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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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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XX도 이제 결혼 해야지?" 하고 묻길래 때 되면 하겠다고 웃어 넘겼다. 사촌형은 행복해 보였다, 형수님도 싹싹하고 처신 잘 하는 게 괜찮은 분 같아 보였고.

 

나로선, 결코 갖지 못할 행복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텅 빈 식장을 둘러 보면서 내가 저 길을 걸을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천천히 되새겼다.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많은 적과 많은 친구를 갖는 것. 人間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고, 그게 옳은 거라고 지금도 여전히 생각한다. 다만 나는 지치고 좌절한 끝에 그렇게 되는 걸 거의 체념했을 뿐이다. 

 

종종... 생각한다. 만일 내가 연애를 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상대방이 양다리 걸치지 않을까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걸핏하면 우울한 속내를 토로하고, 내가 부담스럽거나 감당하기 어렵다면 헤어져도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서 상대를 지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진짜 짜증나네 그거... 그런 상황에서 애정이 지속될 리 만무하고, 지속된다 해도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나 의무감 같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난 나 자신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런 뒤틀리고 병적인 관계로 묶어 두고 싶지 않다. 난, 내 사랑이 그렇게 타락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혼자 살다가 혼자 죽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그 분은 평범하게 좋은 남자와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고, 시간과 더불어 쌓여간 그 人間됨 속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그 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영 없어 보인다는 게 좀... 많이 그렇다. 평범한 친구 사이기라도 했으면 종종 만나서 이야기 들어주고, 소소하게 이거 저거 챙겨주고, 그렇게라도 할 텐데. ...아니, 만일 그랬다면 그 때는 그 때 대로 내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거나 섣불리 불쑥 고백 같은 거 해 버리는 바람에 불편하게 해 드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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