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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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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종사촌 동생 녀석이 올해 중학생이 되었다. 난 이미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억년 전이고... 현 정부의 교육 정책도 다른 것들 못잖게 병맛 쩐다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당장 내 문제가 아니다보니 공기업 민영화와 대운하,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 가장 신경 쓰이고 교육 정책 관련은 까기 우선 순위가 낮다(....)

초딩 시절 걸핏하면 우리 집에 와서 게임하고 만화책 보던 놈이 새벽같이 등교해 밤 늦게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좀 가슴이 짠했다, 쯧.

중학교 무렵의 애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본다. 그 애가 자라서 뉴라이트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책들을 읽고, 끝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그거라면... 비록 그 방향성에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난 결코 '니 사고방식은 글러 먹었어'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그리고 언제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게, 다른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나 같은 어른들의 의무다. 그 결론이 '어차피 한 세상 잘 먹고 잘 살다 가세'로 귀결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의 이 세계가 단지 그것만을 지고한 가치로 요구한다고 해도... 그러한 결론이 스스로의 것, 자기 결정의 일환이라면... 아무리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그 녀석과 다투고 사이가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난 '니 사고방식을 뜯어 고쳐라'라는 식의 오만한 설교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 한번... 녀석을 불러 밥 한끼 사주며 한 잔 해야겠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하는 법이다(....) 녀석도 이제 슬슬 머리가 굵어져 가는 참이니, 좀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2)
어머니와 또 다퉜다, 후우. 1)에서 동생놈에게 신경 좀 써줘야겠다고 썼으면서도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나부터 잘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끙.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별로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이후로 나와 어머니 사이엔 결코 낮지 않은 벽이 가로 놓였고, 어머니도 나도 서로를 가족으로써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서로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적은 언제가 마지막인지 아득하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긴장했고, 감정이 앞섰다.

아아, 난 진정으로 어머니를 이해해 보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3)
쿵푸 팬더 보고 옴. 원래는 아임 낫 데어를 보고 싶었지만 내려버린 뒤였다-_- 꼭 영화관에서 봐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씁. 그래도 잭 블랙 횽아가 멋졌으니 괜찮아.

4)
6월도 거의 끝나간다. 며칠만 더 이력서 넣어둔 것들 결과를 기다려 보고 급한 대로 편의점 알바라도 뛰어야겠다 히밤. 20대 중반을 넘어서니... 어머니에게 용돈 달라고 손 벌리는 게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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