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옛 기억이 떠오른다. 떨쳐 내려고 해도 머리 속 한 구석에 달라 붙어 떨어지지가 않는다.
그 때, 난 '친구'와 서로 사과하고 화해했다고 생각했었다. 비온 뒤에 땅 굳는다 운운하는 속담도 떠올렸었고. 비록 오해가 겹쳐 다투긴 했지만 이제는 끝난 일이라고. 여전히 상대방과 난 친구일 거라고. 그 때.... 난 마음 깊이 기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뒤, 그 희망과 기쁨은 모두 아무래도 상관 없는 하찮은 것이 되었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난 단 한 번도 기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안도감이나 즐거움은 느낀 적 있어도 그 기억은 내 안에서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毒이 되리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지금 나는, 그 무렵 느꼈던... 그 불안과 두려움, 절망감이 다시 밀려오는 걸 느낀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그 무렵, 아직 내가 人間이 되고 싶다는 갈망을 놓지 않고 있을 때, 희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번민할 때와 한 없이 닮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그 날을 반복하게 된다면 난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다.
차라리, 바람이나, 빗방울이나, 모래알 같은 걸로 태어났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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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해지자. 사람이 서로 주고 받는 감정의 농도는 같을 수 없다. 그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한 두 해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같이 RPG도 했었고, 걔한테 있어서도 내가 '친구'이긴 할 것이다. 다만 내가 느끼는 것보다 정도가 덜할 뿐인 거겠지. 아마도, 이대로 멀어질 것이다. 그래도 걘 여전히 내 친구니까.... 잘 지냈으면 한다. 앞으로도 종종 형언할 수 없는 고독과,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절망감이 밀려올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할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하리라는 걸 안다. 좀 섭섭하기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내가 보통 사람의 평균보다 좀 더 인복이 없을 뿐이다.
....나한테 있어서는, 그게 무엇보다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바람이나, 빗방울이나, 모래알 같은 걸로 태어났더라면. 애초에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 따위 가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