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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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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스 몬스터헌터는 캡콤에서 나온 동명의 게임을 겁스로 옮겨 RPG화한 것으로, 원작과 마찬가지로 별 다른 배경 설정 없이 다양한 종류의 괴물과 그 괴물을 잡아 재료를 모아서는 보다 강한 장비와 특수 능력을 얻고 그걸로 더욱 강한 괴물과 싸운다는 심플한 게임성이 특징... ...이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냥 그것뿐이라면 RPG로 할 이유가 없다.

 

캡콤의 그 게임과는 이름 말고는 아무 공통점이 없는 이 서플은 WOD 헌터나 헌터즈문처럼, ‘현대를 배경으로 초자연적인 괴물들과 싸우는 사냥꾼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최근 나온 던전판타지에서 기사, 사냥꾼, 마법사 등의 템플릿을 클래스 개념 비슷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크루세이더, 워리어, 코만도 등의 템플릿이 제시되어 있고(개조 인간 등 종족 템플릿으로 봐야 할 거 같은 것들도 여기 같이 나와 있다) 역시 던전판타지와 비슷하게 캠페인 운영 방식, 때려잡아야 할 괴물들 데이터, 장비 등에 대해 수록되어 있다. 챔피언과 미션의 두 권으로 나눠져서 챔피언 부분은 캐릭터에 대해, 미션은 캠페인에 대해 다루는 형태.

 

1. 챔피언

1)몬스터헌터 템플릿

클래스 및 종족 템플릿을 다루고 있는 챕터. 우선 캠페인 유형을 간략히 제시해 놓고(특정 지역이나 도시를 배경으로 해서 괴물들로부터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로컬 가디언, 미드 슈퍼내츄럴 비슷하게 계속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사냥 여행을 하는 로드 트립, 괴물 사냥에 특화된 훈련을 받은 정부의 비밀 기동 타격대 플레이를 하는 스트라이크 팀 등) 유형별로 사용하기 적절한 템플릿이 어떤 게 있는지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이 뒤엔 모티베이션 렌즈라고 해서 캐릭터가 왜 괴물 사냥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이쪽 계열의 픽션에서 자주 다뤄지는 배경들을 제시해 놓고 그에 따라 추가로 능력을 얻는 렌즈가 제시되어 있다. 우연히 사건에 말려들었다가 재능과 운으로 그에 대처해 나가는 일반인 컨셉인 액시덴털 히어로, 괴물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그러한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싸우는 컨셉인 어벤저/어토너, 신에게 선택받아 싸우는 컨셉인 초즌 원, 평범한 사법 활동 중 괴물의 존재를 감지하고 싸우게 된 컨셉인 로 리인포스먼트 등이 있다. 이 다음은 전사나 마법사 등에 대응하는 클래스 템플릿들이 있는데, 무려 400CP 짜리 하이 파워 템플릿들이다. 총화기를 주로 쓰는 중장거리 전투원인 코만도, ‘참된 신앙심’ ‘축복등 초자연적 지원을 등에 업고 싸우는 크루세이더, 마법을 사용하는 윗치(표준 겁스 마법 체계와는 다른 고유한 마법 시스템을 사용한다),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인 워리어 등이 있다. D&D로 치자면 종족클래스가 분화되어 있지 않아 약간 잡다해 보이는 느낌.

 

2)챔피언즈 치트시트

코어 룰북의 장단점과 기능에 대한 재해석과 몬스터헌터 캠페인에서만 적용되는 특이 사항, 새로운 장단점 등이 수록되어 있다. 와일드카드 기능이라고 해서 급박한 상황인데 적절한 기능이 없을 때 땜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룰이 있는데 종합 기능과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대충 봐서(...)

 

3)리츄얼 패쓰 매직

윗치가 사용하는, 고유 마법 시스템에 관한 설명. 마법 주문을 기능 단위로 사용하는 코어 룰의 표준 체계와는 달리, WOD 메이지의 스피어 시스템 비슷하게 마법의 특정 영역(영혼, 정신, 물질 등)마다 고유한 패쓰가 있으며(각 패쓰들의 이름은 세피로트의 나무에서 따온 듯 하다), 주문을 쓸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내고 싶은지를 먼저 명확히 기술하고 그에 따라 어떤 패쓰가 필요한지, 그리고 주문의 범위, 지속 시간, 효과의 강약 정도에 따라 수정치가 더해져서는 그만큼 FP를 소모하고 주문을 사용하는 형태. 고유 공격의 향상과 제한 비슷하게, 여러 변수들을 조합해서는 대단히 다양한 종류의 효과를 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수치화가 잘 되어 있지 않고 개념적으로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같은 로트라도 플레이어의 말빨에 따라 위력이 왔다 갔다 하던 WOD의 스피어 시스템에 비해 훨씬 명료하면서도 비슷한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 듯해 기대가 크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마법을 좋아하기도 하고. 밸런스는 역시 실제로 플레이해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일단 룰북만 보자면 별 문제 없어 보인다.

