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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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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다퉜다.

나의 어머니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나를 성당으로 이끈 것도 어머니였고.

객관적으로 봐서 어머니는 신앙을 핑계로 가족들을 고생시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스스로의 신앙심과 가족 안에서 지켜야 할 책무 간에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자'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들 때문에 오랫동안 신앙을 버렸다가 비교적 최근에야 다시 신을 찾은 나와는 여러 면에서 마찰이 많은 편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은 대운하 반대 걷기 캠페인을 떠났던 분들이 서울로 돌아오는 날이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있어 이번 주 토요일은 또한 성당에서 주최하는 성령 세미나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좀... 다퉜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그런 건 다음에도 갈 수 있으니 성령 세미나에 가라고 하시고, 나는 나대로 집회에 나갈 일이 없어져야 정상이다, 내게는 이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맞섰다.

결국 어머니는 감기로 고생하시면서도 오늘 밤 철야 기도를 하러 나가셨다. 난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어머니 말씀대로 하겠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난 외아들인데, 휴우.

난 내 결정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도로 어머니께는 좀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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