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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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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3.02
    의무교육제도에 대한 잡상

최초로 '국가가 세금을 써서 기초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국민은 그를 이수해야 할 것'을 강제로 규정한 것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국왕이었다. 이후 200여 년에 걸쳐 그 대상과 지역이 확대되어 왔고, 이를 통해 '중세의 백성'은 '근대의 시민'이 되었다. 평범한 시골 농부조차도 읽고 쓰기와 사칙연산 정도는 할 줄 알게 된 것은, 미시적으로 봤을 때 나름 발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과정을 거쳐 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증오와 악의를 주고 받으며 죽고 죽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조국을 위해 살인하는 것을 정당화하면서, 그로 인해 안전하게 구체적인 이득을 보는 집단이 그 알량한 조국ㅋ 내에서도 따로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이것은 그저 '변화'일 뿐 딱히 '발전'이나 '진보'라고는 할 수 없고 결국 거시적으로는 인간사 자체가 원래 그렇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싶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가 좌파로서 노동이나 환경, 젠더 의제 같은데 신경쓰는 건 불합리한 것도 괜찮다는 고집 때문이겠지. 일부러 좀 거창하게 멋부려서 쓰자면, 이것은 내가 영겁회귀로 귀결되는 세상과 삶의 허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고독과 고통을 견디다 못해 죽으려고 했었고, 그것조차 실패해서 부서진 상태로나마 그런 걸 그럭저럭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빨리 죽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 빗방울이나 바람, 모래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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