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 속에서, 반한 분이 곧 결혼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겉으로는 그 소식을 전해준 상대에게 "축하할 일이지만 나와는 상관 없어" "그 사람하고 친한 것도 아닌데 뭐" "그래서 언제?" 같은 반응을 하면서 동시에 속에선 '그 분이 행복하다면 된 거야' '추하게 질투 같은 거 해선 안 돼' '그 분이 남자 친구 없으셨어도 나하고 잘 됐으리라는 법은 없어' '어차피 난 내 문제 때문에 사랑 같은 거 못해' '이제 내 감정을 거의 다 추스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등등 온갖 생각들이 끓어 오르는 걸 느끼다가 깼다.
현실에서 같은 소식을 듣더라도, 나는 꿈 속에서와 똑같이 반응할 거다. ...그 분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그게 매우 안타깝다. 뭐... 이것까지는 딱히 악몽이랄 것도 없는데, 다시 잠들었다가...
2)
엄청 뜬금 없이 내가 국정원 요원이 되서는 '빨갱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꿈을 꿨다. 난 국가의 인정을 받는 고급 공무원이며 내가 하는 일은 정당하다는 자의식과 정권의 사냥개에 불과하다는 자격지심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한 유명한 사회 운동가를 붙잡았다. 마침 난 혼자였고, 늘 나를 쫓아 다니면서 은근히 감시하던 파트너도 곁에 없었다. 난 그 사회 운동가에게 '적당히 치고 받은 뒤 놔줄 테니 내가 때리면 같이 맞 때려라'고 하고는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회 운동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나에게 맞고 있다가 죽어 버렸다. 그 시체를 붙잡고서 당황하던 중 잠에서 깼다.
.....어린 시절 생각나서 엄청나게 기분이 더러웠다. 게다가 그 사회 운동가가, 현실에서 내가 존경하는 한 작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더욱 기분이 더러워졌다.
난 다시는, 내가 한 때 그러했던 것처럼 비굴하게 살지 않을 거다.
+
그 분한테 반한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그 분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젠 그 기도마저도, 어느 정도는 관성이 되어간다는 걸 자각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얼굴 하나만 보고 반했던 건데 내 감정이 과연 얼마나 진실한 것일지 회의도 숱하게 했었고.
난 결국 내 감정이 이렇게 수렴할 것임을, 내 사랑이 오래지 않아 바래지고 끝나갈 것임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분을 떠올리면 아직 마음 한 구석이 쑤셔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