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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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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이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건 누군가와 친해진다. 난 옛 일들을 상기하며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가끔 한계가 가깝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상대방을 떠올린다.
2. 시간이 지난다. 역시 어쩌다 보니 사소한 계기로건 뭐로건 멀어지거나, 현상을 유지하거나, 좀 더 가까워진다.
3. 술자리나, 비슷한 자리에서 속내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4. 너무 스스로를 억누르지 말고 좀 더 편하게 행동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5. '이 사람 이상하다' '좀 무섭다' 혹은, '의도는 이해되지만 방법과 상황이 안 좋았다'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다시는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 다시 노력해 '인간'답게 살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지난 몇 년에 걸쳐 계속 비슷하게 반복되어 온 흐름이다. 4.와 5. 사이에서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아마도...

1)내가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했을 뿐, '난 나 자신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그런 일들을 겪었다. 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제는 그런 일을 겪어선 안 된다'라는 식의 불합리한 보상 심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난 필사적으로 노력했었다. 그러나 노력한다고 해서 그대로 고스란히 보상이 주어진다면 그게 바로 낙원이다. 현실이 낙원이 아닌 건 그 노력의 방향과 적절한 정도를 확실히 알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노력의 방향이 제대로 된 것인지, 얼마나 더 해야할지에 대해선 생각이 미치질 못했다. 
3)4.까지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5.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1)과 관련이 있다. 친구라고 해서 속내를 모조리 털어놓고 지낼 수 있다는 법은 없다. 난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이상적인 친구 상'을 부지불식 간에 상정해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좌절하는 거고.
4)난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인간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이 나이가 되도록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이상적인 친구 상'을 상정해 놓고 있다 보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만하고 당연히 나도 갖고 있는 '부정성'을 구체적으로 접하면 내 쪽에서 정이 떨어지는 거고. 그래서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해왔던 모양이다.

총체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어린 시절의 불행+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집착+지나친 기대가 합쳐져 지금까지의 패턴이 반복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정리를 해놓고 보니 대단히 단순한 이유라서, 고작 이것 하나를 깨닫기 위해 그런 과정을 거쳐야했나... 싶어서 약간 허무하기도 한데... 쯧, 어쩔 수 없지. 혼자서 깨달았다는 게 어디냐.

자학하는 취미는 없다. 당시의 난 너무나도 절박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 모든 순간들을 진심으로 살았다.



앞으론 어쩔까... 상당히 '답'에 근접했다는 느낌이긴 한데,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지금은 지쳤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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