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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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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 용 포스팅(...)

몇 년 전, 갓 군대를 제대했을 무렵에 쓴 단편의 일부. 여기서 묘사된 소녀의 이미지가 너무 반짝거리고 생동감 있다, 실존 인물이 모델 아니냐, 작가의 로망도 좀 투사된 거 같다... ....라고 진x님에게 무지 놀림 받았다-_-;;; 그,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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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하아, 하...”

 핸드백을 머리에 얹고 뛰어왔는데도 불구하고 흠뻑 젖어버렸다. 맞은 편의 카운터 뒤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문 채 신문을 읽던 남자가 화들짝 놀라 일어서는 게 언뜻 보인다. 어차피 이럴 거 괜히 뛰어왔잖아... 숨을 고르며 머리의 물기를 짜내던 내 앞에 흰 타올이 내밀어졌다.

 “이걸로 닦으세요, 손님.”

 “.....”

 고개를 돌려보니 깔끔한 회색 정장 치마와 가디건 차림에 흰 블라우스를 받쳐 입은 소녀가 미소지으며 서 있었다. 타올을 받아 머리를 닦으며 난 소녀를 다시 살펴보았다. 나이는 이제 10대 후반 쯤? 아직 학생 같은데... 아르바이트? 여름방학은 아직 안 했을 텐데... 것보다 학생이 이런 곳에서 일해도 되나? 순간 의문이 떠오른 난 찬찬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기흐르는 갈색 머리를 위로 둥글게 망으로 틀어올린, 귀여운 인상의 소녀다. 생기있게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코 주변에 희미하게 남은 주근깨 자국이 은근히 말괄량이처럼 보인다. 그녀는 카운터 쪽을 향해 곱게 이마를 찌푸리더니 허리에 손을 얹고서 남자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사장님도 참, 가게 안에서 담배 피우시지 말라니까요! 냄새 배면 손님들이 싫어하신다고요.”

 내용만 보면 분명 힐난조인데 워낙 태도가 꾸밈없어서인지 마치 가볍게 투정부리는 것처럼 들린다. 아까 엉겁결에 흘린 꽁초를 슬그머니 다시 집어들던 그는 멋쩍게 미소지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탈색시킨 듯한 회색 머리를 길게 길러 포니 테일로 묶은,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다.

 “...흠흠, 그러니 네가 맑은 날이면 환기도 자주하고 청소도 깨끗이 해주고... 네가 워낙 깔끔하잖아? 그러니 괜찮지 않을까?”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시지 마세요, 저번에는 화장실에 걸레빨러 들어갔더니 무슨 담배냄새가 그렇게 나는지... 오늘처럼 비오는 날은 특히 더 하다고요. 정 피고 싶으시다면 좀 나가서 피우시면 안되요?”

 뒷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에서 돌아 나와 가볍게 목례를 해 보이고는 날 지나쳐 문 밖으로 나갔다. 소녀는 그 뒷모습을 보며 팔짱을 끼고 한숨을 폭 내쉬더니 내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였다.

 “죄송합니다 손님, 도대체 남자들은 저게 뭐가 좋다고 피워대는지... 그래도 저희 사장님이 칵테일은 잘 만드세요. ...말 나온 김에 한 잔 하시고 가시겠어요?”

 “.....” 

 대충 고맙다고 중얼거리며 그녀에게 타올을 돌려주고서야 난 비로소 내부를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은은한 조명을 헤치고서 낮게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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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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