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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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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사건이 자연 재해에서 비롯되었거나 '신의 뜻'이었다면 증언하는 이는 피해자를 동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의도한 결과였을 때, 증언하는 이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충돌 사이에 사로잡히고 만다.


이러한 충돌 속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외자는 어느 한편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가해자를 편들기는 너무나 쉽다. 가해자는 국외자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가해자는 악을 보고 싶어 하지 않고, 듣고 싶어 하지 않고,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보편적인 바람을 악용한다. 반대로 피해자는 국외자가 고통을 덜어주기를 원한다. 피해자는 행동하고 관여하고 기억하기를 요구한다.


나치 수용소의 생존자들을 연구한 정신 의학자 레오 아이팅거는 피해자와 국외자가 가진 관심 사이의 잔혹한 충돌을 설명한다.


"전쟁과 피해자는 공동체가 잊고자 하는 무엇이다. 망각의 베일은 고통이 담긴 불쾌한 모든 것들에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얼굴을 맞댄 두 측면을 발견한다. 한편은 잊고자 소망하지만 잊지 못하는 피해자들이고, 다른 편은 잊기를 원하고 또한 그러는 데 성공하는 강하고 종종 무의식적인 동기를 지닌 다른 모두이다. 그 대립은…… 늘 양편 모두에게 너무 고통스럽다. 가장 약한 편이…… 이렇게 불평등한 침묵의 대화 속에서 패배자의 자리에 남겨진다."


범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해자는 망각을 조장한다. 가해자는 할 수 있는 것이란 다 한다. 은폐와 침묵이야말로 가해자의 첫 번째 방어책이다. 은폐에 성공하지 못하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신뢰성을 공격한다. 그녀를 완전히 침묵시킬 수 없다면 그는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없도록 만든다.


이 목적을 위하여, 그는 가장 뻔한 부정에서부터 가장 정교하고 고상한 종류의 합리화까지 일련의 인상적인 논쟁을 늘어놓는다. 잔학 행위 이후 우리는 비슷하고 뻔한 사과를 들을 수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 피해자가 과장을 한다. 피해자가 초래한 일이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든 이제 과거는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가해자의 권력이 크면 클수록, 현실을 명명하고 정의하는 그의 특권은 더욱 커지고, 그의 논쟁은 더욱 완전해지고 강해진다.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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