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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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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0
    <아이언맨>보고 오다-소년의 로망(스포일러 좀 있음) 3
요즘 영화 안 본지 오래됐다 싶어서 개봉작을 흝어 보니 아이언맨이 있길래 조조로 슥슥. 캐스피언 왕자도 구미가 당겼지만 요새 좀 스트레스가 쌓인 참이라 '두들겨 부수는' 액션 물이 필요했다(....)

스토리의 개연성('사악하고 멍청한 아랍계 테러리스트' 클리셰 지못미)이나 과학적 근거(반중력에 미니 아크 원자로? 이 뭐 초과학?)야 뭐 웃기지도 않은 수준이지만 애초부터 그런 걸 기대하지 않았으니 일단 상관 없뜸. 기본적인 태생 자체가 냉전 시절 탄생한 미국의 슈퍼 히어로-'정의의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미국의 슈퍼 히어로'라는 게 포인트-다 보니 미국 만만세니즘이 영 눈에 밟히는 것도 적당히 무시하고 봐줄만 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키 애국주의 따위 즐쳐드삼-_-+'했을 텐데 이런 거 보면 나도 참 많이 온화해졌다 싶은 착각이 든다(....)

여하간... 닥돌식 빠와 액션을 주로 기대하면서 영화관으로 갔는데,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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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이잖아ㅇㅁㅇ!!

......진짜다. 토니 스타크가 동굴에 틀어 박혀 아이언맨 마크1을 만들어 테러리스트 기지를 때려 부수고 탈출하는 초반 이후, 영화는 2시간이 살짝 넘는 러닝 타임의 절반 이상을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을 만들고/시운전하고/주변 시설물 좀 때려 부수고/개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소요한다. 아이언맨은 이 과정을 거쳐서 3차까지 진화하며, 앞으로도 이를 계속할 것임을 암시한다.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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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분 전의 우리보다 진화한다!!"

....이런 느낌?(....)

.....아니 뭐, 그래서 재미 없다는 건 아니고. 계속 이 과정만 줄창 보여주고 액션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은 편인데... 이게 의외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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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조쿠나.

90년 대 초중반 국딩... 아니 소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학교 앞 문방구점 창가에 진열되어 있던 조x드라거나 건프x 앞에서 손가락을 빨고, 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이름도 찬란한 '조립식 장난감 로봇'-파생 상품으로 모터카 같은 것도 있다- 하나 1000원 주고 사오면 그거 만들면서 마냥 행복하던 시절을. 다 만들고 나면 당당히 방 한 구석탱이에 세워놓고 닳도록 들여다 보고, 나중에는 그걸로 모자라 친구들 불러서 자랑하던 시절을. 혼자서만 보기 아깝다는 감정과 남들 손을 타다 보면 망가지지 않을까 고민되는 감정이 복잡하게 엇갈리던, 그 찬란하던 시절을-.

그 모든 걸 앞서서, 신문지 반 쪽만도 못한 크기의 조잡한 설명서 한장 펴놓고 부품을 떼내고 자르고 끼우고 붙이던, 나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그 두근거리는 감각.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천재에다 부자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은-대부분의 관객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스타크가  작업할 때는 지하 작업실에 짱박혀 인공지능 로봇팔들만 벗삼아서 뚝딱거리는 장면을 통해, 한 때 소년이었던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절,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자기 손 안에서 무언가가 형태를 갖춰가는 걸 지켜보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보통은 '젠장 저 놈 재수없어'하게 만드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에게, 평범한 남성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면모는, 토니 스타크가 얼핏보면 돈, 권력, 여자를 다 가진 엄친아임에도 불구하고 잘 뜯어 보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상대라고는 비서와 친구 한 명 뿐이라는 것. 그리고 악의는 없지만 너무도 자기 본위적인 나머지 그들과도 약간 위태한 관계라는 것을 통해 강화된다. 겉보기엔 화려한 천재 발명가지만, 정작 알고 보면 꽤나 유치하고 소년적인 감수성의 소유자라는 것. 그리고 남성 관객에게 그 소년적인 감수성에 잠시나마 이입하게 만든다는 것. 이 지점에서 토니 스타크는 안구에 습기차는 서민 영웅인 피터 파커와 전혀 다르면서도 만만찮게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런 종류의 슈퍼 히어로 물은 음악이 별 볼일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쓸데 없이 웅장하고 애국심 자극하는(웩) 클래식 대신 터프하면서도 꽤 달려주는 느낌의 록 위주로 OST가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한스 짐머가 음악 맡았더라, 어쩐지). 탄환에 여유가 생기면 한번 구해보고 싶은데 되려나 모르겠다= =a

ps=기네스 펠트로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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