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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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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보고서 이것도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정유미가 나와서(...) 생각만 해두고 있다가 마침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났겠다 조조로 보고 왔다.

'아카데믹'한 측면에서 보자면, 영화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내가 보기에도 썩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선한 사람은 선하고, 악한 사람은 악하다. 진정으로 선하거나 악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만 평범하다가 '악해질 수 있는 순간'에 설 경우가 많을 뿐이라는 내 관점에 비춰보자면 이 영화의 인물 묘사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구성도 단선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은 감독도 자각하고 있었을테고, 대신 감독은 그러한 문제점마저도 떠안고 강하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밀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 모델이 된 광주 인화학교를 폐쇄하고 '도가니 법'을 제정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현재 상황에 비추어 보자면 그 시도는 절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애초부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체제를 정비하기 보다는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분노할 뿐이며 이러한 일들은 바로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원작과는 차이가 많은 결말 부분도 억지스럽고. 그래도 뭐, 이것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긴 하니까.

<김복남...>을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이런 작품을 접하면 스스로가 남자라는 것, 그리고 당장 나 역시도 성욕을 느낄 때가 많다는 것 자체가 한없이 불편하게 느껴지곤 한다. 관건은 그걸 어떻게 통제하느냐인만큼, 불합리한 사고긴 한데, 씁. 


PS=영화의 말미에 나온 대사,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의해 변하지 않기 위해서에요."라는 대사는 영화에서와는 다른 의미로 내게 무겁게 다가왔다. 나의 이상, 나의 명예,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나의 자기만족만을 위해서일 뿐이다. 나 역시도, 결국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행하는 그 모든 것들'에는 결국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왔다. 괜찮다,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약간은 허무하다.

PS2=졸업작품 용으로 제출하려고, 전에 쓴 단편 <안개 끼는 언덕>을 수정 중이다. 그 작품도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대한 오마쥬로 시작된 거였고... 이 영화에서도 실제 사건의 배경인 광주 대신 무진이라는 안개 자욱한 가상 도시를 차용해 왔다. 기묘한 인연이다.   

PS3=정유미는.... ...여전히 귀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S4=네이뷁에서 누가 실로 병맛이 넘쳐나는 논리로 이 영화를 깐 거 보고 한 순간 열받았다가 순식간에 식었다. 볍진한테 일일이 빡칠 수야 없지, 그저 재미삼아서 호성드립치며 전라디언 운운하는 쓰레기들이 널린 게 인터넷인데. 아아, 그런 놈들도 일상에 있어서는 극히 평범하고 멀쩡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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