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5회 젊은 작가상 우수상을 탔다. 축하할 일이다.
그 친구는 우리 모임이 처음 시작될 당시부터 이미 프로였고, 두드러지게 재주가 뛰어났다. 하지만 나한테 있어 그 친구가... 그 합평 모임의 다른 멤버들보다 약간 더 각별했던 이유는, 그 친구와는 내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이 사람은 믿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아직 내가 人間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기도 하고.
몇 년 전 그 친구는, 우리 모임에 나오던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그 사람과도 친하던 편이었기에 나는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약간의 서운함과 허전함을 떨치기 힘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상대가 얼마 없기도 했고... 나 역시도 그 친구가 때때로 비치곤 하던 고독과 슬픔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의식적으로는 부정하고 있었지만 그 친구에게 약간 연애 감정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지금도 그 친구에게도, 그 친구의 남편에게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 후로 시간이 지났고, 난 이제... 한 때는 더 없이 필사적이었던,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를 거의 포기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나날이 커 가는 아이과 더불어 행복할 것이다. 그 친구와 남편이 우리 모임에 나오지 않은 지는 이미 몇 년이나 지났다. 그 친구는 아마도... 작가로서도 합평이라는 절차를 굳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테고, 인간적으로도 그 자신이 원했던 것들을 충분히 누리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바쁘기도 할 테고.
지금 내가 느끼는 허전함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난 사람을,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서 심리학 관련 서적도 한 때 꽤나 읽어댔고, 특히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대학 실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다룬 한나 아렌트의 저서들을 많이 읽었다. 그러한 내 지식들과 어렸을 때의 개인적 경험들에 비춰 봤을 때 난.... 스스로가 정서적으로 꽤나 뒤틀려 있다는 걸 자각한다. 그런 내가, 다시 人間이기를 원한다면 상대에게 엄청난 인내심과 이해심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애초에 직업적으로 나 같은 사람들을 대하는 의사가 아닌 이상 상대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찮은 동정심 따위는 구걸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상대방에게도 민폐고, 무엇보다도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미 지금까지 숱하게 접해 온, 하찮은 동정심도 우월감도 아니라 '이해'다. 그리고 난 그러한 내 욕구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올바르지도 않다는 것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지금 반한 그 분이 남자 친구가 없으셨다고 해도 난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모든 일이 잘 풀려서 그 분과 연인이 되었다 해도, 결국 나는 나 자신의 그러한 에고와 너무나도 견고해져 버린 인간불신 때문에 그 분과 나 자신을 모두 상처입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친구도, 내가 사랑하는 그 분도... 행복할 것이다. 그거면... 된 거다. 비록 나는 人間이 되고 싶다는 욕구를 거의 다 포기했고, 이미 절반 정도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느끼고 있지만.
난 홀로 살다가 홀로 죽는 것만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신의도 절조도 갖지 못한다면 최소한, 내 명예만은 지키며 살다 죽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지만, 때로는 그것마저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문득... 그림자 이론이 생각난다. 평소에 이성적이고 자기 통제가 강한 사람일수록 억눌린 '그림자'가 강하며, 그러한 억제가 한번 통제를 벗어나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 블로그를 통해서나마... 그 친구나, 그 친구의 남편에겐 결코 하지 못할 이런 소리를 하는 건 다른 이유도 있지만 내 그림자를 어느 정도 풀어줌으로써 통제를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싶어서 운동도 등록했다. 아직까지는 괜찮고, 앞으로도 한 동안은 더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된다면, 난 다시 한 번 죽으려 들 게 될 거다. 그리고 그 때는 아마도, 저번보다 훨씬 더 신중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는데, 조만간에 병원에 가봐야겠다. 마침 돈도 들어왔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알량한 '사람 간의 유대' 같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의사와 약이다.
PS=최근 며칠 간 블로그 평균 히트 수가 급증했다. 구원파 관련 포스팅 때문인가 본데... 지금까진 별로 신경 안 썼는데, 좀 부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