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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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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간 뉴스로 자주 접하다 보니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 생각했는데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니... ....-_-.....한 심정이 되서 눈만 가렸다. 훨씬 낫구만!

 

이 영화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의 허위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직접 보지는 못했다)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 쇼>의 김재환 감독이 5년 전부터 기획한 작품이라고 한다. 감독 인터뷰를 보면, 굳이 MB를 까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정치인에게 있어 말 빚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경고하고 싶었던 쪽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 의도에 비춰서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평해보자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들(국민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 번도 그들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 우리는 한 번도 우리가 할 것을 감추지 않았고, 그들은 그들 스스로 우리에게 정권을 위임한 것이다. 이제 지금은 그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뿐이다."

 
악명 높은 나치의 선전부장,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유명한 말로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그리고 5년 전, '대통령 후보자'로 거리에 나선 MB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몸바쳐 일하겠다는 유세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MB의 시점에서 가끔씩 깔리는 나레이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당시의 선거 유세 장면들(먹는 이명박이라거나 먹는 이명박이라거나 먹는....)과, 정책이 아닌 이미지의 창출을 통해 대권을 잡고자 하는 모습들(5년 전 한참 이슈였던 태안 반도 기름 누출 현장에 가서 현장의 목소리에 신경쓰기보다는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하는 장면이라거나), 그리고 경제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주장을 현재의 시점에서 되짚는 연출들로 작품이 구성되어 있다.

 

의도도 좋았고, 내용도 괜찮긴 한데... 절반의 성공에 멈출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하드 펀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문용어로 가득한 정치적, 사회적 해석이나 복잡한 도표들 갖다 붙이지 않고서 다만 '그 때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를 현재의 시점에서 되짚어 봄으로써 그의 허위성과 근자감을 고발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결국 5년 전 그 날, MB를 당선시킨 원동력이 되었던 이 나라 국민들의 '공포'와 '욕망'은 단순히 MB의 선전에 국민들이 휘둘렸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훨씬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다.  

 

감독은 '어머님도 볼 수 있을 만한 수위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고 편하게 함으로써 부담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전술이지만,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물리적 수량'이 확보되야 한다. 일베 같은 데서 퍼뜨리는 개드립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흔하게 발견되고, 그냥 재미있어서 쓰다가 부지불식 간에 그 기저에 깔린 천박함에 동조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그만큼의 '수량'이 담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는 '대안 없는 비판이다, 어쩌라는 거냐' '투표를 그렇게 강조하는데, 투표한다고 박근혜가 안 된다는 법 있냐'는 식의 거부감만 유발할 소지가 크다.

 

두번째 문제는, 내적인 논리 흐름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5년 전 그 때 MB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살림살이 나아진 거라곤 아무 것도 없는데도 이번엔 박근혜를 지지하겠다고 말하는 장면.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명확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기본적으로 타겟팅하고 있는 관객 층은 투표에-한발 더 나아가, '정치' 전반에- 무관심한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은 그 장면의 함의를- 즉, '왜 박근혜가 되면 안 되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박근혜도 최소한 입으로는 경제 민주화를 말하고 있고, 기본적인 관심이나 지식, 나름의 관점이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박근혜가 말하는 경제 민주화가 현실적이고 온건한 것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에 있어 충분히 작품 내에서 설명을 해주거나 아니면 아예 빼 버렸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극장가서 볼 만한 가치가 있다. 5년 전, MB가 목청 높여 비판하던 말을 바로 지금 그에게 적용하면 '어떤 풍자나 비꼼도 없이 사실 그대로만으로 블랙 코미디가 된다'는 것의 아이러니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상당히,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PS=허경영이 '우리 공화당 당원 수가 30만인데 10만 표 밖에 안 나왔어. 이런 결과는 있을 수 없어, 나 불복할 거임 뿌잉뿌잉'하는 장면이랑 김제동이 '저는 돈 많아서 등록금 올라도 괜찮아요, 하지만 저만 그러면 뭐해요? 함께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투표하시면 반값 등록금 성사되요'하는 장면은 빵 터졌다.  

 

PS2=오늘은 수능 날이었다. 이 작품에서 교육 양극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장면을 곱씹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가 수능 삼수생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제는 큰 이슈거리조차도 되지 못하는, 매 해 있어왔던 일이다. 담배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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