 모터헤드가 커버한 곡.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딱히 누군가가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니고, 괜히 감정적으로 분노하거나 침울해질 필요도 없다. 그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억지로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뒀던 절망이 다시 내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때는 메탈이 최고지, 암.
+
일요일 쪽 워울프 팀에 구회신청을 했었는데, 추가 인원은 받지 않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쯧, 어쩔 수 없지.
오늘 하루 종일 뭔가........ 참 그렇다.

이 짤을 보는 느낌이다...
출처는 http://yaksha.egloos.com/

http://www.djuna.kr/xe/board/13072492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잘 쓰인 글. ....그런데 줄가름이 거의 안 되서 눈 아프다.......
듀게는 진짜 오랜만에 들여다 봤는데 그래도 아직 볼 만한 글이 종종 올라오는구나.

1)
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과에 여자 후배 애가 하나 있었는데 애가 인상이 뭐랄까... 좀 동남아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베트남'이라고 별명을 붙여서 그렇게 불렀다. 그 애는 그럴 때마다 눈을 흘기며 "그렇게 부르지 마요 선배님" 했지만 솔직히 별로 신경 안 썼다.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문득 그 때 일이 기억나서 '내가 외모드립에다가 지역드립까지 끼얹어서 혐오발언 했었구나' ‘내가 남자인데다가 한참 선배라서 크게 싫은 티 못 냈던 거겠지’ 싶어서 엄청나게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걸 깨달았을 때쯤에는 걔도 이미 졸업하고도 남았을 무렵이고 연락처도 몰라서 끝내 사과하지는 못했다(만에 하나 이 글 보게 될 지도 모르니까... 여기서라도 사과한다. 변명 따위 안 하마. 정말 미안하다, 그 때는 내가 잘못했어. 그리고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될 지도 모르는 베트남 분들께도 사과드립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난 얼추 고등학교 무렵부터 내내 정치적으로 좌파였고, 인권이나 노동 문제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나름 일찍부터 의식이 생긴 편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그저 장난삼아 가볍게 그랬고, 그게 잘못이라는 걸 자각하는 데에는 몇 년이나 걸렸다. 삼일한이니 보... 어쩌고 하는 노골적으로 쓰레기 같은 드립만 여성혐오가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 온 남자 입장에서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자연스러움 자체가 일종의 여성혐오이며 나 역시도 거기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사실은 바로 오늘도 짧은 옷 입은 예쁜 여자보고 무심코 흘끔거렸다가 다음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 으윽.
나는 평소에 진보입네 하면서도 정작 일상에서는 그 가치를 썩 잘 실천하지 못했다. 나는 그에 대해 여자들에게 항상 부채감을 느끼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내가 페미니즘을 지지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2)
메갈리아가 주로 인터넷 상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역시 미러링이다. 그런 걸 접하면 당연히 나도 일단 불쾌하긴 하다. 이미 자살 시도를 해 본 적 있는 내 입장에서 재기 운운은 특히 극혐이다. 하지만,
메갈리아는 그러한 감정적인 불쾌감을 주는 것 외에는 진짜 ‘범죄적 행위’ 내지는 ‘악행’을 변변히 한 적이 없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메갈은 같은 소수자 입장인 게이들에 대해서도 ‘다 똑같은 한남충’이라면서 혐오한다고. 그러니 메갈은 악이라고. 하지만 게이 커뮤니티에서도 여자를 잠재적인 성적 라이벌로 취급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게이 입장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은어도 있는 것 같고.
지극히 당연하게도, ‘억압당하는 소수’라고 해서 그들이 선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압하는 다수에 대항해 억압당하는 소수의 편에 서는 것’은 그 자체가 정의로운 일이다. 그 중에서 누군가는 ‘선하니까’ 편을 들고, ‘악하니까’ 배제한다는 것은.... 으음. 한국사회에서는 남자인 쪽이 여러모로 더 유리하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단순한 사실이다. 그러한 한국사회에서 태어나, 미미하게나마 꾸준히 남자로서 수혜를 입어 온 입장에서... 상대의 ‘선’과 ‘악’을 가려가면서 편을 들거나 배제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오만한 태도다.
