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나온지 10년이 넘었지만... 군대 있을 때 곁눈으로 흘깃 본 이후로 잊어 버리고 있다가, 무한세계 캠페인 쪽 준비를 하면서 무협지스러운 '의협' 내지 '인의' 같은 요소가 강조되는 영화가 있으면 참고삼아 한 번 봐야겠다 싶어서 쿡TV를 비롯해 여기저기 뒤지다가 발견. 형가의 진시황 암살시도가 배경이라는 것만 알고 봤는데........

 

.......에비.

 

....장이모 감독의 위명에 걸맞게, 장면 하나 하나의 그림은 진짜 쩐다. 초반의, 빗 속에서 벌어지는 무명VS장천의 검VS창 대결 장면은 실로 포풍간지. 그 이후로 파검과 비설의 이야기로 넘어가며, 무명이 황제에게 하는 거짓말 속의 '붉은 천 가운데서 오가는 검무'는 화려하기 그지 없다(비설이 죽은 뒤-이건 사실 거짓 죽음이었지만-그녀를 추모하면서 검을 주고받는 무명과 파검도 멋지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붉은 색, 그 다음은 푸른 색, 그 다음은 녹색, 그 다음은 흰색으로 이어지는 주된 배경은 그 가운데 놓인 인물들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연출 방식도 막연히 '예쁜 그림들을 보여준다'는 식이 아니라, 인물과 서사의 흐름에 맞춰서 완급 조절이 잘 되어 있고. 영상미 하나는 어지간한 2010년대 이후 작품들보다 훨씬 낫다.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그런데, 본격적으로 미장센 공부를 한 영화학도들이 보면 눈물 흘리며 감동할 듯. 그런데 스토리는 미칠 듯이 병맛난다.

 

파검은 '검술과 서예는 통하는 것, 서예를 통해 깨달았소이다. 검의 최고 경지는 그 검을 쓰지 않는 것이라는 걸' 운운하면서, 천하를 위해서는 황제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무명 역시 그의 논리에 납득하고서는 마지막에 황제 암살을 포기한다. 황제 역시 대인배스럽게 '나를 유일하게 이해한 자가 나를 암살하려는 자라니!' 같은 소리를 하며 죽으려고 하지만... 신하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암살자를 살려두면 안 된다느니 나쁜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느니 하자 어쩔 수 없이 화살을 쏘라고 명령하고, 무명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깔리는 자막 '...황제는 만리장성을 쌓아 백성들을 보호했다'.

 

..........

 

 

 

 

뭐 병시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만리장성 건설현장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백성 아니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세운 만리장성이 후세에 관광자원으로는 쓰였을 망정, 그 당시에 백성들 지키는데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됐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제일 재수 없는 부분은, 황제의 정복 사업은 난세를 일통해 전란을 마무리하려는 '천하를 위한 대업'이고, 무명과 파검, 비설(장천은 무명의 친구라고만 나오고 정확한 동기는 묘사가 안 된다)이 원래 황제를 죽이고자 했던 것은 다만 멸망한 고국 조나라의 복수를 위해서라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동기'로 묘사해 양 쪽을 비교하는 거다. 비설이 파검에게 "당신 마음 속에는 오직 천하 밖에 없나요?"라고 비난하고, 파검이 안타까운 눈으로 비설을 바라보며 "당신도 있소."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남녀 상열지사의 측면에서 보자면 명장면이지만, 이러한 '개인화'의 극한이기도 하다. 천하 같은 소리하네, 1차 세계대전도 타이틀만은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었지ㅋ

 

 

'명예원칙:협'이 제대로 묘사된 영화 어디 없나.......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