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너무 날 것이다. 이야기가 아니라, 제시되는 사상들이 너무 낡았다. 이광수의 <무정> 같은 계몽주의 소설스러운 느낌.

*이반 파트와 존 파트 간의 무게중심이 맞지 않는다. 구성이 잡히지 않고 되는 대로 썼다는 느낌. 상징 또한 너무 애매하다. 서사 전체를 관통하는 확고한 이야기가 부재하고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감이 있다. 새로운 거라곤 관념우주라는 설정 뿐인데 그게 형상화가 부족하다.

*미메틱 포머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소재가 흥미로움. 상대의 정신에 침투해 가치관을 바꿔놓는다는 설정 자체는 흔한데, 이런 식으로 쓰인 건 본 적이 없다.

*낯선 개념들이 많다 보니 진입장벽이 좀 높다. 사상적인 문제도 그렇고.

*이반이 코트를 벗어줬는데 그 애가 이미 죽어 있더라... 같은 장면 같은 건 좋았다

*소재만 유지하고,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해 이야기를 새로 써야하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관념우주가 어떤 공간인지 설명하는 내용 뿐이다. 이야기 내의 설정으로 녹아 있어야 한다

*소소한 고증 오류. 우주공간이 검어 보이는 이유가 잘못 설명되어 있다

*이반의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다. 완전히 그 이념을 숭상한다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동질감을 가진 인물 같음

*관념 위주의 소설이라고 해서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

제시되는 사상이 낡았다는 지적은 좀 포인트를 못 잡았다고 여겼는데... 이 글을 쓰면서 염두에 둔 건 새로운 정치 사상을 구상해 제시하는 게 아니라 '미메틱 포머라는 장치를 통해 사상의 개변이 일어나고 새로운 이념이 성립하는 것이며, 그러한 이념들은 어디까지나 미메틱 포머를 조작하는 인간(특히 지배층)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가공된 것일 뿐 무슨 신의 섭리나 절대적 진리 같은 게 아니다'라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쓰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도 존이 숲을 쇼핑몰로 바꾸는 장면이었고. 그걸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반론은 안 했는데 기분은 좀 그렇긴 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