누군가는 또 그렇게 말한다. 미러링의 의도는 알겠는데 그래도 악을 악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제3자가 무책임하게 내 뱉을 수 있는, 판에 박힌- 아무 의미도 없이 ‘좋기만 하고 알맹이 없는 말’이기도 하다. 난 남자로서, 도저히 메갈리아 여자들에게 저 따위 흰 소리 못하겠다.
인간의 도덕성은 어지간해서는 다 거기서 거기다. 그리고 나 역시도 딱히 대단치 않은 도덕성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고(이건 겸손이 아니다. 난, 내가 결코 선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아주 절실하게 느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20여 년 동안 나는 내가 선인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간이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사회를 좀 더 낫게 하고 싶다면 ‘절대적으로 불쌍하고 절대적으로 착하고 절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이 아니면 연대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투정에 불과하다. 지금 메갈은 기껏해야 인터넷 상에서만 좀 목소리를 내고 뉴스에서 몇 번 다뤄졌을 뿐, 사회적으로 딱히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도 메갈을 까기 위해 일베와 오유가 연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판이고.
감정적으로 껄끄럽고 불편한 상대여도 그가 진짜 범죄자 레벨이 아닌 이상, 그리고 억압당하는 소수인 이상 함께 하는 것이 정의다. 정의는 원래 그렇게 어려운 거다.
누군가는 또 그렇게도 말한다. 일베나 메갈이나 다 같은 혐오 집단일 뿐이고 둘 다 상종 못할 쓰레기들이라고. 그러나 내가 보기엔 다르다. 단편적인 발언 수위만 보자면 ‘전라도 출신과 좌좀들은 다 죽여야 한다’는 일베나 ‘한남 전부 재기해라’하는 메갈이나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부분을 놓친 착시현상이다. 일베의 핵심적인 멘탈리티는 이승만에서 박정희를 거쳐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강하고 지배적인 가부장적 남성상에 의해 주도되는, 엄격한 통제에 기반한 반공&경제 부흥의 신화’다. 일종의 정신적 마조히즘 비슷한 건데.... 진짜 문제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집권 기간을 다 합치면 거의 40년이고 한국 역사는 정부 수립 선포를 기준으로 이제 겨우 70년 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의 과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확립한 그 신화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공고하고 일베는 그에 편승해 있다는 점이다(국정원에서는 일베 놈들 대상으로 초청씩이나 했다). 그 신화를 추종한다는 것은, 곧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과 여성 운동, 환경 운동이- 그를 위해서 싸우고 죽어간 이들의 목숨이 알량한 국가와 성장의 광휘보다 하찮다는 선언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일베는 메갈보다 훨씬 더 강하다. 한 쪽은 말로만 ‘한남 재기해’라고 한다. 한 쪽은 말로 ‘전라도 출신과 좌좀을 다 죽여야 한다’고 할 뿐 아니라, 그 강고한 구체제의 신화에 기대어 있다. 어느 쪽이 더 큰 위협인지, 어느 쪽과 싸워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같은 이야기 계속 반복하는 느낌인데... 메갈은 말할 것도 없이 ‘정의의 집단’이 아니다. 세력이 약해서 두드러지지 않을 뿐, 미러링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쳐도 분명히 어두운 면- 특히, 남자들 중에서도 도태되고 약한 상대를 골라 물어뜯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은 ‘메갈의 악함’이 아니라, ‘인간의 악함’이다.
‘그래도 도저히 메갈과 연대하지는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남자라면 그에게는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그렇다면 메갈을 미워하는 데에서 그칠 게 아니라 스스로 선을 행해보지 않겠냐고. 메갈이 게이 혐오를 한다? 그럼 너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해라. 메갈이 다 같은 한남이라면서 독립 운동가를 깐다? 그럼 너는 존경하는 독립 운동가의 생애와 사상을 공부해서는 니가 배운 걸 UCC로 만들어 업로드해라. 메갈이 커피 심부름 시키는 남자 상사 커피에 부동액 넣는다는 글을 돌려본다? 네 커피는 직접 타 마셔라. 메갈은 여성 우월이고 진짜 페미니즘은 다르다? 그럼 네가 그 진짜 페미니즘을 실천해라.
