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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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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업 중 관련이 있는 내용이 있어서,...오늘 수업 시간엔 그걸 봤다.

관점에 따라서는 <델마와 루이스>의 계보를 잇는(그리고 그것을 훨씬 어둡고 비관적으로 해석한) 일종의 여성주의 영화로도 볼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권력과 계급'의 문제라고 본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섬마을이라는 낭만적인 배경 너머에 감춰진, 전통과 질서로써 강요되는 압도적인 폭력과 부조리. 폐쇄된 작은 공동체는 정체되고, 거기에 끔찍한 야만이 깃든다.

'오, 그렇지! 이렇게 훈훈하게 진행될 리가 없지! 그럼 그렇지, 바로 저거거든! 흠, 대놓고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난 저게 무슨 의미인지 알 거 같은데. 호오, 아까 대충 지나간 그게 그런 의미였나? 이렇게 연결되는군. 음, 저건? 설마 그런 건가?' ...등등의 생각을 하며 2시간 내내 몰입해서 봤다. 보고 나니.... 미치도록 담배가 땡겼다.

요즘 세상에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 비현실적이다... 라는 이야기도 간간이 들리던데, 그거야말로 비현실적인 관점이다. 바로 얼마 전에도 시골에서 지체장애가 있는 여중생을 마을 남자들이 윤간해 임신시킨 사건이 터졌다. 픽션이라는 점과 그 주제의식으로 인해 별 다른 복잡한 기교도 없이 너무 노골적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추악한 인간'을 병치시켜 보여주긴 하지만, 그와 비슷한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게 현실적인 거다.


본 뒤 리뷰들을 좀 찾아보니 '페미년들이나 좋아할 영화' '하여간 더러운 전라디언 새끼들ㅋㅋㅋ' '님들아 이 영화 노출씬 많나여? 허억허억' 운운하는 소리가 어김없이 있더라. 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별로 사악하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님께 잘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직장 생활 열심히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 영화의 배경인 무도에서, 김복남을 둘러 싼 마을 노인들이 자신들끼리는-그리고 외부에서 잠시 찾아온 경찰에게는- 더없이 훈훈하고 인정많은 사람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악하다는 것은 극히 평범한 것이다. 난 그걸 뼈저리게 안다. 2시간 내내 분노나 슬픔, 혐오감보다는 비웃음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서 난 그 영화를 봤다.


편하게 볼 영화는 아니지만 훌륭한 영화고, DVD나 합법 다운로드 등의 방식으로 구매해서 종종 꺼내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는 도저히 다시 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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