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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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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시나리오 작성에 참고하려고 이거 저거 본 것들. 시나리오 특성 상 대부분이 호러 영화다. ...결국 그 시나리오는 동결 처리로 결정했다, 안습. 내가 한 번 당해보고 치를 떤 마스터링 방식을 스스로가 대부분 따라하고 있다는(게다가 테크닉적으로는 훨씬 더 거칠고 미성숙한 방식으로) 걸 깨달았을 때는 자괴감마저 살짝 들었다. 반성하자, 윽.

1)지퍼스 크리퍼스1
23년마다 잠에서 깨어나 23일 간 살육을 벌이고 다시 잠드는 괴물을 소재로 한 호러 영화. 날아다니는 걸 제외하면 여타 호러 영화의 괴물들처럼 초월적인 괴력을 갖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상당한 지성과 판단력을 갖고 있으며 희생자의 신체 부위를 먹어치워 해당 부위의 능력을 얻는다는 설정이 특이하다(눈을 먹어 앞을 보고, 귀를 먹어 소리를 듣고, 심장을 먹어치워 '추가 생명'을 얻는 등). 1편은 괴물 주제에 꽤나 패션 센스도 좋고 나름의 예술 감각도 뛰어나다는 걸 강조한 것 외엔 별 거 없음. 초반부터 계속 근친 관련 농담이 나오길래 '혹시 주인공 남매가 근친 관계인가' 생각했고 후반에 누나가 괴물한테 '남동생을 놔줘, 남동생이 갖고 있는 건 내게도 있어'라고 호소하길래 70% 확신했는데 해당 떡밥은 결국 회수가 안 됐다.  

2)지퍼스 크리퍼스2
괴물의 손재주는 한층 더 발전한 듯. 압축 공기를 이용해 피톤을 발사하는 농기구로 괴물을 격추해 버리는 시퀀스는 웃기면서도 은근히 간지나는 연출이 인상적. 1편과 2편의 시간 차가 불과 며칠 수준이라는 설정이라 1편의 배우가 꿈의 형태로 재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회수 떡밥이 좀 있다...? 근친 암시하던 그 떡밥은 어떻게 된 거임?

3)옥수수 밭의 아이들 제네시스
스티븐 킹의 동명의 호러 단편을 영화화한 것. 지금까지 여러 번 영화화된 작품이라는데, 이 '제네시스'는 재미 더럽게 없다. 원작의 그 불길하고 음산한 분위기라거나 아이들의 순수와 광기가 뒤섞인 신앙심의 묘사 같은 걸 전혀 못 살렸다.

4)사일런트 힐
전에도 본 적 있지만 다시 재탕. 서사 전개가 게임스럽다는 걸 제외하면 꽤나 훌륭한 공포 영화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이면 세계로 진입하며 건물이나 거리의 '표피'가 갈갈이 찢겨져 날아가고 음산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연출이나 간지넘치는 삼각두 형님을 비롯한 다양한 크리처 디자인만 해도 호러 팬이라면 볼 가치가 있다.

5)아미티빌 호러
전에도 본 적 있지만 다시 재탕2. 사일런트 힐은 첫번째로 봤을 때는 별로, 두번째로 봤을 때는 올ㅋ였는데 이건 반대로 처음 봤을 때는 올ㅋ 두번째로 봤을 때는 푸헹ㅋ이다.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집 터에 무언가가 씌어 있다는 묘사나 그 무언가 때문에 미쳐 가는 인간상 같은 건 이미 <샤이닝>에서 너무 훌륭하게 보여줬다.

6)입 찢어진 여자
중반까지는 대단히 좋다. 입 찢어진 여자에 대한 민속학적 관점에 입각한 분석은 여러 개 읽어봤지만 입 찢어진 여자가 물리적 육신을 가진 '괴물'이 아니라 영적 실체에 기반한 '유령'에 가까운 존재로 아이를 학대하는 어머니의 몸에 빙의한다는 설정은 제법 신선한 재해석이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억지스런 전개가 이어지고(그 상황에서는 우선 경찰을 부르라고 병시나, 단 둘이서 터덜터덜 들어가지 말고!) 무리하게 속편으로 이어질 여지를 남기려다 깔끔하게 끝낼 수도 있던 이야기를 오히려 망가뜨렸다.  

7)공공의 적1~2
최근 본 영화들 중 거의 유일하게 호러물이 아니다(...) 1은 군대 있을 때 어깨 너머로 대충 봤다가 이번에 유료 결제해서 제대로 봤다. 2는 1과는 바뀐 설정이 좀 있어서 초반엔 별로 적응 안됐는데(강철중이 반쯤 양아치에 가까운 무식한 형사이던 1과 달리 2는 과격하고 충동적인 경향은 있지만 꽤나 엘리트 검사다!!!) 그렇게 나쁘지 않다. 설경구가 엘리트 검사 배역과 좀 따로 놀긴 하는데... '나름 청렴하던 사람도 명예를 한번 잃고 나면 돈이라도 챙기고 싶어진다'는 주제는 제법 잘 살린 듯. 이런 일은 현실에서도 흔하고. 현실에서 그런 일이 흔한 이유는 명예라는 게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사람들의 존경을 이끌어 내는 '무형 자산'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가 이른바 '남자의 로망'을 이루는 삼위일체로 취급되는 이유도 그거고.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명예는, 보다 더 직관적이고 자기충족적인 것이다. 명예를 자기현시욕과 착각하니까 한 때 민주화의 첨병으로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며 싸운 이들이 이제는 새누리당 같은 데 가서 금뱃지 달고 친이계다 친박계다 하며 진흙탕 싸움 벌이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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