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주민 부족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노래나 가훈, 잠언들을 모은 책. 몇 년 전부터 구상 중이던 경장편이 남북전쟁 시기 미국 배경이라... 참고용으로 몇 개 골라 봄.
신성한 땅에서
새벽으로 만든 집에서
저녁 황혼으로 만든 집에서
먹구름으로 만든 집에서
남자 비로 만든 집에서
검은 안개로 만든 집에서
여자 비로 만든 집에서
꽃가루로 만든 집에서
메뚜기들로 만든 집에서
검은 안개가 문간에 드리워진 곳
무지개를 타고 가면 있는 곳
구불구불한 번개가 꼭대기에 높이 서 있는 곳
오, 남자 신이여!
먹구름으로 만든 모카신을 신고 우리에게 오소서
먹구름으로 만든 각반을 차고 우리에게 오소서
먹구름으로 만든 윗도리를 입고 우리에게 오소서
먹구름으로 만든 머리 장식을 하고 우리에게 오소서
먹구름 속에 마음을 감싼 채 우리에게 오소서
검은 번개를 드리운 채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구름을 발밑에 두고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먹구름으로 만든 아득한 어둠을 머리 위에 드리우고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남자 비로 만든 아득한 어둠을
머리 위에 드리우고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여자 비로 만든 아득한 어둠을
머리 위에 드리우고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구불구불한 번개를 머리 위에 뻗은 채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무지개를 머리 위에 높이 매달고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날개 끝에 먹구름으로 만든 아득한 어둠을 달고
우리에게 날아오소서
대지 위에 어둠을 드리운 채 우리에게 오소서
제가 제물을 바치나이다
당신을 위해
제 두 발이 회복되고
제 두 다리가 회복되고
제 몸이 회복되고
제 마음이 회복되고
제 목소리가 회복됩니다
오늘, 당신의 주술을 제게서 가져가소서
오늘, 당신의 주술을 제게서 거두어가소서
당신이 멀리 가져가셨습니다
저 멀리 가버렸습니다
당신께서 가져가셨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저는 회복됩니다
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제 팔다리가 힘을 되찾고
제 머리가 차가워집니다
제가 다시 들으며
제가 걷습니다
고통을 모르고 제가 걷습니다
가뿐해진 마음으로 제가 걷습니다
생기에 넘쳐 제가 걷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나이든 남자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나이든 여자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젊은 남자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젊은 여자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소년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소녀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아이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추장들이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며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집으로 향하면서 당신을 바라볼 것입니다
꽃가루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하기를
기쁜 마음으로 그들 모두 돌아가기를
아름다움 속에서 제가 걷습니다
아름다움을 앞에 두고, 제가 걷습니다
아름다움을 뒤에 두고, 제가 걷습니다
아름다움을 아래에 두고, 제가 걷습니다
아름다움을 위에 두고, 제가 걷습니다
아름다움 속에서 끝을 맺었습니다
아름다움 속에서 끝을 맺었습니다
-나바호 족의 노래 ‘새벽으로 만든 집’
*이 노래는 많은 사람이 모여 모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아픈 사람의 회복을 빌어주는 치유의식에 사용되었다. 나바호 족에게 건강은 자연스러움이며 질병은 불균형이었다. 이 의식의 목적은 아픈 사람의 균형을 회복시켜 주는 데 있었다.
자연은 너를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왜 너는 자연을 바꾸려 드는가?
동물들은 아무도 너를 지배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너는 동물을 지배하려 드는가?
-모호크 족의 ‘충고’
동물의 눈을 보라.
그가 너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네 마음에 빗장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가 너를 화난 눈으로 바라본다면
네가 누군가를 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너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면
네가 오늘 허상을 쫓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너를 위로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이제 거짓말을 멈춰야 할 때이다
그가 너를 웃는 눈으로 바라본다면
이제 너도 한 사람의 인디언이 된 것이다
-주니 족의 ‘성년식 축사’
아이가 태어나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냄새 없는 것을 냄새 맡는 법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법,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법이다
-라코타 족의 ‘서 있는 곰’의 ‘가르침’
우리 부족 사람들은 현명했다
그들은 나이 어린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았고,
부족의 큰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였다
우리의 스승들은 적극적이고 철저했다
그분들은 다름 아닌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삼촌들이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아이가 있으면
모두 재빨리 그 아이의 장점을 칭찬하고
아이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든 배움에서 계속 뒤처진 아이가 있다 해도
그저 더 많이 가르치고 더 많이 보살펴 줄 뿐이었다
그 아이가 최대한 잘해낼 수 있을 때까지
-크로우 족의 ‘교육’
우리는 서반구의 원주민이며
이곳에서 수천 년을 살아 온 사람들이다
우리가 이곳에 언제 어느 때 생겨났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전해지는 이야기게 따르면 우리의 역사는 태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세상이 창조된 태초에 우리도 생겨났다
우리에겐 선생님도, 지도자도, 학교도 없었다
우리는 고개를 돌려 만물을 바라봐야 했다
자연을 배우고, 자연을 모방했다
태초에 우리를 이끌어준 것은 자연이었다
우리의 종교는 그 때 만들어졌다
우리의 삶의 방식도 그런 배움으로 형성되었다
