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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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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새로 쓰기 시작한 장편 하나가 있다. 제목은 일단 완성한 다음에 정할 생각이고... 장르는... 기본적으로 좋아하긴 하지만 별로 직접 쓸 생각은 없었던, 현대 배경의 괴물 사냥물. 전에 금요일 RPG팀에서 뉴욕 배경 헌터물 캠페인 마스터링 당시 준비했던 시나리오와 배경을 재활용해서 쓰고 있는 참.

 

플레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배경은 2011년 겨울, 월 가 99% 시위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매스컴으로부터는 듣보잡 취급당하고 있는 뉴욕 할렘이다. 신임 시장이 할렘을 밀어버리고 월마트와 주차공원을 세우려고 하고 있는데, 보상금 지급이 제대로 안 되는 바람에 불만을 품은 할렘 거주민들과 건설 회사에 고용된 용역들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연쇄 살인이 벌어지고, 사실 이 살인 사건에는 초자연적인 '괴물'의 영향이 있다... 는 게 기본 구상.

 

주인공들은 경찰, 범죄자, 그리고 반요정 셋으로 구상하고 있었는데.... 경찰과 범죄자의 경우는 현지 밀착적인 인물들이기도 하고 '유능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들인데 비해 반요정은 뭐랄까.... 혼자 존재가 튄달까... 다른 주인공 둘에게 이야기의 포커스가 가 있을 때는 비교적 평범하게 <슈퍼 내츄럴>이나 <애니타 블레이크>를 찍고 있는 느낌인데,  반요정은 혼자서 <페이트 스테이나이트>를 찍고 있는 느낌. 이런 저런 설정을 붙여서 능력에 제한을 건다고 해도, 평범한 인간들인 경찰이나 범죄자에 비해 독자 입장에서는 그 능력의 포텐셜이 어디까지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으니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될 것 같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으로 봐서도 아무래도 좀 이질적이다는 판단이 들어 결국 반요정은 삭제하고, 다른 평범한 인간 캐릭터를 집어 넣기로 결정했다.

 

약간 아쉽긴 하다. 캐릭터의 이미지가 워낙 뚜렷하게 잘 잡혔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로저 젤라즈니의 그림자 잭이나, 이영도의 가이너 카쉬냅 같은... 작가의 고유한 시그내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서. 뭐, 이야기랑 안 어울리면 어쩔 수 없지 씁.    

 

+

 

....라고 며칠 전에 생각하고, 반요정의 자리에 대신 끼워넣을 새 캐릭터로 여고생을 구상하고선 새로 쓰기 시작했는데.... 영 이미지가 불명확하다. 기본 가닥은 잡혔는데... '앞으로의 전개에 있어 이런 상황이 나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저런 상황이 나오면 어떨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움직이질 않고 그 대신 '이러이러한 배경이니 이렇게 굴려야한다' '앞으로는 저러한 역할을 할 테니 저렇게 굴려야 한다'를 자꾸 의식하게 되는데... 구체적으로 작품 내에서 그걸 작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녹여낼 방법이 안 떠오른다. 경찰이나 범죄자의 경우는 배경 지식도 좀 있겠다,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굴려온 캐릭터들이라 이미지가 명확한데 '미국의 평범한 여고생'은 영 이거다 하고 딱 집히지가 않는다. 시밤 한국 여고생들의 일상 패턴이나 사고방식은 얼추 알겠는데-_-

 

일하는 도중에도 내내 머리를 굴려봤는데... 아무래도 영 괜찮은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 머리 속 한 구석에서 반요정이 슬그머니 다시 나타나...

 

'어이 형씨 그러니까 그냥 날 캐스팅하라니깐'

'나를 봐, 컨셉 확실하고 이야기가 너무 어두워진다 싶으면 분위기 환기시키기도 좋고 괜찮지 않음?'

'나 같은 타입은 원탑 주인공 포지션엔 잘 맞아도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등장시키기엔 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지? 걍 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짭새랑 조폭 비중을 줄이라니깐?'

'능력 조정 걱정은 안 해도 됨. 짭새랑 조폭이 할 일까지 전부 뺏을 정도로 나도 뻔뻔하진 않다니깐? 내가 주인공이면 됨ㅇㅇ'  

 

...등등의 소리를 하며 날 꼬드기는 느낌이 든다...

 

.....참고 삼아 미드나 하나 보면서 고민해 봐야지, 얼른 결정 내려야 계속 쓸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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