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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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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기대'는 상대가 어떠한 사람일 것이다라는 '예상'까지를 포함하는 용어다.

난 사람보는 눈이 그렇게 정확하다거나 하지는 않은 편이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의 일반적인 '눈치'라고 할 만한 것도 평균보다 둔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기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영원한 개인이며 만인에게 적대적인 세상을 홀로 살아간다... 고 본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인간은 서로 섞여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이후 여러 일들을 겪었다. 거리 조절에 실패하는 바람에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들도 있었고, 예전에는 약간 서먹하던 상대와 가까워 지기도 했고, 다시는 안 볼 생각까지 했다가 오해를 풀고 다시 가까워진 사람도 있고, 그런가 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비즈니스적인 호의와 신뢰 정도만 주고 받는 걸로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사람도 만나봤다.

아직 여전히 서툴고 미숙할망정, 성취도 실패도 겪어보면서 새삼 깨달은 사실은...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 하고,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에도 그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 기껏해야 낯선 상대를 만날 때는 가능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정도였다.

지금의 난, 나 역시도 여느 누구와 다를 바 없이... 상대를 잘 이해하지도 못한 채 멋대로 기대를 걸고, 멋대로 실망하곤 했다는 걸 인정한다. 그 많은 일들을 겪은 지금에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알 듯하다. 나도 사람을 대함에 있어 기본적인 호감(또는 비호감)을 갖고, 몇몇 단편적인 인상에 따라 '상대가 어떠한 사람일 것'이라는 걸 예단한 뒤 그에 따라 행동해 왔다는 걸.

단지 그에 있어 좀 더 신중했다는 것 외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걸.

난 이제 그것을 인정한다. 다만 언제라도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 상대가 기존의 기대에 크게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언제든지 내 판단을 수정할 수 있을 것. 그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열어 놓고자 한다.

좋은 쪽으로는 물론, 나쁜 쪽으로도.

'인간'은 나를 절망하게 만들지 못한다.

그게 내가 이룬 '강함'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