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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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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고, 또한 자신을 창조한 인간을 증오하게 될 거라는 공포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이후로 유서 깊은 것이다.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창조해 낸 카를 차펙의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도 애초에 로봇이 인간 주인에게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는(하지만 그 결과 인간과 똑같아지는) 이야기였고. 


하지만 난 인간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초등학생 때였던가 중학생 때였던가, 카스파로프가 체스로 딥 블루한테 졌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 나왔었는데... 당시에도 '바둑의 경우는 어떨까?'라는 의문은 제기됐고, 바둑이 체스보다 훨씬 경우의 수가 많으니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려면 한참 시간이 더 걸릴 거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예상보다 그게 좀 더 빨랐을 뿐이다. 뭘 새삼스레ㅋ


<터미네이터>는, 그리고 그 이후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SF작품들은 무분별한 과학 기술의 발달을 경계했다. 하지만 여기서 방점을 둬야 할 포인트는, '과학 기술' 자체를 경계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을 만능이라 여기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술이 발달함과 더불어 AI는 전략정보 어드바이저로서의 역할을 비롯해서 전쟁의 도구로 가장 먼저 쓰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 지점에서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은, 그것은 AI가 '인간을 증오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그저 프로그래밍된 명령에 따라 '적성 병력'으로 규정된 인간 집단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답을 낼 뿐이다. 이 단계에서 더 나아가면 AI가 조종하는 드론과 워봇 군대가 굴 속에 숨은 게릴라를 소탕하는 풍경도 현실화될 테고,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이들이 적성 병력이 될 것인가' '그들을 미리 저지하려면 어떤 수단이 필요한가'에 대한 판단도 AI에게 맡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가치판단도 하지 않는- 방대한 데이터에 입각하여 최선의 결과만을 추구하는 논리적인 프로세스일 뿐, 인간이 인간을 증오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인간의 최대의 적은, 어디까지나 '그저 행할 수 있기에 행하고, 손에 넣을 수 있기에 손에 넣고, 배제할 수 있기에 배제하는' 인간일 것이다.

  

세 줄 요약: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고 인격도 자의식도 없는 엄한 AI한테 열폭해서 ㅂㄷㅂㄷ하지 말고, 그런 상황이 되도 사회 안전망 확보하고 사람이 최소한 사람처럼 살 수 있게 할만한 제대로 된 정치가한테 투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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