 

4)파워

개조 인간의 신체 강화, ‘미스티시즘이라고 불리는 크루세이더의 여러 특수 능력, 초능력들에 대해 나와 있다.

 

5)인휴먼 레이스

NPC로 등장할(PC 사용도 가능) 비인간 종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챕터. 악마, 마종(데몬스폰이라고 나와 있다. 악마와 인간의 혼혈), 라이칸스로프(, 늑대, 호랑이, 독수리의 4 종류. 변신 상태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으며 대신 변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고 나온다. 인간 모습과 짐승 모습만 오갈 수 있고 반인반수 형태는 없음), 추방된 천사, 뱀파이어, 담피르(하프 뱀파이어)에 관해 나와 있다. 모두 200CP 짜리 템플릿들. 악마는 좀 더 지능적이고 교활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룰북의 데이터는 단순한 전투파(?)에 가깝다. 선택할 수 있는 특수 능력들도 대부분 뿔이라거나 발굽, 이빨, 날개 등 육체적 특성이 대부분. 추방된 천사는 명예원칙:천사도(Angelic)라는 10CP짜리 명예원칙이 있다(속이지 말 것, 신의 이름으로 한 맹세는 반드시 지킬 것, 천국의 안전과 관련된 비밀을 엄수할 것, 자신을 죽이려 들지 않는 한 어떤 상대에게든 예의를 지킬 것 등). 뱀파이어 템플릿도 코어 룰북에 나온 것과 좀 다르다. 상세한 건 저작권 문제를 고려해서 여기 적지 않는다.

 

6)기어

장비들에 관해 다루고 있는 챕터. 카메라나 컴퓨터 같은 장비들은 코어 룰북과 세세한 스펙(과 가격)이 약간씩 다르다. 장르 특성 상 자주 나올 폭파 및 잠입 장면을 위한 여러 도구(다이너마이트, 락픽 등)들도 나와 있긴 한데 데이터의 절대량이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한세건 처럼은 못할 듯. 에조테릭 기어라고 해서 돈만 가지고서는 구할 수 없는, 마법 쓸 때 소모되는 시약들이라거나 초능력 장비에 대해서도 좀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2%가 부족하다. 무기들도 나와 있는데 던전판타지에 나와 있는 CF제를 여기서도 쓰고 있다. 여러 추가 옵션을 달아 그에 비례해 무기가 비싸지는 형태. 은제, 은도금제, 티타늄제 등 재질 관련 옵션들도 이거저거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특수 탄환(저지력 강화, 관통력 강화 등의 옵션이 있다)들과 전기톱, 가위, 삽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물건을 대용 무기로 쓸 때의 데이터도 곁다리로 나와 있음.

 

2. 미션

1)사냥

이 챕터는 괴물 사냥의 과정을 발견-조사-추적-결전-결과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매 단계마다 플레이가 어떤 흐름을 갖고 있는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발견 단계에서는 뉴스나, 후견인이나 동료의 사건 의뢰’, 예지몽을 꾸는 등의 절차를 통해 괴물과 마주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다루고 있다. 다음 조사 단계에서는 특정 사건이 괴물의 영향에 의한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괴물인지 도서관이나 검색질, 소문 수집, 관련인과의 만남 등을 통해 알아내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미드 슈퍼내츄럴에서 윈체스터 형제가 인터넷으로 유령이 나타나는 흉가의 유래를 조사하는 한편 FBI로 위장해 경찰과 접촉해 정보를 얻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얻은 정보와 PC들의 행동을 통해 얼마나 정확한 추론을 연역해낼 수 있는지에 관한 룰이 포함되어 있다. 육하원칙에 의거해 누구에게 가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언제 행동해야할지, 무엇을 알아야 할지, 괴물이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범죄 수사물을 플레이할 때도 참고할 만하다. 추적 단계에서는 괴물의 뒤를 밟는 요령과 관련 룰, 은신처에 대한 침투 방법, 괴물로부터 몸을 숨기는 법 등을 다루고 있다. 결전 단계에서는 문제의 괴물이 좀비나 짐승 같은 자아가 없거나 희박한 존재인지 유령처럼 통상적인 공격 수단이 통하지 않는 존재인지 사악한 초능력자나 마녀 같은 특수한 힘을 지닌 인간인지 악마 같은 지성을 가진 비인간적 존재인지에 따라서 적절한 기본 대처 요령(교섭, 위협 등)과 약점 파악, 그리고 전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결과 단계에서는 전투가 끝난 뒤 치료 및 회복을 하는 것과, 괴물이 유령이나 뱀파이어 같은 언데드일 경우 죽은 상태로유지시키는 법, 괴물의 소굴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이웃이나 언론, 적 등으로부터 내키지 않는 관심을 끌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2)빙 어썸(Being awesome, 간지 잡기... 정도 되려나?)

