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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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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생각한다. 나 역시도 '광신도'일지도 모른다고.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단군상 목을 베고 장승을 찍어내는 이들과 동류일지도 모른다고.

다만 나의 광신은, 다른 종교를 공격하거나 비신자들을 상대로 전도를 하는 등 '외부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인 교세 확장을 거부하고 공존을 중시하거나 기독교 내부의 부패와 타락을 공격하는 등 '내부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전에도 썼다시피, 나의 신앙은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성격의 것이며 성경의 글귀와 신학적 사유보다는 개인적인 양심과 세계관에 입각해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도 옛날 기독교가 신의 이름으로 행한 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관련 지식을 모으고, '전국의 사찰이 무너지게 해주소서' 운운하는 먹사들을 죽어라 깐다. 내가 그들을 경멸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적으로 해악을 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의 영광을 더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나는 답할 수 없는 의문에 이른다. '나 역시도 신의 뜻을 재단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들을 공격함에 있어서 종교의 언어를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 한발 더 나아가, '나 역시 자신의 신앙의 형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단지 개인적인 경험들에 근거하여 믿을 뿐인데, 이 역시 본질적으로는 그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광신이 아닌가?'
 
나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어쨌든 나의 신앙은 적어도 내 안에서 진실하며, 먹사들을 비롯한 타락한 성직자들이나 극단적 근본주의자들의 행태는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서 사회악이 맞고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나 자신을 움직이는 근원, 나 자신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내 안의 본질이 일종의 '맹목'이 아닐까 하는 의문은 떨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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