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새끼가 지금 도대체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상황은 단순하다. 난 그 분에게 반해 있고, 나와 그 분은 객관적으로 생판 남남이고, 그 분은 남자 친구가 이미 있고, 아마도 행복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고, 그 분이 남자 친구가 없으셨더라도 난 내 문제 때문에 접근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그 분을 떠올리고, 그 분은 그 분이 사랑하는 다른 어떤 놈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고 기도하고, 내가 그 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라는 것에 대해 좀 허탈해하고... 그를 반복하고 있자니 '1년이 넘게 얼굴을 안 봤는데 왜 아직 감정이 안 없어지는 걸까' '내가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분의 이미지와 실제의 그 분은 아마도 분명 다를 텐데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해도 되는 건가' '이 감정이 정말 사랑이긴 한 건가' '난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도취감을 즐기고 싶은 것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이 감정이 다 사라지고 나면, 또 누군가에게 반해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건 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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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그 분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서 혼자 속에 묻어 버리고 가기로 한 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알면 그 분 입장에서는 불편하시겠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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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 분이 이 블로그 보시지 않을까, 내가 자신한테 반한 거 눈치채시고 이미 불편해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약간 불안해졌다. ....눈치챌 만한 증거는 모두 없앴다. 그 분과 난 생판 남남인데 이 블로그까지 굳이 찾아서 보실 것 같지도 않고. ....괘,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