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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影掃階塵不動 죽영불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대 그림자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으며,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못 위에 흔적조차 없다.
by 자레드 갈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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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나고 술자리가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농담하고, 친한 척하고, 장난치다 들어오니 마음이 스산해서... 소주 몇 병을 사와 혼자 들이켰다.

원래 그렇다. 휴학을 자주 하고 나면 친하던 녀석들은 전부 졸업하고 혼자만 남아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지간히 붙임성이 좋고 쾌활한 성격이라 해도 혼자 학교 다니기가 어색한 법이고... 나는 그런 성격이 못 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친한 척하고, 농담을 건네고, 놀려대고... 후배 애들도 다들 성격이 좋은 편이라 적당히 받아주는 편이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는 정말 혼자만 남았구나, 하는.

......

재작년에, 친구놈 하나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오로지 혼자서 고고하고 드높은 '신'도 되지 못하고, 홀로 오롯한 고결함이나 긍지, 명예와는 상관 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인간'도 되지 못한다고.

그리고 난 지금도 여전히, 신도 인간도 되지 못한 채로 살고 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바치고자 했던 절조도 잃어버렸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에게 주고자 했던 신의도 잃어 버렸다. 남은 것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한 명예 뿐인데도, 이제는 그것마저도 한없이 희미하다.

내내... 최근 몇 달 동안, 내내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분노'인 모양이다.

브레히트는 말했다. 분노는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난, 고통스럽다.
 


................

그래도...... 아직까지 떨치지 못한 미련이 몇 가지 남아 있는 모양이다. 곧 결말이 지어지겠지.

And