수많은 사람들이 '특정 악행을 하는 집단이 사라진다면 악 역시도 사라질 테니까, 그 집단만 없애면 된다'고 너무나도 자주 착각한다. 악을 없앨 수 있는 건 선이다. 자꾸 도덕론 들먹이자니 나 스스로도 좀 짜증나긴 하는데, 선과 악이라는 프레이밍이 대중적이니까 거기 맞춰서 제안하는 거다. 정말로 '메갈은 악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네가 증오하는 게 그 악이라면 네가 직접 선을 행해라.
3)
...이렇게 길게 썼지만, 메갈의 대두 이후로, 그리고 김자연 성우 사건이나 초여명 김성일 사장님의 간접적인 메갈 인정 트윗, 이런 저런 사람들의 메갈 긍정 내지 옹호 발언(왠지 모르게 아는 이름들-특히 작가들-이 많더라) 이후 최근 남자들이 왜 예스컷이다 뭐다 해가며 화를 내고 있는 지도 이해는 된다.
상술했다시피 나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로 사는 게 여자로 사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고... 취업률은 계속 떨어지고 세금은 오르고 간신히 취업해도 비정규직 신세로 박봉 받아가며 매일 야근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인 이 헬조선에서는 남자라고 해서 딱히 엄청난 특권 계급인 것까지는 아니다. 대개의 남자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빡세 뒈지겠는데+딱히 적극적으로 여혐을 한 것도 아닌데(물론 자각이 없다고 해서 여혐이 여혐 아닌 게 되는 건 아니다. 나만 해도 베트남 운운했을 당시에는 자각 없었다) ‘실ㅈ한남 재기해라’ 같은 소리를 들으니 빡치는 거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남자들은 메갈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를, 메갈에 대한 분노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다. 분노할 대상은 지금의 헬조선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씨발 개좆같은 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 이끈 한국의 구체제와 그 권화인 새누리당인데 일개인 입장에서 집권 여당에게 각잡고 저항하기엔 겁이 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괜히 웹툰 작가가 독자들을 개돼지 취급했네 뭐했네 하며 ㅂㄷㅂㄷ거리는 거지.
4)
말 나온 김에 개인적인 취미 관련해서 약간 첨언. 초여명 출판사의 김성일 사장님은 트위터에서 ‘메갈리아의 모든 활동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페미니즘의 한 갈래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트윗을 했다. 하지만 관련한 일련의 사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사람들이 당시 펀딩이 완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여명의 콜 오브 크툴루 룰북에 대해 환불신청을 넣었다(누구 하나는 초여명에 실망했답시고 겁스 분서 인증도 했지 아마ㅋ).
김사장님은 두 말 없이 환불 요청을 받아 들였는데... 평소 종종 가던 DC TRPG 갤에서 ‘초여명은 프로의식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다. 뭔 소린가 싶어서 글들을 좀 읽어보니 대충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장의 개인적인 신념을 공공연히 표방하여 고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환불 사태를 초래하고, 게다가 예정에 없던 추가 펀딩까지 받았으니 프로의식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자기파괴라는 소리도 했고. 그거 보자마자 진짜 육성으로 이랬다.
“ㅋ”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장의 개인적 신념을 표방한 것에 대해:그게 어때서. 김사장님이 공무원이냐? 미국은 헐리웃 배우들도 공공연히 정치적 스탠스를 밝히고 선거 기간에는 지지 연설도 하는데. 공무원도 배우도 아닌 출판사 사장일 뿐인 김사장님은 책 잘 만들어서 제 값 받고 팔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초여명은 지금까지 책의 질에 있어서 실망시킨 적이 없다. 프로가 할 일은 자기 원래 일을 잘 해내는 거지, 일과는 관련 없는 사안에 있어서까지 남들 기분 살피는 게 아니다.
환불 사태에 관해:김사장님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면서 소소한 불평도 없이 환불 절차와 기한을 상세히 공지하고 수수료도 일괄 부담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작업이 늦춰질 수도 있는데도 김사장님은 텀블벅을 통해 무리해서라도 애초에 예정된 기한에 맞출 것임을 밝혔다. 대체 뭐가 문젠데?
