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네모난 세상에 갇혀 사는 사람이 둥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게 꼭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뜨끔할 만큼 날카롭고 생생한 언어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포착해 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낚시꾼 같은 말투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변절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려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기후 변화 추이를 지켜봐야 했고, 또 누군가는 밤새 지진계를 들여다 봐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누군가가 하필 K일 필요는 없었다...


  -배명훈, 『타워』 中


  .....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단지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기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오로지 ‘과거’만을 본다. 늘 그랬다. 나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일은 무엇을 할지, 내일은 누구를 만날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밤이나 술을 마시고 돌아온 날은 난 거의 항상 지나간 일들, 옛 추억들, 내가 견뎌 온 모든 일들만을 끝없이 반복해서 떠올리곤 했다.


  아직 객관적으로는 젊은 나이인데도 늘 지난 일만을 생각한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미래는 볼 수 없더라도 최소한... ‘현재’와는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과거만을 보는 인간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를 알아가고, 공부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를 써내려가다 보면 적어도 현재와는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를 같이 볼 수 있다면, ‘미래’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난 글을 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