우리는 자연을 배워 정부를 세웠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 정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정부 밑에서 살았다
우리가 지켜온 법은 최근까지도 변한 게 없다
1492년, 그 조상들의 법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수천 년간 정부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법은 우리 모두가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법을 지키며 살았다
역사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서반구의 역사를 알아내기 위해
우리 땅을 온통 파헤쳐 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감옥도, 정신병원도 찾아내지 못했다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언어를 가진 여러 부족의 사람들이
그런 시설 하나 없이 살아올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제 우리는 정부와 법의 간섭을 받게 되었다
1492년 이전에 우리에겐 인간의 삶이 있었다
그 삶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었다
우리에겐 서반구의 모든 원주민이 알고 있던 종교가 있었다
백인들은 그 종교가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우리는 백인들이 인정하는 종교를
억지로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 부족의 많은 이들이 기독교도가 되어
조상들이 믿던 옛날의 종교를 버렸다
우리는 여전히 자연을 보고,
자연이 아이들을 키워내는 모습을 목격한다
우리는 오리와 거위가 수천 년 된 자연의 정부 밑에서
아무 탈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본다
동물들은 지금도
태초에 그들에게 주어진 자연의 정부를 따르며 살고 있다
태초에 모든 생물에게는 삶의 지침이 주어졌다
만물은 여전히 그 지침을 따르고 있다
나무와 계절들은 실수를 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늘 어김없이 제철에 과실을 맺는다
동물들도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창조된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
만물 중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우리는 만물을 본다
생명, 그 시작도 끝도 없는 거대한 원을
-머스코지 족 추장의 ‘회고’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밤에 보이는
반딧불이의 반짝임
겨울에 내뿜는
들소의 숨결
풀밭 위를 가로질러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작은 그림자
-블랙핏 족의 ‘인디언의 초상’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정하라
그리고 그 동물에게 배워라
그들의 순박한 삶을 닮는 것이다
그들의 울음소리, 그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들여다보라
세상의 어떤 동물도
너보다는 지혜롭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테톤 수 족의 ‘꾸중’
저 위로
너와 나는 가리라
은하수를 따라
너와 나는 가리라
꽃길을 따라
너와 나는 가리라
길에 핀 꽃을 꺾으며
너와 나는 가게 되리라
-윈투 족의 ‘하늘 노래’
우리는 노래하는 별들
빛으로 노래하네
우리는 불새들
하늘 위를 날아가네
우리의 빛은 목소리
영혼이 지나갈
길을 만든다네
-파사마쿼디 족의 ‘별의 노래’
우리 테와 족의 어느 현명한 어르신은 살아계실 때 내게 “핀 페 오비”, 즉 “산 꼭대기를 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나는 25년 전, 일곱살 때 이 말을 처음 들었다. 그때 난 하늘을 운행하는 태양 아버지께 힘을 드리기 위한 목적으로 푸에블로에서 열리는 릴레이 경주에 처음 참가하려고 연습 중이었다. 나는 태양이 지나가는 길처럼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경주로의 한쪽 끝에 서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던 그 어르신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다릴 때는 산꼭대기를 보렴.” 그리고 그 분은 멀리 서쪽에 어렴풋이 보이는 치코모 산을 가리켰다. 그 산은 테와 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산이었다.
“저 산꼭대기에 마음을 고정하면 아무리 먼 거리도 네 발밑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럼 덤불도, 나무도, 심지어 강물도 뛰어넘을 수 있지.”
나는 마지막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당시 나는 너무 어렸다. 며칠 뒤, 나는 그 분에게 정말 나무도 뛰어넘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네가 살며 어떤 어려움을 만나든, 언제나 산꼭대기를 보는 것을 잊지 마라. 더 큰 것을 바라보는 거란다. 기억하거라. 어떤 문제도, 어떤 어려움도, 그것이 아무리 어마어마해 보이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고 오로지 산꼭대기에만 집중하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가르침이란다.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산꼭대기에서 만나자꾸나.”
이유를 궁금해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 분은 다음 달, 옥수숫대가 대지 위에 단단히 서 있을 무렵 주무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다. 여든일곱 번의 여름을 보낸 후였다.
-테와 족의 청년 ‘알폰소 오르티츠’의 ‘회상’
지금 바라보는 이 대지는 평범한 땅이 아니다.
이 흙은 조상들의 피와 살과 뼈로 만들어졌다.
흙을 파고 들어가면 자연 그대로의 땅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크로우 족은 그것을 밟으며 살고 있다.
대지는 그 자체로 나의 피며 나의 시체다.
그래서 대지는 더 신성하다.
어느 한 조각의 땅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크로우 족 추장의 ‘대지의 의미’
대지는 인간에게 치유를 요구한다
역사의 끝에서 이뤄지는
초자연적인 변화 요구가 아니라
분별을 되찾으라는 요구다
지구는 생물들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신은 설교와 성서 안에 갇혀 있지 않다
그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힘이며
대지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 어울려 살라고 말한다
대지는 리듬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각각의 특성을 지닌 대륙들의 계곡들과 험한 산들과 잔잔한 호수 하나하나가
모두 끊임없는 착취로부터 구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라코타 족의 현대 후손 ‘바인 델로리아 주니어’의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