이러한 현대 배경의 괴물 사냥 장르 특유의 간지를 구현하기 위한 옵션 룰들. 전투 중 분발의 기본 사양화, 곡예 피하기, 곡예 공격, 간략화시킨 총기 전투, 쌍권총 액션, 총기를 근접전 무기처럼 다루기 위한 룰(...이퀄리브리움? 그라마톤 클레릭?) 등과 더불어 자주 쓰일 만한 전술들 몇 가지를 모듈화시켜서 간편하게 적용하는 법 등이 나와 있다. 그 외로도 잡다하게 저주 및 질병 대처법, 장비 관리와 새로운 장비의 개발 및 발명 등도 다루고 있다.

 

3)챌린징 챔피언즈

주로 마스터를 위한 캠페인 운영 전반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공포 판정, 분위기 조성, PC협박법(?), 괴물의 정체에 대해 훼이크 치기, 1.1)에서 제시된 캠페인 유형에 따른 예시 캠페인 도입부 등이 실려 있다.

 

총평-----

WOD의 헌터 분위기에 익숙해져서인지, ‘위협적인 어둠 속에서, 그 어둠에 맞서기엔 자신이 너무 초라함을 느끼면서도 도저히 그런 괴물들이 인간들 사이를 활보하는 걸 두고 볼 수 없기에 없는 용기를 끌어내서 작은 불꽃을 피워 올리는 이름 없는 영웅같은 컨셉을 생각했는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예상보다 훨씬 더 펄프에 가깝고, 드라마성보다는 액션성이 중시되는 느낌이다. 일단 무려 400CP에 달하는 PC들의 파워 레벨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괴물들도 던전판타지의 몬스터들 마냥 유형과 약점들이 딱딱 수치화되어 있어서 신비성이 약하다. 공포의 근원은 두려움이며, 이렇게 구체적으로 데이터가 줄줄이 나와 있어서는 아무래도 공포감을 느끼기 힘들다. 세션에서 자주 논의되고,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방법론인 합의에 의한 플레이에서는 전통적인 추리물이나 공포물 특유의 감각을 구현하기 힘들어 보이는데... 어차피 추리는 플레이어 입장에선 마스터가 스크린 뒤에서 준비해 둔 온갖 복선과 떡밥들을 모두 캐치하기 무리인만큼 직접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보다는 그런 사건이 왜, 어떤 식으로 벌어졌는지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하면 합의제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논리가 중요한 추리 장르와는 달리 공포 장르는 감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신비의 박탈이 이뤄져 있어서야 그저 던전 대신 현대 도시에서, 검과 마법 대신 총과 최신장비로, 오크 대신 유령이나 뱀파이어, 악마를 상대로 싸우는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공포 판정을 자주 한다고 해도 플레이어가 적절한 스릴을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장르 전반에 대한 문제니까 이건 논외로 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포감 조성이라거나 처절하고 장렬한 분위기라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펄프적으로 존내 센 주인공들이 현대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온갖 잡다한 유령과 좀비와 악마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존내 센 무기로 존내 멋있게 때려잡는다라는 것에만 초점을 두자면 이 책은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몬스터헌터는, 이제는 원류인 D&D에서조차도 던전크롤링 중심에서 벗어나 왜 던전에 가야하는지’ ‘던전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세계 속에서 PC들이 어떠한 존재인지에 적지 않은 무게를 두고 있는데 여전히 원초적인 던전크롤링 자체에 대해서만 줄창 다루고 있는 던전판타지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이 몬스터헌터 역시 좀 더 깊이를 가지고서 오랫동안 플레이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던전 대신 도시에서, 검과 마법대신 총으로, 오크 대신 좀비를 죽이는차원에서 벗어나 드라마적인 차원에서 나름의 주제와 스타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발견-조사-추적-결전-결과라는 패턴화에서 벗어나 좀 더 입체적인 구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오래 플레이하지 못하고 질리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초여명에서 이 책을 번역해서 정발해 줄지는 모르겠는데... 만일 내 준다면 이런 부분을 어떻게 다뤄야할지도 추가로 첨언이 되어 있으면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원이 없... ...더라도, 나오면 일단 사기야 살텐데 음.....-_-

PS=이거 쓸 당시엔 정말로 초여명에서 책이 나올 줄 몰랐는데, 올 5월달에 정발 예정이라고 한다. 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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