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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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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갔다가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만난 나와 조금이라도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으셔서 생각나는대로 아무 말씀이나 하시는 것 같았지만(아버지가 소설쓰기의 전략이나 시장 트렌드 같은 것에 대해 잘 아실 거 같지는 않다) 난 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티가 난 모양인지, 사촌놈 차를 타고 같이 돌아오던 중 사촌놈이 '너 고모부가 어렵냐'고 묻길래 그냥 오랜만에 봤더니 어색해서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나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셨다는 건 알고 있다. 다만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람이었고, 그게 내게 큰 상처를 입혔으며, 나이가 든 지금도 그 상처가 여전히 갈라진 상태일 뿐이다. 오래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화가 치밀 것 같았고, 그걸 참을 자신이 없었다. 

 

날씨 한 번 덥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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