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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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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인 내가 우파의 긍정적 가치를 설명해줘야 되나=_=


계급적인 자각은 좌파와 진보, 우파와 보수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우파를 자칭하는 수구 세력이 지금 한국의 기득권을 잡고 있긴 하지만, '우파는 무조건 죽일 놈'인 건 아니다.

그들의 기득권은 일제시대 때부터 시작해 미군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50년 이상을 이어져 왔으며, 그것이 애국 애족이라고 선전해왔다. 북한 체제도 역시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며, 김정일은 무자비한 독재자일 뿐이다. 그러나 6.25 이후 반공이 대한민국의 국시가 되면서 사회주의-좀 더 범위를 넓혀서 진보적, 좌익적 성향까지-는 '악'으로 규정되어 왔고, 권력자들이 이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이용하며 한국 수구들의 권력은 꾸준히 공고해져 왔다.

7, 80년대 군부독재에 대항했던 많은 투사들이 지금은 한나라당에서 금뱃지를 달고 있다(특히 홍준표. 나는 한 때 모래시계 검사라고 불렸던 그에게서 '시대의 아이러니'를 본다, 시밤. 이제 20대 중반에 불과한 청년 입에서 시대의 아이러니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게 제대로 된 나라냐?). '현실'을 너무 잘 알아버린 나머지 좌절한 결과일 수도 있고, 애초부터 운동 경력을 밑천삼아 한탕 해보려는 기회주의자였을 수도 있지만-X박이라거나쥐X이라거나- 나는 그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식과 철학의 부재'를 꼽고 싶다.

A라는 체제가 잘못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에 반대하는 B 체제에 속해 A체제를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든 뒤 돌아보니, B체제도 자신이 젊었을 때 생각했던 것 같이 고결한 이상의 집결체는 아니었다. 그는 허무와 환멸에 사로잡히고, 결국 '세상 다 그렇지 뭐'하며 기왕 그런 김에 돈과 권력이 보장되는 A체제로 전향한다.

아주 전형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가 A체제와 B체제의 본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자신만의 환상이나 기대에 사로잡히는 대신, 현실을 명확히 보고 '선택'을 했다면 어떠했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지식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도 없다. 2~30년 전과는 달리 지식이 대중화되고,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대에 있어서 그것은 더욱 큰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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