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촌형 결혼식이 있어서 포항에 갔다가 이제 막 들어왔다. 사촌형과 친한 편이긴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사촌형이 연하 취향에다가 얼굴을 밝히는 건 사실이라... 형수님이 사촌형보다 나이도 더 많고, 외모도 미인은 아니라서 첫 인상은 좀 의외였다. 하지만 좀 이야기를 해보니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축가가 울려 퍼지는 5월의 하늘 아래서, 문득 예전에 반했던 분을 떠올렸다. 그 분도 아름다우셨겠지.
그 분은, 그 분이 사랑하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실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은 아이도 있으실테고. 행복하실 것이다.
그 날 나는 꽤나 가슴 아팠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썩 나쁜 결과는 아니다.
2)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별 이야기 없으셨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아버지가, 몇 년 쯤 지나고 난 뒤 너만 괜찮다면 다시 집에 들어와서 같이 지낼까 하시던데 너한테 아무 말도 안 하시더냐'라고 물어보셨다. 아버지 심정도 어느 정도는 알 것도 같다. 만일 내가 거부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우셨겠지.
만일 아버지가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아버지가 예전만큼 싫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다.
3)
오늘은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었다. 아이돌 여가수가 '우리는 팀원들의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같은 소리를 아무 생각도 없이 내뱉는 2013년, 레이디 가카 치하의 대한민국에서- 개 같은 이 세상에서 너무도 정직하게 꽃이 핀다.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