추가 펀딩에 관해:제일 웃기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 추가 펀딩 좀 하면 어때. 그런다고 당초에 받기로 했던 물건이 없어지거나 질이 폭락하는 것도 아니고 배송이 지연되는 것도 아니고. 이 기간이 아니면 펀딩 못한다는 생각에 밥값 아껴가면서 질렀다는 사람도 있긴 있더라. 그 사람에게는 안 됐지만, 이렇게 될 줄은 진짜 아무도 몰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고, 실질적인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추가 펀딩 받는다고 해서 욕먹을 이유는 없다. 누구는 ‘환불 좀 당해도 추가 펀딩으로 메꿀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저러는 거다’라던데 턀갤질 하면서 본 온갖 개소리 중 제일 웃겼다. 그런 계산 있었으면 애초에 RPG 출판사 안 하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껏 봐온 바로는, 김사장님과 사모님은 RPG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5)
1)에서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2)에서는 메갈리아의 ‘암’에도 불구하고 ‘명’을 우선시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가 ‘페미니스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사회주의를 긍정하면서도 스스로가 사회주의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그러한 가치들은,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을 대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사람이 싫다. 그래서 반한 분한테도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고(...눈치채셨을 거 같기도 하지만. 부디 나로 인해 그 분이 불편하지는 않으셨길,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란다), 그래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실패한 지금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 때 죽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늘 있다.
난 사람이 싫지만, 정작 그런 사람이 모여서 이루는 유대는 좋다. 모순인 것은 알고 있다. 그 모순이, 내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오랜만에, 예전에 사랑했던... 하지만, 결국 잘 안 된 선배가 나왔다.
그 때 내가 고백했을 때, 그 선배는 두려워했었다. 자신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남들처럼 연애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이러다가 혼자 늙어갈지도 모른다고.
그 후로... 꽤나 시간이 지났다. 지금쯤 그 선배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모른다. 꿈 속에서는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였지만, 뭐 꿈은 꿈일 뿐이니. 생각해 보면 내가 그 선배에게 반했던 것도, 친해진 것도, 고백한 것도, 하지만 끝내 이뤄지지 못했던 것도, 마지막으로 주고 싶었던 게 있었지만 결국 전해주지 못했던 것도, 전부 운명 같기도 하다.
그래도, 행복하셨으면 한다. 곁에 좋은 누군가가 있건 아니건 간에.
그리고 나는 오직 혼자 견디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반할 일 같은 것 없었으면 한다.

300명 넘는 사람들이 강철방에 갖힌채 물속에 생수장당하는 걸 라이브 방송으로 본 멘탈 약한 사람들은, 조금만 더 상상을 진행시켜도 상당한 멘탈 데미지를 입게 된다. 지금도 관련 내용을 접할 때마다 메쓰꺼움과 두통이 따라온다.
참사는 그 내용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고문하고 실제로 다른 종류의 광범위한 데미지를 만들어낸다.세상에는 멘탈 약한 사람들이 많다. 끔찍한 참사는 되도록 빨리 보상할 거 보상하고 잡을 놈 잡고 애도할 거 애도하고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한다.
참사의 공식적인 '엔딩' 을 만들어줘야만 약한 사람들은 그나마 안심하고 그 데미지들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기에, 빠른 엔딩을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작은 데미지를 감내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추구하도록 이끄는 지표들이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인간상을 추구하도록 가르치는 훌륭한 종교들이 있고, 그런 인간상을 추구하도록 가르치는 역사와 윤리 교과서가 있고, 그런 인간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와 드라마, 만화, 스토리들이 있지 않았던가.
세상의 야비함에 적응해 살아가는 것을 어른의 가치라 강요하는 아재들이 저 경전과 교과서와 스토리들을 비웃는다. 데미지를 입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공감의 상상력을 뿌리채 뽑아버리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아재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메스꺼움과 두통에 시달리는 멘탈 약자들은 저 강한 아재들의 티타늄 멘탈을 부러워하고, 참사의 엔딩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우물쭈물거리다가 채널을 돌리는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 야비한 세상의 강함 대신, 저 이야기 책들 속의 고결해 보이는 강함을 부러워할 수 있을까? 세상의 합리와 공정성에 대한 잣대를 내 자신의 황금률로 대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