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인 여자애가 나왔다. ....정확히는, 그 애와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다시 만났었고, 졸업한 후로 연락이 끊겼었다.
그 꿈 속에서, 나와 그 애는 연인이었다. 부끄러워하는 그 애의 손에 입을 맞추고,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그 너머로 그 애를 인도하는 게... 그 꿈 속에서의 내 역할이었다.
....엄청나게 한심한 꿈이다. 그 애는 일단 미인이고, 고등학생 시절에도 나한테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써준다는 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당시에도 지금도, 그 때 그 애가 나한테 이성으로서의 연애감정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애는 성격 좋고 누구와도 잘 지내는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초등학교 무렵의 내가... 그토록 추하고 비굴했던 시절의 내가,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있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그 애가 나한테 친절하게 이거 저거 잘 챙겨주고 신경써줬던 건 순전히 동정심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락이 끊긴 지도 십 수년이 지났다. 그 애는 지금 쯤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애가 한 둘 정도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런 지금 새삼 그 애 꿈을 꾼 건.... 아마도,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저 내가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이 없고 그 비슷한 관계에서도 늘 뭔가가 부족하거나 뒤틀려 있었기 때문에... 무의석적으로는 욕구불만이 쌓여서일지도 모르고.
난, 내가 아직까지도 마음 속에서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결코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