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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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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설 수업 듣는 게 있는데, 오늘 진도 부분이 일제 시대 이후 한국의 양대 빨치산 문학인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이병주의 <지리산>이었다. 수업 중 교수님 왈, "당시 빨치산들이 크게 세 갈래였어요. 북조선 노동당 산하, 남조선 노동당 산하, 그리고 좌익 계열 항일 무장 유격대..."

그때, 같이 수업 듣는 나이가 60이 넘은 만학도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다. "그거 다 무장공비들입니다."

교수님은 난처한 기색으로 빨치산이 무장공비의 상위 개념이라는 걸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 분은 "내가 베트남에도 갔다 왔어요, 걔들이 전부 다.... 블라블라....."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점잖은 분이고 해서, 빨갱이 소리는 안 나왔다 우와(....)

아마도 그 분이 젊은 시절 온 몸으로 겪어왔던 경험들은, 내가 후대에 지식의 차원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절실한 것일 것이다. 경험은 인간을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그 안에 가둬버린다.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서, 수많은 갈등과 대립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현자다. 그리고 이 세상에 현자가 그렇게 넘쳐날 리가 만무하다. 

어리거나 젊은 시절이었을수록, 그리고 그 경험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것일수록 그것은 그의 내면에 새겨져 영혼의 형상을 이룬다. 아마도 그 어르신의 영혼의 형상 역시 내가 '지식'을 통해서 옳다 틀렸다 하기에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굳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결코 현자 따위는 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좌파로서의 정체(政體)를 택한 것은 중 고등학교 시절 이후였고, 보다 근본적으로 '결코 부당한 권위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들 때문이다.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영혼의 형상이다.


"1인의 좌빨이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길이 적당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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